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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301 일본 중남부

2301 일본 | #5 - 야마나시, 후지 파노라마 로프웨이

by saika.stella 2023. 1. 12.

1월 8일

도쿄를 떠나서 야마나시로 향하는 날이다. 미리 버스를 구매해 놓아서 아키바역에 가서 타기만 하면 됐다. 아사쿠사역에서 츠쿠바 익스프레스를 타고 아키바역으로 간 다음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야마나시행 버스를 탔다. 츠쿠바 익스프레스는 확실히 빨라서 좋았다. 아사쿠사역이 두 개인건 좀 웃기긴 한데...

 

얼마 시간이 지난 후 버스에서 후지산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때 구름이 적당히 산 위에 걸려있어 엄청 멋졌다. 아직도 '가장 멋진 후지산의 모습'을 꼽으라고 한다면 야마나시에서 실컷 본 후지산이 아니라 버스에서 처음 본 후지산을 꼽을 것 같다.

 

야마나시에서 묵은 곳은 '慶村天上庵 Yoshimura'라는 곳이다. 2층으로 이루어진 단독주택 느낌의 숙소로, 4명이서 묵는데 침대가 무려 5개가 있고 그중 하나는 더블사이즈다. 또 방도 엄청 많다. 그러다보니 침대를 넘어 바닥에서도 충분히 잘 수 있었고, 4명이서만 지내는데에는 정말 넓어서 좋았다. 1층에서 코타츠의 따뜻함을 즐기며 요리와 술을 먹기에도 딱 좋다.

 

다만 정말 전형적인 일본 주택이라 단점이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난방이 답이 없다는 점은 좀 그랬다. 침대가 있는 방은 충분히 따뜻하지만 거실과 주방, 샤워실이 있는 1층의 경우에는 아침에 추워 죽는다. 샤워하러 1층으로 내려올 때의 그 답 없는 추위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둘째는 이자카야 같이 생겼다는 것. 문을 열어놓은 사이에 외국인 관광객이 술마시러 들어왔다. 어이x

 

모츠니코미
돈카츠!

야마나시에 도착한 다음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미야모토야 (宮本屋, 타베로그 3.05)라는 식당인데, 도쿄 첫날에 먹었던 모츠니코미의 말고기 버전과 돈카츠가 함께 나오는 정식을 무려 1000엔에 파는 곳이다. 가격도 싼데 엄청 맛있었다. 모츠니코미는 적당히 쫄깃하고 내장 맛이 있었으며 돈카츠는 부드럽고 기름졌다. 그리고 주인 할머니가 엄청 친절했다. 처음 식당에 들어가면서부터 나갈 때까지 배웅해주셔서 감동적이었다. 다만 식당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입구가 가정집 같아 찾기 어려울 수 있으며 오픈 시간이 불규칙적이다.

 

이게 뭔 차여

여기도 낭만 넘치는 분이 있다.

 

전망대에서 조망하는 후지산 (안보임)
햇빛은 최고의 조명이다

밥을 먹고 후지 파노라마 루프웨이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갔다.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조금 대기해야 했다. 그렇게 올라가니, 전망대에서 보는 후지산은 엄청 이쁘지는 않았다. 햇빛이 너무 애매한 각도에서 비추어서 산이 잘 안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도 역광이라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았다. 근데 어이없게도 후지산 빼고 모든 피사체가 빛을 이쁘게 받았다. 이게 무슨.

 

그네

위쪽에는 그네가 있었는데, 줄을 놓치면 바로 사망에 이를 만큼 높은 높이의 절벽 위에 위치한 만큼 안전장치까지 하고 타는 모습이었다. 장치 안하고 탔다가 손 미끄러지면 와.. 상상도 하기 싫다. 사실 후지큐의 절규머신보다 무서운게 아닐까?

 

낭만이 넘치는...

내려올때가 되니 해가 적당히 지면서 분위기가 참 좋아졌다. 진짜 햇빛은 최고다. 사진이 넘 이쁘게 나옴.

 

호-토
텐동

돌아와 호토를 먹으러 갔다. 숙소에서 거리가 꽤 있었는데 밤이라 좀 추웠다. 다만 가는 길에 멈춰서 하늘을 보니 보름달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별이 보여서 감상하면서 갔다. 호토를 파는 식당은 와바나 (和花, 타베로그 3.34)로, 호우토우와 텐동을 시켰다. 호토는 기본적으로 미소맛이 나는 수제비인데, 카라미를 넣으니 정말 맛있는 얼큰한 미소 수제비가 되었다. 이건 한국에서도 히트일 듯. 텐동은 소(小)라는 말과는 다르게 양이 꽤 되어 엄청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관광객이 대부분인 식당이기는 했지만 만족스러웠다.

 

검은색 로손

가는 길에 검은색 로손(!)을 발견했다. 처음보는 모습이라 꽤 놀랐는데, 찾아보니 관련된 조례가 있다. 후지산 주변의 경관을 위해 광고규제지구를 설정해 옥외물 관련 기준을 강화했고, 그 일환으로 간판의 색채 규정 강화가 있다. 나름 까다롭네... 저거 다 지키는거보다 검은색 흰색으로 무채색 간판 만드는게 머리가 덜 아파서 이렇게 된 듯.

경관보전형 광고규제지구 - 옥외광고물의 규제기준에 대하여
야마나시현에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지산 주변 지역의 멋진 경관을 지켜 나가기 위해, 도로변에 새로 설치하는 옥외광고물에 대해, 높이·면적·색채 등의 기준을 엄격히 하고 있습니다.

경관보전형 광고규제지구에 적용되는 기준 결정의 안 (조례 제7조의 3 제1항 관계)
1. 공통기준
   (1) 사용하는 색채의 수가 3개 이하일 것.
   (2) 최대면적을 차지하는 색의 명도가 2 이상 8 이하일 것. 단, 무채색의 경우는 예외.
   (3) 최대면적을 차지하는 색의 채도가 6 이하일 것.
(하략)

 

야구연습장!!

그리고 뜬금없이 야구연습장을 발견했다. 일본의 야구연습장을 꼭 가보고 싶어서 배팅과 피칭을 모두 해봤는데, 확실히 한국보다 공을 잘 주는 느낌도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 크다.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한 번만 간 게 아쉽다. (이후 또 갔는데 문을 닫았다.)

 

카와구치호에 비친 후지산

카와구치호 맞은편으로 가서 후지산을 보았다. 보름달이라 밤하늘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달빛을 받은 후지산이 은은하게 보여서 정말 이뻤다. 날씨가 엄청 추워서 패딩을 입고도 떨리긴 했지만, 경치가 워낙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숙소에서 저 사진을 찍은 장소까지는 걸어서 20~30분 정도가 걸린다. 가로등이 거의 없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조금 무서울 수도 있다. 다만 덜 무섭고 덜 춥게 하는 좋은 방법이 있는데, 바로 위의 로손에서 술을 사서 걸으면서 마시는 것이다. 캬 이궈궈던

 

아오 보름달시치

보름달 때문에 별은 별로 안 보인다.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밖에...

 

낭만낭만

돌아오는 길에 보니 엄청 낡은 공중전화기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