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507 유럽 7개국

#27. 오스트리아(3) - 빈 3일차, 귀국 (完)

2025. 9. 21.

빈 미술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아님)

유럽에서의 마지막 날. 전날에 갔던 자연사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Wien)에 가보았다. 두 박물관은 거의 똑같이 생겨서 쌍둥이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중앙의 분수를 기준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어 나름 이쁘다.

 

아누비스
이집트 벽화와 스핑크스

가장 먼저 이집트 유물들을 볼 수 있었는데, '빈의 미술사'가 아닌 빈에 있는 '미술사'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여기서 알았다. 아무래도 유럽 박물관들이 이집트에서 가져온(이라고 쓰고 훔쳐왔다고 읽는) 소장품들이 많은 편인 것 같다. 이집트 유물이 없는 미술관/박물관이 없을 정도. 근데 여기는 나름대로 큼직한 홀에다가 넓게 전시해놓고 조명에도 신경써서 그런지 꽤 색다른 느낌이었다. 

 

뮤즈 / 아프로디테
아이리스 / 유노

이어서 그리스-로마 조각들이 있었다. 확실히 유럽 어디를 가던 박물관의 구성이 참 유사하다. 이집트, 그리스 조각들, 그리고 이후에 르네상스 회화 작품들 등등. 이곳의 조각들은 이집트관과 마찬가지로 조명에 신경을 쓴 모습이라 좋았고, 상태가 매우 좋은 조각들도 많은 편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뭔가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

 

Pieter Bruegel the Elder, The Tower of Babel, 1563.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건 피터르 브뤼헐의 바벨탑 그림이다. 바벨탑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그림인데 자세히 보면 굉장히 묘사가 자세하다. 여러모로 난리가 나있는 현장을 아주 잘 그린 작품이다. 사실 바벨탑과 관련한 성경 이야기는 관심이 별로 없으나 현재 무엇이 실제 바벨탑의 모티브였는지에 대한 가설이 많다는 건 재밌는 부분. 

 

굴라쉬

이렇게 느긋하지만 사실 뭔가 어디서 본 느낌의 미술관을 둘러본 후 시내로 들어가 밥을 먹었다. Krah Krah라는 식당에서 또 굴라쉬를 먹었는데, 여기 굴라쉬는 또 느낌이 달랐다. 좀 더 간이 세고 고기가 큰 느낌이라 전날 먹었던 굴라쉬 대비 좀 더 meat-forward한 와일드한 갈비찜의 느낌? 비유가 굉장히 이상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맛있었다. 같이 나온건 감자를 조리한 것 같은데 맛있진 않았다. 전의 식당처럼 차라리 그냥 감자를 쪄서 내놓는게 좋을 것 같다.

 

도나우인셀역에서 바라본 풍경

이후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가보지 않은 도나우 강으로 가보았다. 강 위에 지어진 Donauinsel역에 내리면 넓은 강의 전경이 바로 펼쳐지고, 시야에서 왼쪽에는 Leuchtturm Sunken City가, 오른쪽에는 CopaBeach의 모습이 보인다. 두 곳 모두 우리나라 강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이색적이었다. 오히려 바다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가족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고, 일부는 강에서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자외선이 아주 강하게 내리쬐는 날이라 태닝하기엔 참 좋을 것 같기도.

 

혹고니 천국

역이 있는 다리 밑의 강가에는 혹고니들이 엄청 많았다. 한두마리가 아니라 거의 우리나라의 비둘기급으로 많이 있는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혹고니는 성격이 그다지 좋지 못해 가까이 갈 경우 공격당하는 일도 흔하다고 들었는데, 이곳의 혹고니는 바로 옆까지 가서 구경하고 있어도 그루밍(?)에만 집중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깃털이 굉장히 복슬복슬하게 되어있어 나름대로 귀여웠다.

딜루
바질 칵테일

아무튼 시간이 되어 빈 서역에 맡겨둔 짐을 찾고 빈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자체는 큰 것 같은데 대한항공 카운터는 그와 대비되게 엄청 작아서 줄을 꽤 오래 서있던 것 같다. 셀프 백드랍도 없어서 여러모로 별로였다. 아무튼 별 문제 없이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가보니 작은 바가 있어서, 동전을 털고 올 겸 가볍게 칵테일을 마시고 비행기에 탔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대한항공의 KE938편으로, 갈때 탔던 KLM 대비 확실히 안정적인 느낌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기내식이 맛있었다. 훨씬 나은듯.

 

이렇게 27박 29일의 긴 여정이 끝이 났다. 유럽은 처음이기에 소매치기나 다른 것들을 좀 걱정했는데 의외로 꽤나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다녀온 것 같다. 큰 탈 없이 무난하고 재밌게 간 것 같은데, 역시 이번 여행에서 나는 도시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 다음 여행은 아이슬란드 및 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의 알프스 지역을 중점으로 돌아보고 싶다. 특히 몽블랑 산을 보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