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507 유럽 7개국

#26. 오스트리아(2) - 빈 2일차

2025. 9. 15.

벨베데레 궁전의 하궁과 정원

빈에서의 첫 관광지는 벨베데레 궁전(Schloss Belvedere). 상궁과 하궁의 두 건물과 그 사이의 정원으로 구성된 나름대로 큰 궁전인데, 이번에는 상궁을 가보았다. 상궁은 사실상 궁전보다는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내부도 사실상 인테리어보다는 미술 작품들을 보는 것이 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궁전은 실컷 봤기 때문에 그 부분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Gustav Klimt, Der Kuss, 1907-1908.

관람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인 키스를 볼 수 있었다. 단순한 유화 작품이 아닌 금박을 입혔다는 게 특징인데, 가까이서 보면 빛이 반사되며 반짝거리는 게 상당히 이쁘다. 클림트의 특징인 금박을 사용한 작품 중에서 괜히 이게 대표작 취급받는 게 아닌 듯. 그 스케일과 구성이 남다르다. 다만 이곳의 상징과 같은 작품인 만큼 앞에 사람이 매우 많아 감상하기 쉽지는 않았다.

 

Auguste Rodin, Eva, 1881. / Theodor Friedl, Amor und Psyche, 1881-1882.
Jacques-Louis David, Bonaparte franchissant le Grand-Saint-Bernard, 1801.

그 외에 로댕의 조각을 비롯해 다양한 조각들이 있었다. 그의 이브라는 작품은 역시 로뎅답게 인체의 근육을 굉장히 잘 묘사하였는데, 그걸 넘어 자세 자체가 굉장히 잘 구성된 것 같다. 일반적으로 '조각'에 묘사되는 경직되거나 미를 강조하는 자세가 아닌 비교적 뜬금없다고도 볼 수 있는, 로댕 특유의 그런 느낌. 또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하면 떠오르는 셍 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의 한 버전도 이곳에 있다. 총 5개의 버전이 있다고 하는데 차이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유명한 그림.

 

Sarah Ortmeyer, DIABOLUS (Protector), 2025.

그런데 궁전 1층의 전시장을 보면 작은 악마 모양 조각이 상당히 뜬금없이 많이 있다. 이는 DIABOLUS라는 작품으로 전시장 곳곳에 분포되어있어 찾는 재미가 있다. 작품 설명에 따르면 악마를 보호자(protector)로 칭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미술 작품들이 있는 공간들의 수호자라는 의미로 이곳저곳에 배치한 것 같기는 하다. 다만 악마를 보호자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므로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 듯.

 

굴라쉬

이렇게 벨베데레 궁전 관람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근처의 Moment Cafe and Restaurant로 갔다. 굴라쉬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고기도 크고 많았으며 감자도 먹기 좋게 나와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짜지 않고 적당한 간인 것 같고, 확실히 한국인 입맛에서 그렇게 크게 벗어나지 않은 맛이라 무난하게 먹을만하다.

 

점심을 먹고 자연사박물관(Naturhistorisches Museum Wien)으로 향했다. 사실상 광물 전시가 메인일 정도로 굉장한 규모의 컬렉션을 자랑한다. 들어가면 없는 광물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돌들이 거대한 방을 채우고 있다. 지질이나 광물 쪽 전공자들이 오면 굉장히 흥미로울 것 같고, 돌에 관심이 없어도 재밌게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빈 관광지 원탑인 듯.

 

형석

루리가 찾은 형석(Fluorite). 팔면체 모양의 결정이 선명하다. 이름(螢石)처럼 블랙라이트를 쏘는 등 에너지를 흡수하면 빛나는 성질이 있는데 실제로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색이나 결정 형태가 아주 이쁘다고 생각한다.

 

석류석 / 사파이어

역시 루리가 찾은 석류석(가넷)과 사파이어. 가넷의 경우 Almandine이라고 하여 철이 많이 함유된 가장 흔한 형태의 석류석이다. 사파이어는 제대로 된 결정의 형태로 보지는 못했고, 가공한 형태로 전시된 것만 보았다. 다만 하도 전시실이 넓기 때문에 어딘가에는 결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귀오팔 (귀단백석)

마찬가지인 오팔(Opal)도 있었는데, Common Opal이 아닌 Precious Opal이라고 해서 회절과 간섭 때문에 그 색이 매우 다채롭다. 돌 안에 우주가 담겨있는 그런 느낌.

 

다이아몬드 / 포도상 방해석
메졸라이트 / 휘안석

엄청 큰 다이아몬드 결정이 있다. 킴벌라이트에 박혀있는 결정의 형태가 선명하다. 이외에 각종 이상한 광물도 많다. 구형으로 결정이 박혀있는 포도상 방해석이나 섬유와 같은 구조의 Mesolite, 이게 뭔가 싶은 Stibnite와 같은 것들. 특히 미졸라이트의 경우 저런 게 도대체 어떻게 채굴되었는지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매우 얇고 복잡한 구조였다.

 

방해석의 복굴절

레이저를 쏘거나 뒤에 스티커를 붙여놓아 복굴절을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해놓은 방해석도 다수 있었다.

 

배다늄연광
에메랄드

이외에 배나듐연광(Vanadinite)의 선명한 결정이나 거대한 에메랄드 결정 등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푸른 계열의 큰 결정을 가지고 있는 광물이 가장 이쁜 것 같다. 투명한 바다나 하늘 같은 느낌이라 비현실적이면서도 좋은 듯.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광물 이외에 다양한 종류의 화석도 있었으나 그건 대충 봤고, 오기 전에는 전혀 몰랐으나 유명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Venus Von Willendorf)가 이곳에 있었다. 일반적인 토기 정도의 사이즈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보니 엄청 작은데, 약 10cm 정도이다. 왜 저런 체형을 가지고 있는지는 많은 가설이 있지만 확실하게 내려진 결론은 없다. 

 

호프부르크 왕궁

자연사 박물관을 나와 호프부르크 왕궁을 지나갔다. 왕궁 자체의 규모가 꽤 컸고, 곡선으로 디자인되어 있어 다른 나라의 왕궁과는 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다만 내부는 생각보다 뭐가 없다고 하기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대신 성 베드로 성당(Peterskirche)에 들어가 보았다. 큰 성당은 아니지만 이곳만의 특징이 있으니, 바로 사전에 공지된 시간에 오르간 연주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날 연주된 곡 목록이 삭제되어 현시점에서 알 수는 없게 되었지만, 거대한 오르간에서 유명하다면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곡들이 큰 볼륨으로 연주되니 박력이 상당했다. 묘하게 신성한 느낌. 더운 여름에는 이렇게 시원한 곳에서 가만히 앉아 쉬는 것도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슈테판 대성당

이후 적당히 술을 구매하고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슈테판 대성당(Domkirche St. Stephan) 쪽으로 향했다. 성당은 밀라노 두오모와 굉장히 비슷하게 뾰족한 고딕 양식의 성당 느낌이었다. 다만 밀라노 두오모는 워낙 엄청나게 크기도 해서 그렇게 감흥이 있지는 않았고, 적당히 큰 유럽 성당 정도의 감상이었다. 바로 옆의 Lindt Chocolate Boutique에서 진한 다크초콜릿 음료도 마셨다.

 

마라탕 & 젤라또

저녁은 숙소가 있는 빈 서역 주변의 중식당 laolao에서 먹었다. 일단 마라탕을 시키긴 했는데 어째 신선로와 매우 유사하게 생긴 그릇에 담겨 나왔다. 물론 적당히 뎁혀서 먹기 위한 것이겠지만 영 찝찝하다. 아무튼 맛은 의외로 괜찮았고 비싼 만큼 재료도 푸짐하게 들어있었는데, 문제는 맵기 최고단계로 시켰더니 꽤 매웠다는 것. 그래도 먹을만했다. 나와서 후식으로 Eissalon Garda Zanoni Raffaello에서 젤라또를 먹었다. 역시 배신하지 않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