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507 유럽 7개국

#22. 이탈리아(5) - 로마

2025. 8. 16.

로마 지하철

로마 시내를 돌아다니는 날이다. 여행 막바지기도 하고 너무 덥기도 해서 그냥 투어를 신청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아무튼 투어 시작을 위해 일단 지하철을 탔는데, 확실히 사람이 엄청 많아서 소매치기당하기 딱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누가 봐도 소매치기인 것 같은 패거리가 눈에 보이긴 한다. 적당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듯.

 

콜로세움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이탈리아와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 우리나라의 3S 정책마냥 검투를 비롯해 모의 해전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정치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세월이 지나며 돌이 유실되기도 했으나, 이후 내부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성지로 지정되며 여러 교황들에 의해 일부 보수되어 현재 모습을 띄게 되었다고 한다.

 

콜로세움의 구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상당히 크다고 느꼈는데, 수많은 아치가 높고 넓게, 그리고 정교하게 간격을 두고 배치된 것을 보고 당시 로마인들의 건축 기술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괜히 로마 하면 콜로세움이 떠오르는 게 아닌 듯. 콜로세움 근처에는 키르쿠스 막시무스라는 더 거대한 전차 경기장이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그 터만 볼 수 있기에 아쉬울 따름이다.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부조

콜로세움 바로 옆에는 프랑스 에투알 개선문의 모델이 되었다고도 하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서 있다. 이름처럼 콘스탄티누스 1세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개선문인데, 겉면에 붙어있는 부조들이 여러 시대의 여러 건축물들에서 뜯어와서 붙였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대표적으로 원형으로 붙어있는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부조라고 한다. 즉, 자기가 이 사람들의 전통을 모두 계승하고 있다는 뜻. 당시 로마의 개선문을 통과하는 장군의 곁에는 memento mori라고 속삭이는 노예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꽤나 유명하다.

 

포로 로마노의 전경 / 율리우스 카이사르

조금만 걸으면 포로 로마노가 나온다. 고대 로마부터 중심지였던 곳으로, 각종 신전이나 건축물, 개선문 등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매우 번성한 대도시였으나 서로마 제국부터 사코 디 로마를 겪으며 계속 쇠퇴하다가 가톨릭 성당의 건설 등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그리고 무솔리니의 도로 건설로 반으로 나뉘어버리기도 했다. 근처에서는 포로 로마노를 대대적으로 정비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동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과 포카스의 기둥

실제로 유적을 보면 매우 황량한데, 이날 방문한 북서쪽 부분에서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기둥 몇개와 사투르누스 신전의 일부,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개선문의 경우 나름대로 그 모습이 잘 보존되어있는 편이라 상당히 눈에 띈다. 승리를 축하하는 문만이 폐허가 된 도시에 우뚝 서 있다니 상당히 묘하다.

 

툴리아눔 / 카이사르 동상

바로 옆에는 뜬금없이 밝게 빛나는 건물을 볼 수 있는데, 고대 로마 시기의 감옥인 툴리아눔이다. 베드로가 이곳에 갇혔다는 것으로 유명하며 이후 성당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고 한다. 툴리아눔 뒤로는 캄피돌리오 언덕이 있다.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캄피돌리오 언덕에 오르면 로마 시내를 어느 정도 내려다볼 수 있다. 원래는 이 언덕에 유피테르 신전이 있었으나 파괴되었고, 이후 미켈란젤로의 설계로 넓은 광장이 들어서게 되었다. 캄피톨리오 광장에는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라는 캄피톨리니 박물관과 로마 시청 등이 있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이 있다. 이 기마상은 유일하게 파괴되거나 유실되지 않은 청동상인데, 콘스탄티누스의 동상이라고 생각한 중세인들이 파괴하지 않아 살아남았다고 한다.

 

조국의 제단

언덕에서 내려오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을 볼 수 있다. 주변과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크고 하얀 건물이기에 매우 눈에 띈다. 중앙에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거대한 동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것보다는 기념관 양쪽 위에 올려져있는 콰드리가(Quadriga) 동상이 더 멋있는 것 같다.

 

The Madonna of the Girdle and St. Nicholas of Bari

다시 걸어서 그 유명한 판테온(Pantheon)으로. 만신전이라는 뜻으로 과거 다양한 신을 믿었던 현지인들을 위해 지은 포괄적인 신전이라는 말이 있다. 이후 기독교에서도 이걸 다 허물고 성당을 짓기에는 아까웠는지, 구조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성당으로 개조했다. 따라서 현재 판테온의 구조는 재건 이후에는 바뀌지 않은, 굉장히 오래된 건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엄청난 규모의 돔은 공학적으로 매우 대단하다. 물론 미적으로도 꽤 아름답게 해 놓은 편이기도 하다.

 

오쿨루스와 돔의 구조

돔 상부에는 오쿨루스(Oculus)라는 구멍이 뚫려있는데, 이 구멍은 내부로 빛을 들여보내 신성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구조적으로는 돔 최상부의 하중을 줄여 하부가 받는 응력을 줄이고 응력 특이점을 제거한다는 이점이 있다. 이와 함께 돔 전체가 하부로 갈수록 밀도가 증가하고 두껍게 설계되어 수평 추력과 하중도 거뜬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공대생 입장에서 보면 엄청 특별해 보이진 않는데, 시대상을 생각하면 당대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느낄 수 있게 한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묘

그만큼 중요한 건축물이기에 내부에는 대단한 인물들이 묻혀있는데, 대표적으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라파엘로 산치오가 있다. 당연하게도 라파엘로가 먼저 묻혔기에 그와 같은 공간에 묻힐 수 있는 국왕이 도리어 영광이라고 생각해야 할 듯.

 

소꼬리찜 파스타 / 에스프레소

판테온 근처의 Achille Al Pantheon di Habana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유명하다는 소꼬리찜 파스타를 주문했으나 지극히 평범했다. 캠프 험프리스의 디팩에서 매주 맛볼 수 있는 Oxtail의 맛. 아무래도 관광지 근처라서 대단한 맛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이후 바로 옆의 카페 La Casa del Caffè Tazza d'Oro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솔직히 커피 맛은 잘 모르겠으나 그냥 순수하게 향이 좋았다.

 

The Apotheosis of St. Ignatius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티냐시오 데 로욜라 성당에 들어가보았는데, 굉장한 규모의 천장화가 눈에 띄었다. 실제로 모두가 이 천장화를 보려고 들어와서, 중앙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찍으려고 돈을 낼 정도였다. 그래서 그 정돈가 하고 보고 있었더니, 애초에 이 천장화는 평평한 천장에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돔이나 아치형 구조물이 아니라는 뜻. 처음 성당을 지을 때 돈이 없어서 이렇게 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돔(의 상상도)

같은 맥락으로 중앙에 돔인척하는 천장화가 있다. 입구쪽에서 보았을 때 돔처럼 보이도록 투시도법을 적용해 그려놨는데, 바로 아래까지 가면 그냥 천장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크리스마스 장식 등등

그 외에는 적당히 잘 지어지고 꾸며진 성당이었다.

 

트레비 분수

그리고 간 곳은 트레비 분수. 오케아누스를 중앙으로 아름다운 조각이 설치된 분수인데, 물 색 자체가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스위스와 아이슬란드에서 본 푸른빛을 띠고 있어 흰색 조각과 굉장히 잘 어울렸다. 여기서 동전을 던지는 게 상당히 유명한 것 같은데, 동전 하나를 던지면 로마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소망을 의미한다고 한다. 심지어 세 개는 새로운 애인을 만난다는 뜻(=헤어진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딱 두 개가 좋은 것 같다.

 

스페인 계단

그렇게 투어를 마무리한 곳은 스페인 광장과 계단. 사실 이곳 자체는 크게 의미가 있는 곳은 아니긴 한데, 로마의 휴일에 등장하여 상당히 바이럴 된 곳이다. 계단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는 무슨 더워 죽을 것 같아 빠르게 해산했다. 아무튼 꽤 알찬 투어였는데, 일반적인 투어가 3~4시간인 것에 비해 이 투어는 7시간에 달해 상당히 여유롭고 알찼다.

 

바질 페스토와 조개가 들어간 파스타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콜로세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La Nuova Piazzetta라는 곳으로, 여기선 바질 페스토와 조개가 들어간 파스타를 먹었는데 솔직히 맛없었다. 순수하게 소스의 질감, 면의 질감이 전부 따로 놀고 맛 역시 절대 맛있다고 느껴질 맛은 아니어서 실망했다. 분명 4만개가 넘는 리뷰에 4.8이라는 높은 평점이었는데... 진짜 파스타는 피렌체가 훨씬 나은 듯(이라고 로마인에게 말하면 로마의 진짜 맛집을 알아낼 수 있다).

 

애옹

돌아가는 길에 고양이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