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날. 기차 시간까지 할 게 없어서 상당히 애매했기에, 일단 중심가 쪽으로 가보았다. 전날에는 우피치 미술관을 둘러보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부터 시작. 광장 한쪽에는 로지아 데이 란치(Loggia dei Lanzi)라는 큰 회랑이 있는데, 거대한 조각 몇 개가 모여있다.

전날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보았던 Ratto delle Sabine의 대리석 버전과, 비슷한 주제의 Ratto di Polissena 등이 있다. 폴릭세나의 납치(Ratto di Polissena)의 경우, 피렌체에서 봤던 조각 중 가장 정교하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이 돋보였다. 무려 네 명이나 묘사되어 있으며 근육이나 신체의 조형미, 그리고 옷의 질감 등이 굉장히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주변에서 할 것을 찾다가 광장 바로 옆에 있는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으로 가보았다. 과거 메디치 가문이 사용했다가 현재 피렌체 시청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유명한 아르놀포의 탑(Torre di Arnolfo)는 이미 마감되어 올라보지는 못했고, 궁전 내부만 가볍게 둘러보았다. 궁전으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500인의 방(Salone dei Cinquecento)은 엄청난 층고와 함께 화려한 천장 장식, 그리고 조각들이 돋보였다. 바로 이곳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그림 대결이 펼쳐졌으나 두 작품 모두 미완성으로 남았다고 한다.

궁전 내부의 방 중 백합의 방(Sala dei Gigli)이라는 곳이 있다. 피렌체와 함께 프랑스의 상징인 백합(Fleur-de-lys)으로 장식된 방으로, 500인의 방과는 또 다른 매력의 천장 장식이 있다. 확실히 궁전들은 천장을 보는 맛이 있는 것 같다. 장식 하나하나가 굉장히 정교하고 화려해서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따름.


비슷한 방으로 원소의 방(Sala degli Elementi)과 엘레오노라 경당(Cappella di Eleonora) 등이 있는데, 이런 곳들에서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후자의 구성이 마음에 들었는데, Cappella라는 이름처럼 작은 예배당 안에 빼곡하게 들어차있는 프레스코화가 묘한 신성함을 느끼게 했다. 방의 구성을 굉장히 잘한 것 같다.

그렇게 궁전을 둘러본 후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먹었다. 전날 들렀던 식당 바로 옆에 있는 Il Ricettario라는 곳인데, 여기서는 해산물 파스타를 먹어보았다. 그리고 정말 맛있었다. 적절히 매콤하면서 느끼하지 않고 해산물 비린맛도 잘 잡혀있는, 좋은 밸런스의 깔끔한 파스타였다. 피렌체가 파스타를 잘 만드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에 와서 파스타는 실패가 이때까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여기 점원이 굉장히 친절했는데, 와인이나 요리 설명을 굉장히 자세하게 해 줘서 좋았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카페 Serre Torrigiani in Piazzetta에서 아메리카노(칵테일)을 가볍게 마시며 기차를 기다렸다. 메인거리에서 살짝 벗어나 안쪽에 위치한 카페라 조용해서 좋았다. 확실히 아마로의 나라답게 아마로를 사용한 칵테일은 참 대충 만들어도 굉장히 맛있게 잘 만든다. 아마 기후가 나름대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은 게, 이렇게 더우면서도 습하지는 않은 날씨에 씁쓸한 칵테일이 참 잘 어울린다. 그래서 아페리티보를 즐기는 것 같기도.

그렇게 다시 Trenitalia의 열차를 타고 로마로. 테르미니역에 도착하면서부터 소매치기에 좀 신경을 썼다. 로마에서의 숙소가 '절대 숙소를 잡지 말아야 하는 우범지대'에 있어서 긴장했지만, 대체적으로 유색인종이 좀 많을 뿐이지 밝을 때 다니기에 크게 위험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애초에 나도 유색인종이니 적당히 섞이면 그만이다.
그런데 테르미니(Termini)가 터미널(Terminal)과 아무 관련이 없는 단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애초에 이 역이 과거의 목욕탕(Terme di Diocleziano) 자리에 지어져서 테르미니역이라고 한다. 그냥 보면 로마 터미널인 줄.

이날의 저녁으로는 오랜만에 동양 음식을 먹었다. 숙소 근처의 一品轩Lamien &Dumplings라는 중식당으로, QR 주문이 가능해 아주 편리했다. 마파두부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매콤하면서 느끼하지 않고 깔끔해서 굉장히 맛있었다. 소스가 좀 부족한 게 아쉽지만 애초에 그냥 순수하게 맛이 있어서 만족. 확실히 동양 음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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