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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408 일본 동북부

2308 일본 | #3 - 기린 맥주 공장, 히타치 공원, 이와키 (HHP 2일차)

by saika.stella 2024. 9. 4.

8월 29일

도쿄역 7번 플랫폼

드디어 도쿄를 떠나 도호쿠를 향해 가는 날이 되었다. 도쿄역에서 09:18 츠치우라행 우에노도쿄라인 - 조반선 열차를 탔다. 조반선 중에서도 도쿄~토리데 사이에서 쾌속운행하는 조반 쾌속선에 속하는 편성으로, 무려 15량이 왔다. 역시 도쿄에서 수도권 위쪽으로 가는 수요가 상당히 있긴 한 듯.

 

E531계 전동차

앞이 상당히 더러운 E531계가 왔다. 밤에 새똥 폭격이라도 맞은건지 난리도 아니다.

 

토리데역 역명판

1시간보다 적은 시간만에 토리데역 도착. 이제 10:30 버스를 타고 이동할 차례다. 기린 맥주 공장까지는 210엔, IC 카드 사용 가능.

 

키린은 기린이고 토리데는 도리데가 아닌

기린 맥주 토리데 공장 도착! 나름 기린 맥주의 공장 중에서 가장 큰 공장이다. 견학의 경우,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해야 참가할 수 있다. 견학은 두 가지의 코스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코스는 시음이 35분이지만 부정기로 열리는 견학 코스의 경우 시음이 45분으로 조금 더 길다. 이번에는 후자가 시간이 딱 맞아 예약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견학 및 시음 내용을 보면 500엔은 굉장히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토리데까지 가는 것도 일이긴 하지만. 

 

맥아

견학이 시작되면 간단한 영상을 본 후 공장으로 이동한다. 먼저 홉과 맥아를 먹어볼 수 있는데, 맥주에서 나는 특유의 쌉쌀한 맛과 특이한 향이 홉에서 오는 건지 처음 알았다. 조금만 부셔서 먹어봤는데도 맛과 향이 입 안에 계속 맴돌았다. 맥아는 일반 보리와 별 차이가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확실히 좋은 홉이 중요할 듯. 기린의 경우 이와테현 토노시에서 나는 홉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쓰였던 가마
현재 쓰이는 가마

다음에는 토리데 공장 한정으로 현재 맥주가 만들어지고 있는 곳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내부에는 과거 쓰이는 황동 가마와 현재 쓰이는 스테인레스 가마가 모두 있다. 후자의 경우 지금도 계속 가동되고 있다 보니, 내부가 아주 더웠다. 체감 온도가 거의 35도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홉의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났다. 더워서 잠깐만 보고 바로 나왔다.

 

이치방시보리와 니방시보리

이치방시보리(一番搾り) 맥주는 착즙 시 처음으로 흘러나오는 즙만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즉 처음에 나온 게 이치방시보리, 그다음에 나오는 게 니방시보리가 되는 것. 여기선 처음 나온 즙과 이후에 나온 즙(이때 완전한 니방시보리가 없어서 배합한 것을 줬다고 한다)을 모두 마셔볼 수 있었다. 마셔보니 이치방시보리가 훨씬 걸쭉하고 홉의 향이 강하며, 매우 달았다. 마치 맥주 리큐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개인적으로 소다와리로 먹으면 매우 맛있을 것 같았다. 이에 비해 니방시보리는 아주 평범했다. 좀 진한 보리차 느낌?

 

이후에 VR로 공정 과정을 보는 것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허접해서 웃겼다.

 

일반, 프리미엄, 흑맥주, 생맥주

그렇게 견학이 끝나고 이치방시보리 일반, 프리미엄, 흑맥주, 그리고 생맥주를 마시는 45분간의 시음 시간이 찾아왔다. 일단 생맥주의 경우 기린 내부의 직원 중 맥주를 서브하는 과정에 대한 특별한 코스를 수료한 직원인 브루어리 드래프트 마스터가 따라주는데, 개인적으로 이게 정말 맛있었다. 크래프트 맥주 말고 마셔본 시판 맥주중에 가장 맛있었던 듯. 특히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아주 좋았다. 생맥주를 마시다 보면 이치방시보리 일반, 프리미엄, 흑맥주의 세 가지를 테이스팅 할 수 있는데, 확실히 프리미엄이 맛있었다. 풍미가 좀 더 묵직하고 깊은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다만 일부 시기에만 판매한다고 하니 아쉬울 따름. 특히 수출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히야시 츄카

원래견학 후 역 근처의 '이세리' (니나 아님) 에서 밥을 먹으려 했으나 너무 덥기도 하고 시간도 애매해서 공장 바로 옆의 코라쿠엔 토리데점 (幸楽苑 取手店, 타베로그 3.01) 에서 냉 중화소바 (히야시 츄카) 를 먹었다. 막 들어간 곳이기도 하고 평점도 높지 않았는데, 생각보나 맛있었다. 면이 아주 꼬들꼬들했고 국물도 먹을만했다. 물론 엄청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여름에 먹는 히야시 츄카만 한 게 없는 듯.

 

토리데역으로 돌아가 13:34 카츠타행 조반선 열차에 탑승했다. 문제는 열차 도착 시간은 15:07인데 히타치 공원행 버스가 15:10이어서 조금 서둘렀는데도 타지 못했다. 그래서 좀 고민하다가 30분 기다리고 15:40 버스를 탔다. 어차피 이와키에서 할 것도 없었으니 늦어져도 상관은 없겠다 싶었고, 실제로 그랬다. 버스는 IC 카드 사용 불가하고 450엔이다. 

 

히타치 공원 입구

국영 히타치 해변 공원에 도착! 그런데 사람이 심각할 정도로 없어서 폐원했나 했다. 날씨도 구름이 좀 껴서 휑한 공원과 함께 우중충하고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공원 입장료는 450엔. 입구에서 조금 걸으면 자전거 대여소가 나오는데, 여기서 600엔에 자전거를 3시간 동안 대여할 수 없다. 어차피 도착 시간도 폐원 1시간 반 전이기도 했고, 그렇게 오래 있을 생각도 없어서 감수하고 빌리기로 했다.

 

미하라시 언덕의 정경
백일홍

자전거를 타고 조금 가다보면 나오는 넓은 언덕인 미하라시 언덕 (みはらしの丘). 계절을 잘 맞춰 가면 네모필라를 볼 수 있었으나 아쉽게도 여름에는 없다. 네모필라는 정말 보고 싶었던 것이, 그야 그럴게 정서가 요즘 사용하는 의상이 네모필라니까.. 그래도 대신 코키아와 백일홍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강렬한 인상의 네모필라와 달리 그냥 풀 같은 친구들이라 그렇게 이쁘진 않았다. 

 

코키아

그래도 뭔가 귀엽기도? 보면 복슬복슬하고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귀엽긴 하다. 만지면 억센 털을 만지는 느낌.

 

공원 앞 바다

자전거를 타고 사이클링 코스를 쭉 돌았다. 코스 일부 구간에서는 바다가 보여서 꽤 시원하다. 다만 날씨가 별로라 그렇게 이쁘진 않았다.

 

도로 표지판

멀리 도로의 표지판이 보였는데 윗부분만 보여서 그런지 꼭 표지판이 물에 잠겨있는 것 같았다.

 

팜파스가 핀 뿅뿅 서클

팜파스가 피어있는 회전교차로가 있는데, 이게 드넓은 초원이 아니라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좀 귀여웠다. 장소 이름부터가 뿅뿅 서클이라 더 귀여웠다고 느낀걸지도? 배경에 관람차와 롤러코스터가 있는 작은 놀이공원 시설이 보인다. 이렇게 공원을 쭉 둘러봤는데, 확실히 여름의 애매한 시기였기도 하고 비도 살짝씩 내리는 흐린 날씨여서 그런지 이쁘진 않았다. 계절을 상당히 타는 곳인 듯.

 

이와키행 조반선 열차 내부

다시 카츠타역으로 와 18:21 이와키행 조반선 열차에 탑승했다. 도착이 19:45라 매우 늦은 시각이었다. 그에 걸맞게 열차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불편하지 않게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조반선 특인진 모르겠는데 의자가 불편하지가 않다. 열차는 오래 탔는데 허리가 아픈 적이 없었단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와키의 니혼슈
다이콘오로시와 시라스 / 죽순김치

대충 숙소 근처의 이자카야인 정열이자카야 쟈쟈우마 (情熱居酒屋 じゃじゃ馬, 타베로그 3.04) 에 가봤다. 사실 오뎅을 먹으러 갔는데 여름이라 팔지도 않았다. 그 점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요리는 다 평범하게 먹을만했다. 시라스라던가, 김치라던가, 생선 구이라던가 전부 딱 안주로 적당한 맛이라 좋았다. 이와키의 니혼슈도 추천받아 두 잔 정도 마셨는데, 요것도 꽤 나쁘지 않았다. 크게 드라이하지 않고 깔끔한 준마이였다 점내도 평범히 작은 로컬 이자카야 느낌. 깨끗하진 않다. 그런데 핵심은...

 

키즈나 아이 인증샷 / 용과 같이 촬영 현장

일단 키즈나 아이가 다녀갔다(?)고 한다. 실제로 찾아보니 키즈나 아이가 후쿠시마 투어하는 방송이 있었는데 거기의 일환인 듯. 아쉽게도 제대로 된 영상을 찾을 순 없지만 진짜긴 하다. 그리고 이번에 나오는 드라마인 「용과 같이 ~비욘드 더 게임~」의 촬영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주인 아저씨가 아주 자랑스러운 듯이 썰을 푸는데 웃겼다.

 

이것 말고도 옆자리에 앉은 회사원들이 셀트리온 일본 지부 소속이라던가, 어떤 아저씨는 갑자기 마술쇼를 시작한다던가, 점내에 귀여운 고양이 3마리가 왔다 갔다 거렸다던가 스토리가 한두 개가 아니다. 김건희가 성형 많이 한 거 맞냐고 물어보는 아저씨도 있었다(?). 그야말로 로컬 술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어지러움. 그리고 나왔더니 갑자기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