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1)
일단 바쿠로초역에 들러서 홋카이도&동일본 패스를 샀다. 5일권 11,330엔으로 JR 동일본, JR 홋카이도 및 일부 제3섹터 노선의 보통열차를 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와테현에서 도호쿠 본선을 타고 올라가다가 아오모리현의 하치노헤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두 노선의 사이에서 IGR 이와테 은하철도와 아오이모리 철도라는 제3섹터 노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와 같이 고립 노선에 한해 사철을 이용할 수 있다. 청춘 18 티켓과 달리 개찰기에서 인식이 되기도 한다. 아무튼 이 패스에 맞춰 이번 여행계획을 세웠다. 도쿄부터 시작해 홋카이도까지 쭉 올라가며 도호쿠여행을 하기엔 이만한 패스가 없다. 대충 정직하게 경로만 따라가도 효율이 100%은 쉽게 넘는다.
킷사 유우라쿠 (喫茶ゆうらく, 타베로그 3.46)에서 가볍게 아침. 빵에 햄이 들어있는 미니도그와 아이스 커피를 마셨다. 검 시럽이 들어간 커피가 아주 맛나서 잠도 깨고 기분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준킷사답게 분위기도 좋고 느긋하니 하루의 시작으로 참 좋은 곳이다 싶었다.
아사쿠사바시역에서부터 패스를 개시, 짧은 구간이지만 아키하바라역까지 소부선을 타고 갔다. 역시 나오자마자 보이는 건 블루아카 광고판들. 이번에 출시된 치리나와 치모에의 메모리얼이 걸려있다.
아침에 와서 그런지 살면서 본 가장 텅 비어있는 아키바였다. 거리에 이 정도로 사람이 없는건 본 적이 없었다. 원래는 한국인, 중국인, 서양인이 대부분에 일부 일본인이 있다면 이때는 그냥 아무도 없는 수준. 꽤나 새로운 경험이었다. 물론 한 시간이 지나자 원래 내가 알던 아키바로 돌아왔다. 사람에 치이는 곳.
할 것도 없겠다, 라디오 회관 오픈런이나 해봤다. 근데 이게 말이 오픈이지 내부 점포는 거의 문을 닫은 상태라, 사람도 없고 연 점포도 없는 이상한 상태였다. 그냥 슬쩍 둘러보고나 나왔다. 루미너스 스트리트의 望月 うる라는 친구의 인형이 있었는데 좀 귀여웠다. 어떻게 보면 구체관절인형은 일반적인 스케일 피규어보다 상당히 가성비가 좋은 것 같기도 하다.
토게토게 싸인도 있고 사랑하는 소행성 완결 기념 작가 Quro의 색지도 있었다. 이번에 사랑하는 소행성에서 이름을 따온 COIAS (Come On! Impacting ASteroids) 라는 소행성 찾기 프로그램에서 소행성 하나를 발견했는데 이름을 Ao라고 지었다고 들었다. 물론 사랑하는 소행성의 주인공 마나카 아오에서 따온 것. 여러모로 대단하다.
애니메이트에는 유루캠 콜라보 이벤트 스페이스도 있었다. 스테인리스 팬을 파는 것 같았는데, 참 귀엽긴 한데 난 쓸데가 없을 것 같아서 눈으로 구경만 슬쩍하고 나왔다. 이후에는 빅카메라에서 이번에 출시된 픽셀 9나 만져봤다. 역시 구글의 애니메이션도 엄청 부들부들했다.
이 글을 쓰는 날 기준 타베로그 기준 전국 돈카츠집 8위에 달하는 돈카츠 케이타 (とんかつ けい太, 타베로그 3.91) 에 왔다. 사실 나리쿠라를 가려고 했는데 이 날 휴업이라 예약 자체를 못했다. 케이타는 예약이 아주 널널했다. 여기서 먹은 건 당연히 가장 유명한 특상 히레. 큼직한 히레 6조각이 나오는데, 진짜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육즙이 넘친다. 지금까지 먹었던 히레는 대부분 퍽퍽하고 오버쿡 된 느낌이 강했는데, 여긴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고 고기 품질도 너무 좋아서 아주아주 만족스러웠다. 완벽에 가까운 히레카츠인듯. 기존 내 인생 카츠집이었던 시즈오카의 스이엔도사이보다 조금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남는 시간에 카후 팝업스토어 花譜の夏祭り가 열리고 있다길래 가봤다.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요요기역에서부터 걸어갔다. 물론 지하철을 타면 되지만 패스를 들고 있는 자에겐 불가능한 길. 가는 길이 엄청 더웠지만, 그래도 내부는 아주 한적하니 시원해서 좋았다.
다양한 소품도 있고 카후쨩 아이스크림도 팔았다. 다만 너무 비싼 것 같아서 구경만 했고, 대신 장패드를 샀다. 지금 생각하면 장패드가 훨씬 비싸니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아무튼 꽤 넓은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서 재밌었다. 그 와중 내가 입고 있던 니나의 불등교 티셔츠를 점원이 알아보고는 걸밴크 재밌냐고 물어봤다.
카와사키로 가기 위해 팝업스토어에서 하라주쿠역까지 걷던 도중, 하라주쿠역의 궁정 플랫폼 (하라주쿠역 측부 승강장) 이 나타났다. 황실 전용 플랫폼인데, 2001년에 마지막으로 사용되고 이후에는 황실의 이용은 없다고 한다. 내부를 보면 확실히 낡은 티가 나고,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 풀도 막 자라 있어 평범한 폐 플랫폼 같아 보인다.
울타리에는 언제 걸린건지 모르는 주차장 관련 안내판(?)이 붙어있다. 아무튼 하라주쿠역을 뒤로하고 카와사키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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