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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301 간토, 야마나시, 간사이, 규슈

2301 일본 | #16 - 유후인

by saika.stella 2023. 1. 22.

1월 19일

사실 특급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하카타에서 유후인까지 가려고 했으나, 유후인노모리가 이미 매진된 상태였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특급 소닉(13호)을 타고 갔다. 가고시마 본선과 닛포 본선에서 달리는 특급 소닉을 타고 오이타까지 간 후, 오이타에서 큐다이 본선을 타고 유후인까지 가는 일정이다. 물론 이렇게 가면 직통인 유후인노모리에 비해 시간이 좀 많이 오래 걸리긴 하는데, 이렇게 가지 않으면 갈 방법이 사실상 없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아니 내 유후인노모리가!!

 

소닉의 내부 모습

오이타까지 갈 때 탄 소닉은 굉장히 많이 흔들렸다.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때까지 타 본 열차 중에 진동이 가장 심했던 것 같다. 다시 소닉을 타겠냐고 물어보면 전혀. 그나마 흥미로웠던 것은 노선이 바뀌는 코쿠라역에서 좌석의 방향을 직접 바꾸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창가 좌석이 복도쪽 좌석이 되기도 했다. 갑자기 다들 일어나서 익숙하게 좌석 돌리는게 어이가 없었다. 몰카인줄.

 

멘타이코 규동(?)

아무튼 어떻게든 진동을 견디며 에키벤을 먹었다. 대략 명란젓과 규동을 적절히 섞어 놓은 것 같은 도시락이었는데, 정말 무난하게 맛있었다. 딱 도시락만큼 먹기에 알맞은 양이라고 생각한다. 명란도 적절히 짰고, 규동도 맛있었다. 

 

진입하는 큐다이 본선 열차
키하 220형 동차의 내부

오이타역에서 내린 후, 큐다이 본선을 타고 유후인역까지 이동했다. 큐다이 본선에 사용되는 220형 동차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타보는 디젤동차였다. 기름 냄새가 꽤나 났고, 시골 노선이라는 느낌이 뚜렷이 들었다. 물론 만약 타게 되었을 수도 있는 JR 미노부선보다는 덜하겠지만, 어쨌든 시골의 노선 느낌이 나서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름 크로스시트와 롱시트가 둘 다 있어 장시간 타기에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다. 다만 표정속도가 엄청 느려서 어쩔 수 없이 오래 타야 하긴 한다. 그래도 빨간색은 이쁘다.

 

유후인역에서의 풍경

드디어 유후인역에 도착했다. 유후인역에 도착한 후 처음 든 생각은 여기가 일본이 맞냐는 생각이었다. 수상할 정도로 주변에 한국인이 많았다. 거의 90%가 한국인인 느낌. 거의 도톤보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인 투성이었다. 뭐랄까 우리나라에 있는 일본문화마을? 그것 외에는 거리의 느낌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나름 잘 꾸며놓은 일본 거리의 느낌이 나서 좋았다. 료칸의 송영 차량은 15시로 예약했고 열차가 도착한 것은 약 12시~13시 정도였기에 주변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워야 했다.

 

유후인 버거

점심으로는 '유후인 버거하우스 (ゆふいんバーガーハウス)'에서 파는 유후인 버거를 먹었다. 버거는 지극히 평범한 수제버거의 맛이었다. 그다지 특이한 것도, 별로인 것도 없는 맛이어서 그다지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나름대로 맛있었다.

 

이후 료칸 '여명 (湯布院温泉 ひすいの宿 黎明)'으로 향했다. 다만 15시 송영 차량을 예약했으나 무려 30~40분 동안이나 오지 않았다. 예약중개사이트에서 알려준 료칸 측 연락처로 연락해 보아도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진짜 이때 얼마나 빡쳤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료칸은 전화를 더럽게 안 받고 다른 손님들은 각자 료칸으로 다 떠났고 우리만 남았었다. 진짜 미친건가

 

그렇게 계속 기다리다가, 중개사이트 측과 연락하여 그쪽에서 다시 료칸에 연락한 결과, 겨우 송영 차량이 왔다. 료칸 측에서는 자신들은 계속 역 주변에 있었는데 우리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30분 동안 기다리며 그러한 차량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것도 우리는 안 보이는 곳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역 바로 앞에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다 차 타고 가더만...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에휴 진짜

 

료칸에 체크인을 하니, 자신들이 송영차량을 제대로 보내주지 않았으면서 체크인이 다른 팀에 비해 늦었다는 이유로 가족탕 예약 및 저녁 예약을 부득이하게 제한된 시간(체크인 후 거의 바로였다)에 밖에 할 수 없었다. 아니 이건 진짜 아니잖아? 내가 두번 다시 여기 가나 봐라 진짜... 물론 돈을 내고 예약한 이상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으나, 찜찜한 부분은 없어지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방에 짐을 놓고 바로 가족탕으로 갔다. 가족탕은 확실히 프라이빗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다만 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 차가운 물을 열심히 공급해 온도를 낮추고 들어갔다.

 

카이세키 요리

저녁은 료칸에서 준비한 카이세키 요리였다.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저렴한 료칸이다 보니 막 맛있지는 않았다. 예전에 여기보다 좋은 료칸에서 카이세키 요리를 먹은 적이 있기에 괜히 비교되었는데, 아무래도 (당연히) 거기가 더 맛있었다. 그리고 여기는 탁자에 앉아 먹는 방식이라 낭만도 별로 없었다. 예전에 먹었을 때는 다다미에 앉아 대접받으면서 먹어서 그런지 좋은 기억이 있다. 아무튼 밥을 먹은 후 대중목욕탕에 들어갔는데, 개인적으로 이곳의 분위기와 물 온도가 가족탕보다 나았던 것 같다.

 

진짜 이날이 걍 운이 없는 날이었던 것 같은게, 어디에 부딛혀서 발을 다쳤다. 나 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