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쿠마모토에서 카라츠로 이동하는 날이다. 원래는 큐슈 신칸센 미즈호를 타고 가려고 했으나 시간을 늦추어 사쿠라를 타고 갔다. 개인적으로 큐슈 신칸센 중 사쿠라와 미즈호의 가장 큰 특징은 당연 차내 차임음과 발차 멜로디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무카이야 미노루가 작곡한 곡들인데 일반적인 차임음과는 비교가 안 된다. 예를 들어 도카이도 신칸센의 ambitious japan은 단 하나의 악기만을 사용했다면, 큐슈 신칸센의 곡들은 정말 풍부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무튼 그렇다. 영상에 나오는 첫 번째 노래는 아직도 기억이 잘 난다. 들으면 여행간 생각 나서 괴롭다. 흑흑 또 갈래.. 역시 무카이야 미노루. 참고로 이분이 만든 토자이선 멜로디도 아주 좋다.
이후 신토스역에서 특급 카사사기를 타고 사가역으로 이동한 다음, 거기서 카라츠선을 타고 카라츠역에 도착하였다. 두 번이나 갈아타야 했고 여정도 짧지 않았지만, 많은 열차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일단 카사사기의 경우 885계 전동차를 사용했는데 워낙 짧게 타서 그런지 별로 기억이 안 나고, 카라츠선의 경우 디젤동차인 만큼 진동이 좀 있었다. 아무래도 신칸센이랑 카라츠선을 같은 여정에서 타니 두 열차가 비교될 수밖에 없던 듯?
카라츠역에 도착하니 바로 좀비랜드사가의 판넬이 보였다. 토요사토 급 까지는 아니긴 한데 만만치 않다.
카라츠에서 묵은 호텔은 '그랜드 베이스 카라츠에키미나미 (グランドベース唐津駅南)'로, 건물 하나에 총 3개의 호실이 있는 작은 멘션 느낌의 호텔이다. 방이 넓고 TV도 스마트 TV라 편리했으며, 주방과 환풍기도 쓸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딱 4명이서 묵기에 안성맞춤인 느낌이었다. 요리해서 술과 같이 먹기에도 좋고. 다만 전 손님이 남기고 간 음식물이 냉장고 안에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아무튼 호텔에 짐을 놓은 후 카라츠 나름의 메인 거리(?)인 쿄마치에서 좀 걸었다.
거리 안쪽의 골목에 위치한 식당인 '카조쿠테이 아즈마 (家族亭あづま)'에서 식당의 이름과 같은 카조쿠테이 정식을 먹었다. 총 6개의 반찬과 밥, 국으로 구성된 정식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알찼다. 음식을 주문할 때는 이렇게 푸짐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양도 푸짐했지만 맛도 있었는데, 먼저 회는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답게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회 자체는 이번 일본 여행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계란말이가 아주 부드럽고 달았다. 고기 볶음과 해파리냉채 등도 맛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국이 정말 좋았다.
아즈마?
여기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자면, 일본은 항상 국이 맛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김밥천국에 가면 전형적인 장국을 준다. 그 아무런 토핑도 없는 장국말이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싼 음식을 시켜도 기본적으로 미소 된장국을 준다. (물론 안 주는 곳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장국보다 훨씬 맛있다. 우리나라도 좀 본받으면 좋겠다. 국을 그런 걸 주면서 밥값이 싼 것도 아니니...
점심을 먹은 후에도 호텔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카라츠역 주변에 위치한 카페 'Cafe/Bar Diro-ディロ- (디로)'에서 크림 브륄레를 먹었다. 내 최애작들 중 하나인 와타오시(내 최애는 악역영애)에서 꽤나 의미 있는 요리로 나오는 크림 브륄레였고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매우 기대했는데, 안쪽의 차갑고 부드러운 식감과 바깥쪽의 따뜻하고 바삭바삭한 식감이 매우 잘 어우러져 맛있었다.
호텔에 체크인한 후 좀비랜드사가에 등장한 카라츠시 역사 민족 자료관으로 이동했다. 작중에 프랑슈슈의 숙소로 나온 곳이고, 이름대로 원래는 박물관이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휴관 중이라는 것 같았다. 요즘 건물이 아니기도 했고 비까지 와서 그런지 꽤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건물 창문을 자세히 보면 사쿠라, 사키, 준코의 흉상인 것처럼 해놓은 무언가가 있는데, 그냥 보면 진짜 무섭다. (자세히 보면 그냥 흉상에 가발이랑 얼굴 천을 덮어놓았다. 이게 무슨...) 그냥 안 보고 자세히 봐도 어이가 없다. 그리고 다른 쪽에는 좀랜사 포스터가 붙어있다. 덕분에 딱 봐도 좀랜사 성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건물 앞 공터에서는 사쿠라가 그려진 맨홀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공터에는 작중에 등장한 놀이터가 있었을 터인데 이걸 가지고 놀다가 부셔먹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미친건가? 이후 카라츠역으로 다시 돌아갔고, 그 근처에서도 타에가 그려진 맨홀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이때부터 비가 생각보다 세차게 왔고 날씨까지 추워서 좀 그랬다. 어떻게든 카라츠역 근처에서 사가규를 사다가 숙소로 복귀했고, 직접 구워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여담으로, 이날이 우연히도 '사가 버스 마룻토 프리 DAY (さがバスまるっとフリーDAY)'이었다. 올해 1월과 2월의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버스비를 받지 않는 캠페인인데, 그걸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카드를 찍어서 돈이 나갔다. 얼마 안하지만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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