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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301 간토, 야마나시, 간사이, 규슈

2301 일본 | #18 - 아소산, 카와세미 야마세미

by saika.stella 2023. 1. 23.

1월 21일

카와세미 야마세미
카와세미 야마세미의 승무원들

아소산에 가는 날이다. 이를 위해 쿠마모토역에서 특급 카와세미 야마세미를 탔다. 원래는 아소보이!를 타려고 했으나, 알아보니 아소보이 대신에 별로 재미없는 큐슈횡단특급만이 운행한다고 하여 열차를 바꾸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아소보이도 그 나름대로의 특이함이 있긴 한데, 카와세미 야마세미는 진짜 신기했던 열차기 때문이다. 열차 GOAT.

 

카와세미 야마세미의 내부

카와세미 야마세미의 내부는 일반적인 열차와는 매우 달랐다. 키하 40계 전동차는 고물이지만 내부를 이렇게까지 개조해 놓으니 이게 어딜봐서 고물열차냐. 일단 탈 때부터 편백나무 냄새가 났고, 좌석은 열차보다는 카페나 바를 떠올리게 했다. 창문가에 있는 좌석을 보면 그다지 기차 같지가 않다. 이번 여행에서 타는 열차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열차가 될 것 같았고, 실제로 그랬다.

 

우메뽕

열차 안에 실제로 바가 있어 그곳에서 술을 살 수 있었다. '우메뽕'이라는 술을 마셨는데 달고 맛있었다.

 

스위치백 구간을 안내하는 승무원

카와세미 야마세미가 달리는 호히 본선의 구간에는 스위치백 구간이 있는데, 승무원들이 이 구간에 진입하기 전과 후에 스위치백과 관련한 자세한 안내를 해주었다. 대략 190m의 고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스위치백 운행을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생각보다 자세했고 직접 팻말까지 들고 안내해 신기했다. 우리나라에는 스위치백 구간만을 운행하는 어트랙션(?) 느낌의 시설이 있는 걸 생각하면...

 

아소역
아소산상터미널에서 바라본 화구

아소역에 내리고 버스를 타 아소산상터미널로 향했다. 여행 가기 몇 달 전부터 계속 아소산 화구의 진입 가능 상태를 살폈는데 이날도 역시나 진입금지였다. 그래서 터미널까지만 버스를 타고 주변을 살짝 둘러만 보고 내려오게 될 줄 알았고, 실제로 터미널에서도 그냥 내려오려고 했다. 그런데 터미널에서 버스 승차장 주변이 살짝 어수선해지더니, 진입금지가 풀렸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나카타케 화구

버스를 타고 나카타케 화구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약간의 유황냄새가 느껴졌다. 살짝 위로 걸어 올라가니, 화구 내부에서 엄청난 양의 김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양이 꽤 되어 화구 내부의 칼데라호를 볼 수는 없었지만, 이미 연기만으로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뿜뿜 뿜어져 나오는 연기와 함께 화구 주변을 걸으니 이게 지구과학2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구경하고 슬슬 내려가려는데 연기의 양이 갑자기 증가하여 내가 서 있던 곳까지 직접 도달했다. 그러자 삐용삐용 거리며 황색경보가 울리더니 매우 강한 유황냄새가 코를 찔렀다. 진짜 썩은 계란 무더기에 있는 느낌? 다들 버스로 돌아가길래 따라갔다.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솔직히 살면서 화산 연기에 둘러싸일 일이 얼마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다시 화구 진입금지 됨.

 

큐슈횡단특급

다시 쿠마모토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큐슈횡단특급을 탔다. 큐슈횡단특급은 특급 유후와 동일한 동차인 키하 185계를 사용하기에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냥 유후2. 엄청 흔들려서 탑승감 답 없는 그대로다. 그래서 그런지 열차 내에서 그냥 계속 잤던 것 같다.

 

개표기를 뜯는 역무원

쿠마모토역에서 역무원이 개표기를 뜯는 모습을 보았는데 신기했다. 어디에 투명 개표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돈카츠

쿠마모토역으로 돌아온 후, 옆의 AMU에 있는 '카츠레츠테이 (勝烈亭 アミュプラザくまもと店)'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곳은 전날 호텔의 종업원 쿠로키 씨가 추천해 준 돈카츠집으로, 주변에서 꽤 유명한 것 같았다.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있었는데, 먹었던 돈카츠 중에서 충분히 상위권에 들만한 맛이었다. 고기의 질도 좋았고, 소스와도 잘 어울렸다. 전에 야마나시에 먹은 게 돈카츠의 신이라면, 여기는 딱 돈카츠의 왕도 느낌.

 

바의 풍경
GEISHA

이후 'YOUTH'라는 바에 가서 수제 맥주를 두 잔 마셨다. 우주 비어의 GEISHA와 DD4U의 Yuzu Buro였는데, GEISHA는 맥주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포도 스무디에 가까웠다. 그래도 내가 원하던 우츄비루의 맛은 아니었다. 앞으로 한 번이라도 더 우츄비루의 맥주를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었다. 윽.) Yuzu Buro는 홉의 향이 강했는데 거기에 유자의 향도 적당히 더해져 마시기 좋았던 것 같다. 홉과 유자가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진 않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유자는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