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이날은 마땅히 할 게 없었기 때문에, 아베무지카 애니에 나온 아카바네 부근을 가보기로 했다. 일단 그전에 가는 길에 있는 오지역으로 가서 소요가 사키코에게 매달리는 그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을 가게 되었다. 역에서 내려 오르막을 오르면 신칸센 선로가 어렴풋이 보이는데, 여기서 조에츠 신칸센과 도호쿠 신칸센을 볼 수 있었다. 신칸센 외에도 다양한 열차를 볼 수 있어서 나름 재밌는 곳이다.

오지역 바로 옆에 있는 아스카야마 공원에는 D51 853이 보존되어있다. 나름 기관실 내에 들어가 볼 수 있게도 해놓았는데, 주변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어서 상당히 뜬금없게 느껴지긴 했다.


그리고 아스카야마 공원 안에는 마이고에서 소요가 사키코 바짓가랑이에 매달렸던 그곳이 있다. 특히 이 장면은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화제였지만 중화권에서 더욱 인기였어서, 장면 자체의 인기를 넘어 밈이 되기도 하고 소요사키 커플링의 상징적 장면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 곳에 있으니 참 묘했는데, 이곳 역시 주변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어 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오지역 바로 앞에는 토덴 아라카와선 아스카야마역이 있는데, 이게 도로를 완전히 가로질러 턴하는 느낌의 선로로 되어있어 때를 잘 맞추면 도로 한복판에 위치한 노면전차를 구경해 볼 수 있다. 심지어 육교도 있어서 보기 참 좋다. 물론 이 육교도 방도리 성지긴 하다. 다만 1기에 주로 등장한 곳이라 그렇게 큰 감흥은 없다.



그리고 오지역에서 자전거를 타고(당연히 헬로 사이클링) 아카바네역 방면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다보면 시모역 도착 조금 전에 아카바네 경찰서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사키코의 아버지가 맨날 술먹고 잡혀간 그곳이다.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곳. 여기 경찰관들은 갑자기 뭔 오타쿠들이 경찰서를 찾아오는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참 감도 안 온다.

점심은 아카바네 경찰서에서 좀 가면 나오는 수타우동 스미타(手打うどん すみた, 타베로그 3.80)에서 해결했다. 타베로그 기준 도쿄도내 우동 3위에 달하는 가게다. 이렇게 유명한 곳이면 당연히 면의 상태를 보기 위해 붓카케 우동을 주문할 수밖에 없다. 확실히 면은 쫄깃하니 좋았지만, 엄청날 정도로 흥미롭지는 않았고 평범보다 살짝 좋은 정도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 우동은 강남의 오도로키에서도 충분히 맛볼 수 있다고 생각. 물론 맛있었다.


그렇게 아카바네역 방면으로 가다보면 역 앞 상점가가 나오는데, 이곳 역시 아베무 애니에 등장한 곳이다. 경찰서에서부터 아버지를 이끌고 사키코가 걸어온 곳인데, 자전거로 가야 그냥저냥 적당한 거리라 나름대로 참 힘들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거리가 많아서 헷갈리기는 하지만 왼쪽 특유의 나무 사이에 껴있는 등(?) 간판으로 여기가 맞음을 알 수 있다.


역 서쪽에는 벤텐자카(弁天坂)가 있는데, 꽤 경사가 가팔라서 전기 어시스트 없이는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게 최선일 정도다. 그리고 사키코는 이 길을 지나가며 신문배달을 했다. 아무래도 가난해서인지 그냥 자전거만 가지고 있었기에 당연히 내려서 올라갔다. 저 나이에 꼭두새벽에 이런 길에서 신문배달이라니 참...

그렇기 때문에 나도 사키코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신문배달을 해봤다.


벤텐자카를 오르면 나오는 키타구립 츠루가오카 아동 놀이터(北区立鶴ヶ丘児童遊園). 이곳 역시 사키코가 신문 배달을 하며 지나간 곳으로, 특히 애니에서는 비바람을 뚫고 간 곳으로 나온다.


여기 역시 멀지 않은 곳. 신문배달하며 지나간 곳이다. 사키코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아무튼 그렇게 아카바네역으로 돌아가 자전거를 반납한 후, 도쿄에 오면 연례행사마냥 가는 아키바로 향했다.

이즈샤보텐 공원에서 발표된 세이아 실장에 맞춰 세이아가 역에 걸려있었다. 드디어 말을 할 수 있다니 감격스럽겠구나

뭔가 당연히 방문하는 아미아미. 개인적으로 라이자가 인상적이었는데, 어째 올때마다 라이자는 피규어 종류가 늘어나는 것 같다. 물론 그만큼 인기가 있는 것 같기는 하나 어째 일레이나가 생각나는 건 기분 탓? 이외에 그냥저냥 돌아다녔는데, 아무래도 걸밴크나 마이고 굿즈가 거의 없어서 그다지 재미있진 않았다. 그나마 토모 뱃지랑 아크릴 한점 정도만 건졌을 뿐. 걸밴크 굿즈를 목표로 한다면 아키바역 아트레가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게이머즈 정도.

저녁은 나카메구로에서. 아래의 antonic에 가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찾게 된 곳인 멘야 미캉(麺や みかん, 타베로그 3.68)에서 식사를 해결하게 되었다. 이곳은 쇼유 츄카소바가 메인인 곳인데, 고등어를 국물에 사용한 건지 묘한 해산물의 맛이 느껴져 색달랐다. 그렇다고 비린내가 있는 건 아니고, 일반적인 쇼유라멘에 더욱 풍미를 더해줘 즐겁게 먹을 수 있게 하는 맛이라 좋았다. 나름대로 맛집일 듯.




그리고 방문한 대망의 Antonic. 무려 진토닉만 파는 곳이다(정확히는 진의 니트, 온 더 락, 소다와리, 소닉 등도 팔지만). 이곳에만 진이 말도 안되게 많아서 사실상 생각하는 모든 종류의 진을 마셔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득인 것은, 90분에 4000엔을 내면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는 점(Taste&find 코스). 물론 라스트 오더는 60분이지만 상당히 넉넉하게 봐주시는 느낌이라 4~5잔은 충분히 마실 수 있다. 잔 당 가격은 원래 900엔부터 1500엔까지도 받지만 노미호다이로하면 확 싸진다.
이곳에서 마시거나 향을 맡아본 진은 다음과 같다:
- Holon 진 미캉(蜜柑) : 귤 맛이 나서 시트러스하니 취향.
- Holon 진 아메(雨) : 비 온 뒤 흙 맛이 나는데, 특이하니 맛있다.
- 킷카 진 : 쌀 술 맛이 난다. 특이함.
- The Juniper Tree : 가장 특이함. 한약 맛?
- Broken Bones
- Never Never - Pink pepper 진 : 후추 맛. 하이볼 같다.
- Never Never - Beeswax & olive 진
- Never Never - Oyster shell 진 : 딱히 굴 맛 안남.
- Semis 진 : 차 맛?
- Silent pool 진 : 좋아하는 진. 시트러스하다.
- Burdon 진 : 민트 맛이 엄청 강하다.
- Gin Mare : 로즈마리 느낌. 옆옆자리 여성분 추천.
- Stilldam 'ing...' 마티니 전용 진 : 엄청 신기함.
- Wild forest 진 : 아메처럼 흙 느낌?
- Bear's book 진 : 쿠마(Bear) 모토(本 - Book)라고 함.
- Hendrick's Flora adora 진 : 향수다 향수
- Kyoto Ebisu 진
- Ophir 진 : 카레 향. 진짜 특이하다. 근데 과하지 않음.
- Pan Am 진 : 아주 무난한, 기본기를 지킨 진. 항공 만세
진짜 말도 안 되게 많이 경험해 보았다. 저 중에 실제로 마신 진은 10종류 이하지만, 아무튼 향이라도 맡아본 게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되었다. 바텐더분께서는 이런 진을 전부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고 향을 맡아보는 걸 도와주시기에 진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가볼 만한 곳이다. 아주 강력히 추천. 여기서 진을 엄청 경험해 본 다음 일본에서 술을 사가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Holon 진 아메와 킷카 진, The Juniper Tree, Ophir 진 정도가 있다. 이 진들은 전부 리큐어 샵에서 보이면 풀매수할 듯. 이외에 Silent pool gin은 원래 좋아한 진이었고. 아무튼 개인적으로 진을 좋아하는 입장으로써, 도쿄 최고의 바였다.
손님들도 점잖은 분들이나 재밌는 분들 뿐이었고, 옆자리와 옆옆자리에 앉은 여성분들과 재밌게 술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할 수 있었고, 다른 옆자리에 앉은 남성분과는 뜬금없이 한국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여담으로 오직 이곳만을 오기 위해 방문하신다는 한국인 단골 여성 손님이 계시다고 들었다. 나중에 만나면 재밌을 듯.
아베마이 합동 라이브에 당첨된다면 4월에 도쿄를 갈 때 반드시 다시 방문할 것이다. 무조건.
1월 22일
귀국편은 12시 30분 나리타발 인천행 에어프레미아 732편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적당히 액세스 특급 시간 맞춰서 탑승했는데, 가던 도중에 비행기가 연결편 문제로 한 시간 지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니 이럴 줄 알았으면 도내 요시노야라도 갔는데 상당히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기에 나리타 공항 내 요시노야를 가게 되었다.

그렇게 지연된 항공편을 타고 귀국. 사실 에어프레미아가 LCC 중에서 가장 괜찮다고 하기에 기대했는데, 장단점이 있었다. 일단 단점부터. 3-3-3 배열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래서 양옆이 좁은 느낌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내에 결로 현상으로 인한 누수(?)가 있었는데, 난 몇 방울 젖는 걸로 끝났으나 앞자리는 5초에 한 방울 떨어지는 꼴이었다. 그래서 캐빈크루분들께서 나름대로 조치를 해주셨다.

장점은, 무엇보다 좌석의 앞뒤간격이 넓다는 것. 레그스페이스가 다른 LCC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매우 넓다. 덕분에 앞뒤공간은 여유롭게 활용하며 편하게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쿠키와 커피 또는 물을 주는데, 후자는 그렇다 쳐도 전자가 정말 맛있다. 따로 팔지 않는지 알아보고 싶을 정도.
그렇게 무사히 귀국했다. 라이브 당첨이 되지 않는다면 아마 다음 일본여행은 8월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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