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아침에 일어나 해변까지 슬슬 걸어 시모다온천 해유족탕(下田温泉 海遊の足湯)으로. 시마 린이 가다가 멈춰 쉰 곳이다. 평범한 해변에 조성된 산책길? 공원? 같은 곳에 뜬금없이 있는 족탕이라 상당히 묘하다. 처음엔 오히려 방치된 게 아닌지 의심했을 정도. 그러나 멀쩡히 운영되고 있고 물은 적당히 따뜻해서 좋았다. 사람도 거의 없다.
점심은 Cafe & Hamburger Ra-maru(타베로그 3.49)에서. 전날 먹은 회전초밥 집 밑층에 위치한 햄버거 가게이다. 유루캠에서도 다들 먹는 장면이 등장. 대표 메뉴는 당연 금눈돔 버거로, 튀기고 소스를 마른 큼직한 금눈돔이 들어가고 야채와 치즈가 올라간다. 번을 꾹 눌러서 먹으면 저 소스와 금눈돔의 부드러운 살이 엄청 잘 어울려서 너무 맛있다. 솔직히 별로 맛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일본에서 먹은 음식 중 손에 꼽게 맛있는 듯. 짭짤하니 좋았다.
대충 주변을 둘러보다가 슬슬 시간이 되어, 이즈큐시모다역에서 11시 40분 아타미행 이즈급행선 보통 열차를 탔다. 원래대로라면 나름대로 이즈반도의 동해안을 달리는 열차라 바다의 풍경과 함께 다양한 섬들이 이쁘게 보였어야 했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다. 역시 여행은 날씨가 모든걸 좌우하는 듯. 아무튼 그래서 그냥 잤다.
이즈코겐역 도착 후 12시 45분 샤보텐 공원행 버스로 환승. 슬슬 한국인이 많아진다.
오무로산 도착! 오무로가가 생각나는 이름이다. 산 자체는 생각보다 굉장히 낮은 산인데, 애초에 지대 자체가 높은 곳에 위치하는 산이다 보니 해발 고도는 높아 실제로 막상 올라가면 꽤 높게 느껴진다. 다만 겨울이라 굉장히 휑하기도 했고, 산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모양새라 별 감흥은 없었다. 도대체 분석구 중앙에다가 활 쏘는 곳을 만들어놓겠다는 발상은 누가 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산은 리프트를 타야만 올라갈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런데 이게 스키장 리프트에 경사가 무진장 급한 느낌이라 꽤 재밌다. 다만 운임이 왕복 1000엔으로 저렴하지는 않다. 그렇게 대충 둘러보고 이동.
바로 옆의 샤보텐 동물원에 입장. 입장료는 무진장 비싸다. 일단 오무로산 리프트를 이용했다면 할인을 해주긴 하는데, 그래도 비싼 건 매한가지라 처음에는 별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그 어떤 동물원보다 동물들을 가깝게 만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철창이 없거나, 아예 케이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 놓는 등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가깝게 볼 수 있었다.
들어가면 귀여운 미어캣을 볼 수 있고, 카피바라가 있는 구역으로 들어가 카피바라를 직접 만져볼 수 있다.
귀여운 원숭이들도 있다.
새가 모여있는 곳인 버드 파라다이스(バードパラダイス)도 있다. 진짜 갖가지 새들이 아무 펜스도 없이 막 있는데, 언제 공격하는 거 아닌지 무서웠다. 나중에는 캥거루관도 있는데 여기에는 에뮤가 있었다. 엄청 크다.
유루캠에도 나온 유명한 카피바라 노천탕. 말 그대로 카피바라들이 노천탕을 즐긴다. 굉장히 커여운.
불변의 귀여움을 가진 랫서판다.
그래서 이제 뭐함?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엉이의 숲(フクロウの森)에는 많은 종류의 올빼미와 부엉이가 있는데, 문제는 얘들이 새장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 그냥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놈들이라 머리 위로 날아가기도 하고 난리가 난다. 심지어 무소음 비행을 하기 때문에 날아오는지도 모르고, 눈앞에 갑자기 등장하니 공포감은 배가 된다. 그래도 역시 멋있고 귀엽다.
이렇게 두 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동물원을 둘러봤다. 역시 샤보텐 특유의 거리감이 참 인상적이었다. 둘러보고 나오니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다만 계속 비가 왔던 건 흠. 아무튼 15시 43분 버스를 타고 다시 이즈코겐역으로 돌아간 후, 16시 19분 아타미행 이토선 직결 이즈급행선에 탑승. 다시 아타미에서 도카이도 본선으로 갈아타 오다와라역에 도착했다.
저녁은 오다와라 죠카마치 토리마츠(小田原城下町 鶏松, 타베로그 3.46)에서. 나름대로 지역에서 유명한 곳인지, 대기가 살짝 있었다. 여기서는 오리 차슈가 들어간 쇼유라멘이 메인인데, 아주 깔끔하면서도 밸런스가 맞는 쇼유라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제 오리 차슈가 굉장히 쫄깃하고 맛있었다. 이게 포인트인 듯.
주변에 갈 만한 곳을 찾아보다가 찾은 Bar carta. 분위기도 참 좋고, 금연인 것이 무엇보다 맘에 들었다. 진 토닉, 사이드카, 다이키리, 김렛 정도를 마시고 나왔다. 그런데 옆에 앉은 회사원분과 한두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나가려니까, 막상 저분이 이날 마신 모든 것을 결제하고 가셨다고 해서 굉장히 당황했다. 거의 5~6천엔 정도 어치 얻어마신 듯. 나중에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꼭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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