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사실 이 날 모리오카를 가는게 전부가 아니었다. 원래 센다이에서 모리오카를 들러 그 다음에 미야코로 향해 일본의 동해안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도쿄에 있을 때 모리오카에서 미야코까지 가는 야마다선이 폭우로 인한 선로의 변형, 토사 유입 등으로 인해 운행이 무기한 보류되었다는 뉴스를 봐서 (현재는 2개월 정도를 잡고 있다고 한다) 아주 급하게 모리오카의 숙소를 예약했다. 정말 억까도 이런 억까가 없다. 미야코 호텔도 무료 취소가 안되는데 한번 빠꾸 먹은 이후에 한번 더 시도해서 겨우 무료 취소하는데에 성공했다.
아무튼 모리오카로 향하기 위해 우선 08:11 코고타행 도호쿠 본선 열차에 탑승했다. 전날 탄 것과 같은 701계가 왔다.
이후 코고타에서 이치노세키행 열차로 환승. 역시나 같은 701계다.
이치노세키에서 한번 더 환승. 이번엔 도색만 다르고 아무튼 같은 701계가 다시 등장했다. 어째 열차들이 전부 더럽다.
나름대로 신기한 엘리베이터도 있었고 귀여운 청소로봇도 있었던 역이었다.
아무튼 별거 없이 열차만 주구장창 타서 모리오카에 도착했다. 첫 인상은 확실히 센다이에 비하면 작고 뭔가 중국풍을 풍긴다는 것. 역부터가 상당히 중국스럽다. 디자인과 폰트 등등 그런 느낌이 묘하게 있다. 실제로 중국 관련된 음식들도 꽤 있기도 하고.
점심은 냉면과 야키니쿠를 파는 세로가쿠 (盛楼閣, 타베로그 3.74) 에서. 물론 기대하던 모리오카 냉면을 주문했다. 리뷰를 보니 맵기가 상당히 별거 없다고 해서 激辛로 시켰다. 일단 느낌은 약간 나박김치 국물에 소면 말아서 먹는 전형적인 한국 음식 느낌. 살짝 맵고 시큼한 느낌이 굉장히 유사하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래했으니 맞는 감상인 듯. 다만 수박이 왜 들어간진 도저히 모르겠는데, 막상 꽤 어울리기는 해서 묘하다. 한국인이라면 호불호 없이 무난히 먹을 것 같은 맛. 흥미로운 점이라면 면이 상당히 쫄깃하다. 두꺼운 쫄면 느낌? 아무튼 맛있었다.
사실 계획이 급하게 미야코 숙박에서 모리오카 숙박으로 변경된거라 막상 할게 마땅치 않았다. 그렇게 찾던 도중 겨우 발견한 곳이 바로 아사비라키 증류소. 니혼슈 증류소이다. 어떤 라인업이 있는지, 어떤 니혼슈를 만드는지 하나도 모르지만 일단 갔다. 견학도 이미 시간이 애매하기도 해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그냥 갔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서 구경하고 있으니 갑자기 점원이 견학 참가하시지 않겠냐고 물어와서 아주 기쁘게 참가하게 되었다.
견학은 무료로 진행되며, 간단히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는 구성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들어서 딱히 기억나는건 많지 않으므로 아래 내용은 정말 대충 썼다. 아무튼 직원이 그렇게 많은 증류소까지는 아니고, 공장은 대충 4~5층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전통적인 방식인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전통적인 방식이 맞고, 과거에는 이렇게 만들긴 했으나 이 방법의 명맥이 끊긴건지 현재는 현대화된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견학의 흐름이 좀 빨라서 날려 들어서 확실하지 않다.
설비의 차이가 확 난다. 발효시키는 과정이 진행되는 설비로 추정.
요건 아마 술을 저장하고 숙성시키는 탱크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게 이래뵈도 거의 3~4층 높이라 상당히 많은 양이 들어간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빠른 흐름 속에서 견학이 진행되어, 그냥 설비의 생김새나 대략적인 쓰임새만 듣고 넘어갔다. 좀 더 천천히 진행되어도 좋았겠지만, 그래도 일단 참여한게 어디냐는 생각.
나오면 총 4가지 니혼슈를 무료로 시음해볼 수 있다. 준마이 다이긴조 몇종과 나마자케 등등을 마셔볼 수 있는데, 확실히 열처리를 거치지 않은 나마쪽이 흥미로웠다. 좀 더 걸쭉한 느낌에 첫 맛은 달달하나 두 번째 마실때부터는 좀 더 드라이하게 느껴지는 이중적인 맛이었다. 이와는 별개로 어떤게 가장 맛있고 먹기 좋았냐 하면, あさ開 純米大吟醸 吟ぎんが仕込み 였던 것 같다. 은색 라벨이 붙어있고 GI 인증 (해당 지역의 재료만을 사용해서 만들었다는 인증) 을 받은 니혼슈다. 아주 깔끔하고 지나치게 드라이하지 않아 마시기 좋아서 한 병 사와서 숙소에서 마셨다.
견학 후 숙소에서 좀 시간을 보내다 나왔는데, 마침 일몰 시간인데다가 이와테산 부근이 조금 개어서 아주 예쁜 풍경이 잠깐 나왔다. 확실히 도호쿠의 후지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 산맥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큰데다가 항상 구름이 끼어있다는 점 등등 비슷한 점이 많다.
저녁은 모리오카의 또 다른 먹거리라는 쟈쟈멘. 코즈카타 쟈쟈멘 (不来方じゃじゃ麺, 타베로그 3.41) 에서 먹었다. 지하에 위치한 식당이었는데, 주문후 자리에 앉자마자 뭔가 위화감이 느껴져 앞을 보니 후다닥 사라지는 바퀴벌레를 보고 말았다. 진짜 여기서부터 입맛이 확 죽어서 아주 답이 없었다. 일단 쟈쟈멘 자체는 비주얼은 좀 별로지만 맵기를 좀 높이고 라유를 뿌려 먹으면 꽤나 맛있긴 했다. 꽤 괜찮은 퀄리티의 비빔면 느낌. 여기에 계란과 육수를 끼얹어 국물 요리로 만드는 치땅을 추가하면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이 나온다. 다만 이 바퀴벌레가 기분을 아주 망쳐놓은 바람에 최대한 빨리 먹고 나가는데에 온 힘을 쏟았다.
맛은 괜찮았지만 다른 점이 아주 꽝이었던 식사를 뒤로하고, 숙소에서 레뷰 신극장판을 보며 앞서 사온 사케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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