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408 일본 동북부

2408 일본 | #5 - 모리오카, 아사비라키 증류소 (HHP 4일차) / 코즈카타 쟈쟈멘 절대 가지 마세요.

by saika.stella 2024. 9. 5.

8월 31일

야마다선 망함

사실 이 날 모리오카를 가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원래 센다이에서 모리오카를 들러 그다음에 미야코로 향해 일본의 동해안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도쿄에 있을 때 모리오카에서 미야코까지 가는 야마다선이 폭우로 인한 선로의 변형, 토사 유입 등으로 인해 운행이 무기한 보류되었다는 뉴스를 봐서 (현재는 2개월 정도를 잡고 있다고 한다) 아주 급하게 모리오카의 숙소를 예약했다. 정말 억까도 이런 억까가 없다. 미야코 호텔도 무료 취소가 안되는데 한번 빠꾸 먹은 이후에 한번 더 시도해서 겨우 무료 취소하는 데에 성공했다.

 

도호쿠 본선 701계

아무튼 모리오카로 향하기 위해 우선 08:11 코고타행 도호쿠 본선 열차에 탑승했다. 전날 탄 것과 같은 701계가 왔다.

 

이치노세키행 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이후 코고타에서 이치노세키행 열차로 환승. 역시나 같은 701계다.

 

어서오세요 이치노세키에
같은 차긴 하네

이치노세키에서 한번 더 환승. 이번엔 도색만 다르고 아무튼 같은 701계가 다시 등장했다. 어째 열차들이 전부 더럽다.

 

다이나믹 아치노세키

나름대로 신기한 엘리베이터도 있었고 귀여운 청소로봇도 있었던 역이었다.

 

아무튼 별거 없이 열차만 주구장창 타서 모리오카에 도착했다. 첫 인상은 확실히 센다이에 비하면 작고 뭔가 중국풍을 풍긴다는 것. 역부터가 상당히 중국스럽다. 디자인과 폰트 등등 그런 느낌이 묘하게 있다. 실제로 중국 관련된 음식들도 꽤 있기도 하고.

 

모리오카 냉면

점심은 냉면과 야키니쿠를 파는 세로가쿠 (盛楼閣, 타베로그 3.74) 에서. 물론 기대하던 모리오카 냉면을 주문했다. 리뷰를 보니 맵기가 상당히 별거 없다고 해서 激辛로 시켰다. 일단 느낌은 약간 나박김치 국물에 소면 말아서 먹는 전형적인 한국 음식 느낌. 살짝 맵고 시큼한 느낌이 굉장히 유사하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래했으니 맞는 감상인 듯. 다만 수박이 왜 들어갔는진 도저히 모르겠는데, 막상 꽤 어울리기는 해서 묘하다. 한국인이라면 호불호 없이 무난히 먹을 것 같은 맛. 흥미로운 점이라면 면이 상당히 쫄깃하다. 두꺼운 쫄면 느낌? 아무튼 맛있었다.

 

아사비라키 증류소

사실 계획이 급하게 미야코 숙박에서 모리오카 숙박으로 변경된 거라 막상 할게 마땅치 않았다. 그렇게 찾던 도중 겨우 발견한 곳이 바로 아사비라키 증류소. 니혼슈 증류소이다. 어떤 라인업이 있는지, 어떤 니혼슈를 만드는지 하나도 모르지만 일단 갔다. 견학도 이미 시간이 애매하기도 해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그냥 갔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서 구경하고 있으니 갑자기 점원이 견학 참가하시지 않겠냐고 물어와서 아주 기쁘게 참가하게 되었다. 

 

증류소 입구 / 연구실

견학은 무료로 진행되며, 간단히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는 구성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들어서 딱히 기억나는 건 많지 않으므로 아래 내용은 정말 대충 썼다. 아무튼 직원이 그렇게 많은 증류소까지는 아니고, 공장은 대충 4~5층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케 만드는 가마

정말 전통적인 방식인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전통적인 방식이 맞고, 과거에는 이렇게 만들긴 했으나 이 방법의 명맥이 끊긴 건지 현재는 현대화된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견학의 흐름이 좀 빨라서 날려 들어서 확실하지 않다.

 

나무와 스테인레스

설비의 차이가 확 난다. 발효시키는 과정이 진행되는 설비로 추정.

 

술 탱크

요건 아마 술을 저장하고 숙성시키는 탱크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게 이래 봬도 거의 3~4층 높이라 상당히 많은 양이 들어간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빠른 흐름 속에서 견학이 진행되어, 그냥 설비의 생김새나 대략적인 쓰임새만 듣고 넘어갔다. 좀 더 천천히 진행되어도 좋았겠지만, 그래도 일단 참여한 게 어디냐는 생각. 

 

시음 장면

나오면 총 4가지 니혼슈를 무료로 시음해 볼 수 있다. 준마이 다이긴조 몇 종과 나마자케 등등을 마셔볼 수 있는데, 확실히 열처리를 거치지 않은 나마쪽이 흥미로웠다. 좀 더 걸쭉한 느낌에 첫맛은 달달하나 두 번째 마실 때부터는 좀 더 드라이하게 느껴지는 이중적인 맛이었다. 이와는 별개로 어떤 게 가장 맛있고 먹기 좋았냐 하면, あさ開 純米大吟醸 吟ぎんが仕込み 였던 것 같다. 은색 라벨이 붙어있고 GI 인증 (해당 지역의 재료만을 사용해서 만들었다는 인증) 을 받은 니혼슈다. 아주 깔끔하고 지나치게 드라이하지 않아 마시기 좋아서 한 병 사 와서 숙소에서 마셨다.

 

일몰과 이와테산

견학 후 숙소에서 좀 시간을 보내다 나왔는데, 마침 일몰 시간인 데다가 이와테산 부근이 조금 개어서 아주 예쁜 풍경이 잠깐 나왔다. 확실히 도호쿠의 후지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 산맥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큰 데다가 항상 구름이 끼어있다는 점 등등 비슷한 점이 많다.

 

쟈쟈멘 / 치-땅

저녁은 모리오카의 또 다른 먹거리라는 쟈쟈멘. 코즈카타 쟈쟈멘 (不来方じゃじゃ麺, 타베로그 3.41) 에서 먹었다. 일단 쟈쟈멘 자체는 비주얼은 좀 별로지만 맵기를 좀 높이고 라유를 뿌려 먹으면 꽤나 맛있긴 했다. 꽤 괜찮은 퀄리티의 비빔면 느낌. 여기에 계란과 육수를 끼얹어 국물 요리로 만드는 치땅을 추가하면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이 나온다.

 

다만 아주 큰 문제가 있다. 지하에 위치한 식당이었는데, 주문 후 자리에 앉자마자 뭔가 위화감이 느껴져 앞을 보니 후다닥 사라지는 바퀴벌레를 보고 말았다. 진짜 여기서부터 입맛이 확 죽어서 아주 답이 없었다. 이 바퀴벌레가 기분을 아주 망쳐놓은 바람에 최대한 빨리 먹고 나가는 데에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이를 구글 리뷰에 남겼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あなたの国の食べ物とは異なります。ビビン麺ではありません。じゃじゃめん発祥は中国です。全て上からの発言はどうでしょう?カスタマーハラスメントってご存知ですか?今までもあなたの国韓国🇰🇷の方も来店、さまざまな国の方も来店していただきましたが、このような事は初めてです。あなたの国韓国に行った事ありますが、東大門行って汚いと思ってもこうやって書いたりはしませんね。残念です。

당신네 나라의 음식과는 다릅니다. 비빔면이 아닙니다. 쟈쟈멘의 발상지는 중국입니다. 전부 위에서 내려다보듯 말하는 건 왜죠? 커스터머 해리스먼트(customer harassment)라는 건 알고나 있나요? 지금까지 당신네 나라 한국에서 온 사람들도 왔고,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방문해 주셨으나 이런 건 처음이네요. 당신네 나라 한국에 다녀온 적은 있지만, 동대문이 더럽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쓰진 않았습니다. 유감이네요.

 

미친 새끼인가? 어지간히 자신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딴 마인드로 장사하면 잘도 장사가 되겠다. 내가 위에서 내려다보듯 말을 한다고? Customer harassment? 어이가 없다. 꽤 맛있다고도 말했고 바퀴벌레가 나온 거도 팩트인데 도대체 뭘 부정하고자 하는지, 뭐에서 긁혔는지 참 궁금하다. 바퀴벌레 들어간 맛있는 쟈쟈멘 아주 마음껏 드시길. 그나마 맛이라도 있어서 3점은 준 건데 참 대단하다. 동대문이 당신 가게보다는 덜 더러울 듯. 절대 가지 말길 바란다. 바로 1점으로 바꿨다.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올 따름. 리뷰를 보면 조금이라고 긁힐만한 리뷰를 쓰면 일본인 한국인 가리지 않고 들이박는 게 인상적이다. 한 리뷰에 대한 답글에서는 심지어 다음과 같은 말도 있었다: "가게도 손님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점주는 그냥 장사 접으세요. 이거 어디에서 보면 또 난리 치겠지?

 

모리오카는 절대 다시 가기 싫은 동네가 되었다. 최악.


홈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