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405 오카야마, 시코쿠, 간사이

2405 일본 | #1 - 오카야마 (닥터 옐로우, 오카야마 성)

by saika.stella 2024. 5. 21.


5월 19일

인천공항

올해 두 번째 일본 여행. 이번에는 가보지 않았던 오카야마 - 시코쿠 쪽을 처음으로 가보기로 했다. 따라서 컨셉도 그냥 맛있는거 먹고 평범한 관광지 가기. 이를 위해 이번에 탄 하루에 몇 번 없는 오카야마행 비행기는 8시 반 출발 대한항공 771편. 그렇게 평범하게 출국 수속을 위해 보안 검색을 받다가 가방 안에 화장품이 있어서 빠꾸먹었다. 어쩔 수 없이 위탁으로 붙이고 다시 왔는데, 요땐 특이하게 재입장 티켓 증명서(?) 같은걸 줘서 여권 인식 절차는 생략하고 보안 검색만 받았다.

 

기내식

나름 기내식이 나왔다. 평범한 비프 스튜.

 

오카야마 공항은 그렇게 큰 공항이 아니다 보니 평소에 나리타, 하네다, 간사이, 주부, 후쿠오카 공항 등을 이용해 온 나에게는 꽤 신선했다. 일단 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 자체가 엄청 작은 느낌이었고, 전체적으로 낡아보였다. 무엇보다 짐 찾는 곳이 거의 학교 교실급으로 작아서 놀랐다. 근데 여기서 또 일이 생겼는데, 여권 재발급 받아놓고 Visit Japan에서의 여권번호는 또 안 바꿔놔서 빠꾸먹었다. 그 자리에서 수정하고 무사히 입국.

 

버스 티켓

입국 수속 이후 바로 공항 밖으로 나가 버스를 탔다. 사전에 버스 시간표를 찾아보았을 때는 착륙 후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한 대 있어서 시간 낭비가 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이 다 차면 (또는 입국한 사람들이 각자 다 돌아가서 더 탈 사람이 없다고 판단하면) 바로 출발하는 시스템이라 다행이었다. 요금은 오카야마역까지 780엔.

 

3연속 빠꾸..

오카야마역에 도착하였다. 사실 벤케이(弁慶)라는 카야쿠메시로 유명한 곳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막상 가보니 휴무라 바로 돌아왔다. 그래도 이렇게 오카야마 시내 주택가를 좀 걸을 수 있었는데, 꽤나 특이하게 관광객은 진짜 없는데 별로 일본 느낌이 나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름. 적당히 도시에 적당히 시골이라서 그런가? 그냥 사진이나 좀 찍었다.

 

터널 위에 있는게 바로 시지카이 유원지

일단 히가시오카야마역 근처의 시지카이 유원지(宍甘遊園地)로 향했다. 오카야마에서 뭘 할까 생각하다가 우연히 찾은 공원인데, 구글 지도에서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신칸센이 지나가는 터널 위에 위치한 공원이다. 그러다보니 신칸센 사진 촬영에 있어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가보면 말만 유원지이지 벤치 몇 개만 있고 다른 건 별로 없다. 

 

일단 여길 점심도 미루고 간 이유는 12시 40분 경에 통과할 헬로키티 신칸센을 찍기 위해서였고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들도 좀 있었다. 아무튼 대충 구도 잡고 자주 지나가는 일반 센칸센들을 찍다가 저 멀리 뭔가 이상하게 보여서 보니...

 

닥터옐로우 노조미(상행) T5 편성

닥터 옐로우가 왔다! 이 친구는 노조미(상행) T5 편성이었다. (도괴가 아니다!) 사실 여행 전에 닥터 옐로우를 볼 수 있을까 해서 시간표를 봤으나 19일은 운행하지 않는다고 예상 시간표에 나와있길래 포기했었다. 그런데 그 예상이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가서 볼 수 있었다. 진짜 이 전까지 운이 나빴는데 요걸로 역전했다. 현지 철덕들도 멀리서 닥터 옐로우가 보이자 엣?하는게 웃겼다. 지나가고 우르르 내려가는 철덕들이 싱글벙글 웃으며 수고하셨습니다~ 이러고 갔다.

 

노조미 19호 (N700S) / 코타마 849호 (500계 헬로키티)

이후 옆 사람하고 잠깐 말하고 있는 사이에 헬로키티 신칸센이 터널에서 갑자기 나와서 급하게 찍었더니 겨우 한 장 밖에 찍지 못했다. 방향을 착각해서 반대 방향에서 올거라고 생각했던게 패착이었다. 매우 아쉽지만 그래도 닥터 옐로우를 봤으니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 사실 카메라 바디가 너무 구형이라 AF가 엄청 느린데, 그러다보니 빨리 지나가는 열차를 찍기가 매우 까다롭다. 빨리 신형으로 바꿔야지..

 

네기츄카

이제 점심을 먹을 시간. 슬쩍 찾아보다가 나름 타베로그 상위권 식당인 중화소바 야마후지 혼마치점(中華そば山冨士 本町店, 타베로그 3.64)으로 갔다. 파가 들어간 파 중화소바(ねぎ中華)를 시켰는데 짭짤하면서도 파 덕분인지 국물이 은근히 시원했다. 물론 중화소바답게 짠건 여전했지만. 그러다보니 조금만 양이 많아도 살짝 물렸을 듯하지만, 애초에 서브되는 양이 많지 않아서 평범히 먹을만 했다. 역시 파가 사기다. 그리고 차슈가 은근 물건이었다.

 

오카야마는 관광지가 별로 없는 노잼도시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할 것을 찾는데에 꽤나 애먹었고, 그러다보니 첫 방문이기도 해서 모두가 가는 국룰 코스를 포함하기로 했다. 바로 오카야마 성(岡山城)과 고라쿠엔(後楽園). 두 관광지 모두 역에서부터 도보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모여 있어서 가기 편했다.

 

트램

갈 땐 오카덴을 타고. 전에 탔던 쿠마모토 시영전차랑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정류장은 좀 더 신식이고 열차는 좀 더 구형인 느낌이었다. 

 

천수각
츠키미야구라

사실 원래 성 같은 유적(?)에는 별 관심이 없고 이번에도 갈 생각이 아예 없었는데, 시간이 살짝 뜨길래 슬쩍 구경하고 왔다. 전체적으로 성 자체가 원래 남아있는 건물이 거의 없어서,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츠키미야구라 정도뿐이었다. 옆의 나무와 낡은 건물이 잘 어울렸지만, 천수각은 새로 지은거라 상대적으로 좀 이질감이 있다. 아무튼 진짜 크게 뭐가 없어서, 잠깐만 보고 나왔다. 오사카성이나 히메지성 등과 비교하면 확실히 작다.

 

츠키미바시

오카야마 성에서 고라쿠엔으로 가는 다리(츠키미바시)가 있다. 묘하게 낡은 느낌.

 

고라쿠엔 바깥 숲길

고라쿠엔은 들어가려면 입장료가 든다고 하길래, 그냥 외곽만 좀 걸었다. 예전엔 신주쿠교엔 같은 정원도 돈을 내고 들어갔지만 요즘은 아무래도 정원이나 성에는 영 흥미가 없어서 그닥. 그래도 길의 분위기만큼은 정말 좋았다. 아직 한여름은 아니지만 나름 녹음이 우거져있었고 소리도 skt 유저한테 전화하면 나는 그 새소리가 계속 나서 마치 asmr 같았다.

 

돌고래 초음파 노래

쟝카라에 갔다. 지금보니 학생할인 받는다는걸 까먹었다. 아무튼 일본에 갔으면 노래방은 국룰이라 2시간 실컷 부르다가 나왔다. 토게토게랑 마이고 노래를 메들리로 쭉. 토게토게는 노래들이 너무 잰말놀이 같다고 해야하나? 분명 노래는 엄청 좋은데 부르기는 어렵다. 마이고는 노래마다 특색이 있고 여기에 감정을 이입하며 부르는 재미가 있다. 역시 명곡 작사는 대킹갓 토모리. 이에 더해 래빗홀이나 메스머라이저, 인터넷 야메로 같은거도 좀 불러봤는데 너무 빨라서 힘들었다. 그 와중 요루쿠라 삽입곡은 뮤비가 나와서 좋았다.

 

노무라의 간판
로스카츠동!

저녁을 먹으러 카츠동 노무라(カツ丼 野村, 타베로그 3.49)로. 이자카야를 갈까하다가 위치가 좀 애매한 것 같아 여기로 갔다. 노무라는 오카야마의 명물(?)인 데미글라스 소스를 얹은 카츠동을 1931년 처음으로 선보인 집이다. 나름 상당한 근본이 있는 곳. 그런데 그런 곳 치고는 웨이팅이 별로 없어 5분 정도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주문은 로스카츠동으로 했고, 무난히 맛났다. 밥의 양에 비해 소스가 좀 부족하다고 느끼긴 했으나 그래도 카츠 자체가 상당했고, 소스도 그 특유의 저렴하면서 중독적인 맛이 일품이었다. 

 

매실의 풍로 / 히다스키 / 이름 몰루

이번 여행의 첫 바는 바 마에다(バー マエダ). 유명한 바 스텔라를 가려고 했으나 일요일 이슈로 급선회. 럼 전문 바이다. 다양한 럼이 있고 심지어 직접 만들기까지 하는 곳이다. 직접 만든 럼을 사용한 우메슈가 들어간 칵테일이나 비젠야키에 서브하는 흑당을 쓴 칵테일 등을 마셨지만 일품은 딱히 이름 없는 무언가. 쇼츄, 오르쟈 시럽, 산초 시럽, 우롱차, 우마미 비터가 들어가고 위에 태운 팔각을 올렸는데, 요게 진짜 모든 재료의 맛이 전부 차례대로 나서 엄청 신기했다. 단 맛, 감칠맛, 신 맛 등등 전부 존재감이 있으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느낌.

 

마시면서 다음날 가는 도쿠시마의 관광지를 좀 추천 받았는데, 정작 다음 날 도쿠시마의 바에서는 거품이라고 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