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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405 오카야마, 시코쿠, 간사이

2405 일본 | #3~4 - 키시가와선, 오사카 (카이유칸, 텐포잔)

by saika.stella 2024. 5. 23.

5월 21일

아침의 도쿠시마역

아침 7시쯤부터 일찍 버스를 타러 나갔다. 도쿠시마역 앞에서 도쿠시마 시영 버스를 타고 난카이 페리 도쿠시마 정류장으로. 나름대로 플랫폼이 많아서 헷갈리는데, 친절하게 플랫폼 위에 간판으로 엄청 크게 써 있어서 상관없다.

 

기본적으로 시코쿠를 탈출하는 방법은 아래 그림과 같다.

시코쿠 탈출루트

제일 처음에는 애초에 타카마츠로 입국해서 오카야마를 거쳐 고베를 가는걸 생각했었고, 나중엔 도쿠시마에서 아카시해협대교를 통해 고베로 가는 것도 고려해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페리를 타보고도 싶었고 와카야마도 한번 찍고 가야겠다 싶어서 도쿠시마항에서 와카야마항으로 가는 페리를 타게 되었다.

 

사실 페리 승차권과 와카야마항에서 난카이 주관 모든 역으로 갈 수 있는 승차권을 합쳐서 2500엔에 파는 스킷푸(すきっぷ) 티켓이 있다. 애초에 페리가 2500엔인걸 감안하면 사실상 와카야마-오사카가 공짜나 다름 없다. 그렇다보니 이걸 쓸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후술 할 키시역을 방문한다면 시간과 경로가 여러모로 애매해진다. 키시역 방문 후 다시 와카야마항역까지 가야 하는 것도 있고, 열차의 시간대가 꽤나 맞추기 어려워져 내가 간 시간대의 경우 2시간 정도의 손해를 보게 된다. 

 

페리에서

 

아무튼 도쿠시마항에서 8시에 출발하여 10시에 와카야마에 도착하였다. 페리에 일반적인 앉는 자리도 있지만 평상처럼 맘대로 누울 수 있는 자리도 있었다. 요게 잘 수 있는 공간이 상당히 넓어서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있었다. 다만 하도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못찍었다. 너무 졸려서 자느라 바빴다.

 

페리에서 내린 후, 와카야마 항에서 버스를 타고 와카야마역에 내렸다. 이후 바로 와카야마 전철 키시가와선으로 환승했다. 키시가와선은 고양이가 역장으로 있는 키시역 덕분에 유명해져서 꼭 타보고 싶었다.

 

와카야마역에서 키시가와선을 타는 게 좀 웃기다. 와카야마역은 애초에 JR 역사이기 때문에 플랫폼으로 들어가려면 ic 카드를 찍거나 티켓을 넣어야 한다. 그런데 키시가와선은 ic 카드를 쓸 수 없다. 그래서 키시가와선 티켓을 일단 플랫폼 밖에서 산 다음에, 그 티켓을 통해 JR 게이트를 통과 후 입장해야 한다. 근데 난 이걸 모르고 그냥 ic 카드로 들어갔다가 키시가와선 플랫폼에서 승차 기록을 지웠다.

 

타마 열차

키시가와선은 열차의 디자인에 꽤나 신경을 쓰는 편이라, 매번 오는 열차마다 랩핑과 내부 디자인이 다르다. 현재 운행하고 있는 열차로는 딸기 열차(いちご電車), 타마 열차(たま電車), 우메보시 열차(うめ星電車), 칙칙폭폭 처깅턴 열차(チャギントン電車), 타마 열차 박물관호(たま電車博物館号), 동물보호 열차(動物愛護電車)가 있다. 이 중 와카야마역에서 탄 건 타마 열차. 이 노선이 유명해진 계기인 타마를 기념하는 열차이다. 일단 겉부터 대놓고 고양이다. 열차에 고양이 귀가 달려있다. 

 

타마 열차 내부

열차 내부도 고양이로 가득하다. 고양이를 넣고 싶은 모든 곳에다가 싹 다 넣은 느낌을 받았다. 전등도, 등받이도, 랩핑이나 위에 달린 안내판도 다 타마다. 그리고 타마의 캐릭터가 워낙 귀엽게 뽑혔다 보니 타면 귀엽다는 말이 몇 번이고 나온다. 아무래도 이렇다보니 열차 이용객도 거의 90%는 관광객인 느낌. 일본인과 중국인이 많고 한국인은 없었다.

 

이다키소역 역명판

이번에 탄 열차는 이다키소역까지만 운행하기 때문에 일단 내렸다. 여기서 웃긴 점. 사실 키시가와선은 1일 승차권을 판매하는데, 이게 800엔짜리라 와카야마-키시만 왕복해도 20엔 이득이다. 이 승차권의 존재 여부를 처음부터 몰라서 요걸 못 와카야마역에서 못 샀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막상 지금 글을 쓰면서 알아보니 이다키소역이나 키시역에서 최초 하차하는 경우에도 1일 승차권을 살 수 있다고 한다. 

 

  • 처음부터 와카야마역에서 승차권을 산다.
  • 이다키소역에서 최초 하차하는 경우, 하차 시 승무원에게 요금을 지불하고 교환증을 받는다. 이후 출구의 역무원에게 교환증을 제출하고 승차권을 받는다.
  • 키시역에서 최초 하차하는 경우, 역무원에게 문의한다.

이렇게 세 가지 경우가 모두 가능하다는 것. 이걸 미리 안 알아보고 가서 돈 날렸다. 심지어 중간에 이다키소역에서 내리면서 운임을 한 번 지불하였으므로 일반적인 와카야마-키시 경로보다 돈을 더 내게 되었다.

 

욘타마

이다키소역도 고양이 역장이 있다. 이 친구는 욘타마. 다만 밑에서 나오질 않아서 얼굴을 못 봤다.

 

우메보시 열차

이다키소역에서 우메보시 열차를 봤다. 이게 상당히 골 때리는데, 일단 와카야마현의 특산물 우메보시와 JR 큐슈의 나나츠보시 in 큐슈를 적절히 합쳐서 우메보시가 되었다는 이야기. 나나츠보시와 같은 열차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니 여러모로 키시가와선의 꿈이 상당히 큰 것 같다. 나중에 나나츠보시 타보는 게 꿈이긴 하다.

 

딸기 열차

키시역까지는 딸기 열차를 탔다. 내부는 그냥 평범하게 딸기 느낌. 딱히 별건 없다. 아무래도 타마 열차가 메인이라.

 

키시역 역사 / 카페 모카

키시가와선의 종점인 키시역에 내렸다. 키시역은 사실상 타마 뮤지엄으로 불리기도 할 만큼 그냥 타마 박물관이 맞다. 역도 역사를 새로 지으며 고양이 컨셉으로 잘 꾸며놓았다. 내부에 타마 카페가 있는데, 여기서 귀여운걸 좀 판다. 예를 들어 저 카페 모카라던가. 고양이 발자국이 귀엽게 찍혀있다.

 

니타마 역장님

2007년 타마(たま)가 키시역의 첫 고양이 역장으로 부임한 후 슈퍼 역장, 사장 대리, 울트라 역장을 거친 후 2015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너 명예 영구 역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키시역의 역장은 니타마(ニタマ). 애초에 키시가와선 자체가 폐선 위기에 있었는데, 키시역 주변에서 키워지던 고양이를 역장으로 앉혀서 대박을 터뜨려 폐선을 면하게 되었다. 

 

아무튼 니타마는 귀엽다. 털이 엄청 복슬복슬해서 쓰담쓰담 마려운. 그래서 니타마 굿즈를 좀 샀다.

 

타마 신사

키시역 내부에는 타마를 기리는 신사가 있다.

 

고양이 구경 후 다시 열차에 올라 오사카로. 이번에는 처깅턴 열차라 별 감흥이 없었다. 중간에 와카야마역에서 환승해 키슈지 쾌속을 탔다. 어반 네트워크답게 엄청 빠르진 않지만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크로스시트에 앉아 나름대로 쾌적하게 갈 수 있었다. 특급 쿠로시오를 타는 것도 고려해 봤지만, 시간도 맞지 않고 엄청난 시간의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라 패스.

 

신사이바시에서 호텔에 체크인 후, 좀 쉬었다.

 

도쿄X
히레 추가

어쩌다 보니 점심을 거르게 되었기에 좀 든든하게 먹어야겠다 싶었다. 저녁은 돈카츠집 뉴 베이브(ニューベイブ, 타베로그 3.73)에서. 상당히 타베로그 평점이 높은 곳이다. 여기서 도쿄X 로스와 히레 추가를 시켰다. 도쿄X는 그 부드러움에 놀라고 가격에 한 번 더 놀란다고 하여 기대감을 안고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일단 돈 값을 못하는 건 둘째 치고, 기름이 과하게 많았다. 이렇게까지 많을 필요가 있나 싶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지는 느낌. 히레도 생각보다 부드럽지 않고, 고기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전체가 3500엔이었는데 만족스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시즈오카에 있는 스이엔도사이가 두 배는 맛있었다. 접객도 마찬가지.

 

카이유칸

아무튼 배는 일단 부르긴 하니까 슬슬 이동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 카이유칸. 하얀 모래의 아쿠아톱을 보고 수족관을 좋아하게 되어 다시 방문했다. 이번엔 슬쩍 둘러보는 느낌으로 갔다. 약간 산책?

 

물개와 게
펭귄

항상 수중 생물은 이쁘고 멋지고 귀엽다.

 

요루카노

밤의 해파리는 절찬리에 헤엄치는 중.

 

대관람차

슬쩍 카이유칸을 둘러보고 나와 텐포잔 관람차를 타러 갔다. 저번엔 안 탔는데, 지금 보니 나름 세계급 관람차라 하여 타보게 되었다.

 

오사카의 야경

관람차가 전면 투명한 게 있고 바닥 근처는 불투명한게 있었는데, 투명한 건 거의 8개에 한 개 정도밖에 없어 한 20분 기다려서야 탔다. 그래도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야경이 엄청 좋았다. 이게 전망대에서 보는 야경과 달리 아름답다기보다는, 여유롭게 앉아서 움직이는 느낌이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노래도 잔잔하니 좋았다.

 

맛은 그닥?

호텔로 돌아와 근처에서 가볍게 모히또 한 잔. 그리고 도톤보리로 향했다.

 

도톤보리의 변함없는 풍경

사실 별 이유가 있어서 간 건 아니고, 그냥 숙소가 근처니까 오랜만에 가볼까, 해서 간 건데 솔직히 여긴 진짜 거품인 듯. 관광객이 너무 많다. 개인적인 체감으로 50% 한국인, 20% 중국인, 10% 서양인, 5% 현지 멘헤라, 나머지 일본인인 듯. (다리 밑에서 키스하던 멘헤라 커플이 서양 관광객의 물결에 떠밀려 쫓겨난걸 봤다.) 여긴 올 때마다 관광객이 늘어나고 볼 건 없어진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움직이는 것도 힘들다. 온 김에 이치란이나 먹고 갈까 했더니 대기줄이 왕창.

 

모멘터리 릴리

그래서 그냥 요거나 찍어봤다. 새로운 오리지널 애니인 듯?


5월 22일

하루카

귀국하는 날. 항상 라피트를 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하루카를 타봤다. 하루카 편도 티켓이 생각보다 싸다는걸 텐노지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알아서 그 자리에서 끊고, 텐노지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발매기에서 인쇄했다. 덕분에 저렴하게 갔다. 근데 이게 지정석 지정이 되는 줄 모르고 자유석에 앉았다. 거의 못 앉을 뻔했는데 실제로 서서 갔으면 엄청 기분 나빴을 듯. 꼭 티켓을 뽑은 후 지정석 지정까지 하고 가자.

 

규동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스키야에서. 사실 왜 그냥 시내에서 안 먹고 공항에서 먹었는진 모르겠다. 공항에선 일회용 용기에 슬쩍 만들어 주기 때문에 밖보다 맛이 별로다. 그리고 가격은 또 비쌈. 그래도 나름대로 안정적이라고는 할 수 있는 맛이다. 역시 일본하면 간단한 규동이다. 8월엔 걸밴크에서 나온 요시노야에 가야지...

 

아무튼 이렇게 귀국했다. 2일 차에 땡볕에서 걷고 해서 그런지 3일 차부터 컨디션이 썩 좋진 않아서 제대로 못 즐긴 것 같아 아쉽다. 8월에 갈 땐 방열대책을 제대로 갖추고 가야겠다. 근데 만일 다음에 시코쿠를 다시 가게 된다면 무조건 렌트해서 다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