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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401 주부, 도쿄

2401 일본 | #2 - 타카야마, 히다후루카와

by saika.stella 2024. 1. 22.

1월 21일

HC 85계 동차

나고야 역에서 특급 히다를 타고 타카야마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방법은 크게 버스와 특급 열차가 있는데, 이때 버스가 2000엔 가량 싸다. 그러나 어차피 교통비를 아끼지 않기로 하기도 했고 HC 85계를 타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굳이 지정석으로 하진 않았는데, 역시나 나름대로 자유석도 자리가 널널해서 편하게 앉아갈 수 있다.

 

특급 히다의 특징이라면 엄청 큰 창문과 좌석인데, 특히 HC 85계답게 N700S에서 좌석을 떼어온 덕분에 아주 쾌적하고 콘센트까지 있어 좋다. 애초에 올라가는 풍경이 상당해서 창 밖의 경치가 아주 좋다. 각종 계곡을 거쳐서 가는 열차답게 눈이 즐겁다. 어느쪽으로 앉던 간에 괜찮은 듯. 나는 진행방향의 왼쪽으로 앉았다. (특급 히다는 기후역에서 타카야마 본선으로 진입하기에 처음 진행방향의 반대로 진행방향이 바뀌는데, 이후 기준으로 왼쪽이라는 뜻이다.)

 

디젤 전기식 동차

HC 85계는 디젤 전기식 동차답게 기존 디젤 동차와는 차원이 다르게 적은 진동과 소음을 자랑한다. 물론 신칸센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시골 재래선의 디젤 동차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승차감이다. 그걸 강조하고자인지 앞의 화면에 엔진, 배터리, 모터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출력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가끔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무동력 운전도 아니고 뭐지.

두 편성이 연결되어있어요

특급 히다는 타카야마 역에서 열차를 분리한다. 즉 일부 열차만 토야마까지 운행하는 형태. 그러다 보니 타카야마 도착 전에 해당 칸 사이의 연결 통로가 폐쇄된다. 아무래도 타카야마까지만 가는 승객이 많아서 그럴지도. 어차피 타카야마에서 내려서 어느 칸에 타던간에 별 상관은 없었기도 했고, 아무튼 내려서 두 편성이 분리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화소바

타카야마 역에 내리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쿄오리 (郷里, 타베로그 3.48) 라는 곳인데, 사실 마사고 소바를 가려고 했지만 뜬금없이 휴업하길래 급하게 변경. 정말 부득이하게 변경한 것이기도 했고 길 가다가 왠지 있어보이기에 들어간 것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들어가니 현지 할아버지들이 꽤 있는 걸 보고 괜찮은 집이다 싶었다.

 

중화소바를 시켰는데, 정말 심플한 타카야마 라멘의 스탠다드라는 느낌을 받았다. 타카야마 라멘 자체가 말이 라멘이지 타카야마 쪽에 전래되는 중화소바를 통칭하는 말이라 아무튼 중화소바이긴 한데, 요게 생각보다 엄청 짜지 않았고, 면이 꽤나 제대로였다. 라멘을 먹는 느낌과는 살짝 달라서 흥미로웠다. 중간에 한국인 관광객이 들어와서 번역기를 쓰다가 포기하고 나가는걸 봤는데 뭔가 싶었다.

 

배차간격에 좀 하자가 있는듯한 타카야마 본선을 타고 「너의 이름은」 에 나오기도 한 히다후루카와 역으로 향했다. 타카야마 본선은 2량의 원맨열차 답게 문 여닫는 버튼이 있는데, 겨울철에 여행 가면 이게 의외로 참 좋다는 걸 종종 느낀다. 오래 정차해 있어도 춥지가 않으니 아주 좋은. 물론 당연히 문을 닫지 않고 타는 사람들도 있다. 그때마다 일어나서 약간 눈치를 주면서(?) 직접 닫긴 했다. 아니 외국인도 아는데 왜 현지인이 모르냐..

 

히다후루카와역

역에서 내리고 살짝만 걷자 당연히 먼저 눈에 들어온 풍경은 역에서 내려다본 철로와 역의 풍경. 말할 것도 없이 익숙하다. 역 옆의 고가로 들어가기만 하면 누가봐도 '나 성지에요' 하고 있는 발판(?)이 있기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열차가 정차하는 것은 배차간격 때문에 보기 힘들다. 이 역시 답 없는 배차간격 때문. 뭐 그래도 풍경은 이쁘긴 하다.

 

역 앞 풍경

여기도 아주 익숙하다. 타키가 길 묻는 그 장면. 물론 실제로 길을 묻는 사람은 없다. 애초에 사람 자체가 없다.

 

시라카베 도조가이
대충 여기에서 물이 떨어진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게 강인지 맞나 싶은, 사실상 수로라고 해도 무방한 세토강 (瀬戸川) 주위로 하얀 벽의 집들이 펼쳐진 시라카베 도조가이 (白壁土蔵街) 가 있다. 겨울이라 수로에 잉어가 없는데, 평소엔 꽤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느낀 특징이라면,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로 인한 asmr? 끊임없이 모든 집의 지붕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이게 꽤나 듣기 좋다. 그러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걸어도 평화로운 느낌. 그 외에는 그냥 얇은 수로가 있는 마을이다.

대충 타키 일행이 라멘 먹은 곳. 소바쇼 나카야 (蕎麦正なかや) 이다. 들어가진 않았다.

 

거리 근처에 역시 「너의 이름은」에 등장한 아지도코로 후루카와 (味処古川) 가 있다. 평범한 식당인데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지역 특산품인 고헤이 모찌 (五平餅) 도 팔고 있다. 주인 할아버지가 꽤나 유쾌하고, 영화에 등장한 곳에서 사진도 찍어주려고 하신다. 분명 일본어로 주문했는데 영어로 답하시는걸 봐서 관광객들이 부담 없이 가기에 좋을 듯. 고헤이 모찌는 약간 형용하기 힘든 맛인데.. 뭐랄까 덜 쫄깃한 떡꼬치에 짭조름한 양념을 발라놓은 느낌? 막 맛이 있다고 하기는 애매한데 꽤나 자극적인(?) 맛이라 한번쯤은 먹어볼만은 하다.

 

히다시 도서관

역 방면으로 다시 올라오면 히다시 도서관 (飛驒市図書館) 이 있다. 굳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히다 후루카와의 풍경

원래 히다의 특징이라면 마을 어디에서나 키타 알프스가 보인다는 것인데, 아쉽게도 날씨가 별로라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게 나름대로 운치가 있긴 했다. 안개 사이에서 슬쩍슬쩍 보이는 산맥의 모습이 작은 마을의 모습과 꽤나 시너지를 잘 이루는 듯. 그래도 눈 쌓인 장대한 산맥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약간 예상했던 모습은 낡은 거리 사이에서 슬쩍 보이는 진짜 알프스와 같은 산맥의 모습이었으나 실제로는 보이지 않았다. 흑흑

타카야마 본선 철도

그런데 이렇게 보면 (가까운 산의 경우) 우리나라 산이랑 비슷한 부분도 있다. 나무 사이에 눈이 듬성듬성 보이는 느낌. 물론 북악산 같은 우리나라의 특징적인 바위산이 아니라 겨울에 흔히 보이는 산을 의미한다.

 

할머니의 손맛?
히다규 포함 호바미소 정식

타카야마로 다시 돌아와 별개의 여행을 하던 친구와 합류해 유명한 히다규를 먹으러 갔다. 정확히는 호바미소 (朴葉味噌) 집이다. 히다 타카야마 쿄야 (飛騨高山 京や, 타베로그 3.41) 에서 딱 봐도 정배같아 보이는 히다규 포함 호바미소 숯불구이 정식을 시켰다. 먹고 느낀 것은 확실히 히다규가 괜히 명성이 높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고급 소고기라는 게 아주 잘 느껴졌다. 아주 부드럽고 육향이 강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상급 소고기를 먹으면 느껴지는 맛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그리고 미소는 살짝 짰는데, 요게 잘 묻은 고기와 밥을 같이 먹으면 그게 밥도둑이다. 정신 차리니 고기가 전부 없어져서 놀랐다. 또 같이 나온 산채도 괜찮았다.

 

사실 이곳은 관광객이 좀 많아보여서 다른 집을 가려고 했는데 막상 바로 앞가지 가보니 휴무여서 어쩔 수 없이 갔다. 실제로 이곳은 관광객 밖에 없긴 했는데 할머니가 친절해서 살았다. 만일 (별로 가능성은 없어보이지만) 타카야마에 다시 온다면 좀 더 현지인이 많은 곳에 가보고 싶다.

 

미캉사와 / 표고버섯

2차로 숯불구이 산사쿠 (炭火焼 三三九, 타베로그 3.07) 에서 적당히 술과 안주를 즐겼다. 근데 여기서 시킨 건 다 양이 심상치가 않았다. 다른 이자카야에서 2인분쯤에 팔 거를 1인분 가격에 내놓으니 막상 메뉴가 나온 다음에 상당히 놀랐다. 여기가 위치한 데코나루 요코초 (でこなる横丁) 가 전체적으로 현지인도 꽤 섞인 먹자골목 느낌이라 그런지, 여기서도 옆 자리에 앉은 유쾌한 아주머니들이랑 얘기도 하고 안주를 얻어먹기도 했다. 진짜 아주머니들이 유쾌해서 별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새로운 메뉴가 나오거나, 나갈때 갑자기 포즈를 잡아주셔서 사진을 찍거나 했다. 아무튼 요 골목 안에 있는 어떤 집을 가도 현지 느낌에서 비싸지 않게 맛있는 술과 안주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강력 추천!

 

타카야마에서 지낸 곳은 와트 호텔 & 스파 히다타카야마 (ワットホテル&スパ 飛騨高山) 이다. 건물과 방 전체가 깔끔하고 좁지 않아서 만족스러웠고, 7층에 위치한 온천은 (아쉽게도 가족탕은 만석이라 이용하지 못했지만) 여타 호텔의 대중목욕탕 답지 않게 깨끗하고 널찍하니 쉬기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