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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401 나고야, 기후, 시즈오카, 도쿄

2401 일본 | #1 - 나고야항 수족관, Bar 27

by saika.stella 2024. 1. 21.

1월 20일

이번 여행은 전에 안 가본 곳도 가보고, 살짝은 뜬금없는 곳도 가보는 여행이 될 듯하다. 나고야에서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서 시즈오카를 거쳐 도쿄까지 가는, 조금은 긴 동선이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빡세게 뭘 하는건 아니라 느긋하게 즐기면서 다니는게 목표.

비행기에서의 풍경

보통 도쿄로 입국했던(도쿄 4번, 간사이 3번) 기존의 여행과 달리 이번에는 처음으로 나고야의 주부국제공항으로 입국한다. (아침 8시 출발 인천발 OZ112편이라 엄청 이르지는 않지만) 새벽에 공항에 갔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엄청 많았다. 나름 새로 알게 된 스마트 패스를 썼지만 실질적으로 한 대여섯명 정도보다만 빨리 들어갔을 뿐, 별 의미는 없었다. 집에서 할게 없다면 해놓는 것도 괜찮지만.

 

10시쯤 주부 공항에 도착했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무난하게 나올 수 있었다. 공항 자체는 크긴 한데 그렇게 특별한건 따로 없어서 후딱 나왔다. 최대한 많이 일본을 즐기고 싶었다.

 

메이테츠 공항선 열차를 기다리다

메이테츠 공항선 특급을 타고 나고야 역으로 향했다. 기본적으로 주부 공항에서 나고야 시내로 가는 방법은 버스를 제외하고는 메이테츠 공항선을 타는 방법 뿐인데, 요 공항선에서는 완행, 특급, 그리고 뮤스카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특급을 추천한다. 특급은 메이테츠 나고야 역까지 환승 없이 50분만에 꽂아주는데, 360엔 비싼 뮤스카이에 비해 10분만 느려서 가성비가 상당하다. 근데 특급이 참 신기한게, 앞의 몇 량만 특별 열차(지정석)이고 뒤에는 일반 열차다. 이런 편성은 처음 보는 듯. 처음에 지정석 써있길래 특급권 필요한 줄 알았는데, 뒤로 타면 그냥 일반 쾌속 열차였다.

 

기후유키

열차는 기후 방면이었다. 나중에 기후역을 가니까 결국 종점까지 타는게 아닐까? 라거나.

 

호텔에 짐을 맡기고 급히 도큐핸즈에서 이쁜 민트색 우산을 산 후 스즈나미 에스카점 (鈴波 エスカ店, 타베로그 3.64) 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고야 역 안에 위치한 생선구이 집이다. 갔을 때 대기가 조금 있어서 대기하는 동안 메뉴를 미리 골랐다.

 

일본하면 가정식, 가정식하면 생선구이. 내가 주문한 것은 스즈나미 정식+두부인데, 그 날의 생선 구이가 메인으로 등장한다. 오늘의 생선 구이는 (적어도 내가 듣기로는) 긴 하라스 (銀はらす) 이다. 일반적인 생선 구이보다 상당히 쫄깃하면서도 막상 몇번 씹으면 사르르 녹는 것이, 한국의 생선 구이랑은 아예 다른 요리라고 봐도 될 정도로 신선한 느낌이었다. 애초에 은 하라스 자체가 우리나라에 일대일 대응되는 단어가 없다는 걸 보면 그럴만도 하지만. 이와 함께 나온 두부 역시 시소(紫蘇)의 느낌이 살짝 나면서 부드러워서 먹기 아주 좋았다. 

 

비운의 명작 (@umiko35)

밥을 다 먹고 나고야항 역으로 향했다. 그건 바로 나고야항 수족관 (名古屋港水族館) 에 가기 위해! 얼마 전 「하얀 모래의 아쿠아톱」을 아주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일본에 가면 먼저 수족관부터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아쿠아톱이 지루하다고 까는데, 난 진짜 재밌게 봤다. 수중생물들의 작화도 엄청 좋았다. 다른 등장인물의 비중이 적어 아쉬울 수 있지만 두 등장인물의 서사에 집중하면 상당히 잘 만든 애니메이션. 그리고 백합분이 상당하다. 보면서 가끔 고구마가 있었지만 마지막 화에서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던 갓컾.

 

나고야항 수족관의 성인 입장 요금은 2030엔이다. 그런데 일일승차권 (一日乗車券) 이나 도니치 에코 킷푸 (ドニチエコきっぷ) 를 구매했다면 200엔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이들은 전부 나고야 시내의 버스나 지하철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패스라 나고야 시내 관광을 목적으로 한다면 구매하는게 괜찮을지도. 나는 별로 돌아다니지 않아서 사진 않았지만 결국 계산하면 이걸 사는게 이득이긴 했다.

 

남극관측선 후지호

먼저 나고야코 역에 내리면 남극관측선 후지호가 보인다. 아무래도 어디서 많은 본 듯했는데, 「우주보다 먼 곳」에 등장한 펭귄만쥬호의 모티브인듯. 사실 시라세호(5002)가 은퇴한 후 개조한게 펭귄만쥬호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같은 계열인만큼 걍 똑같다고 하자. 실제로 외관은 거의 똑같이 생겼다. 역시 괜히 생각난게 아닌. 우주보다 먼 곳도 일종의 백합인가? 

 

돌고래!

수족관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범고래와 돌고래들을 볼 수 있다. 이때 범고래의 경우 후술할 공개 트레이닝 때문에 수조에서 나가있었고 돌고래만 있었다. 아무튼 아주 귀엽다. 역시 지능이 높은 돌고래 답게 유리 너머의 인간을 똑바로 인식하고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었다. 빙글 돌면서 유영하거나 빤히 바라보거나.

 

사카마타!

마침 시간이 적절해서 범고래(シャチ) 공개 트레이닝을 볼 수 있었다. 진짜 범고래는 신기하다. 분명 멋진데 귀엽다. 이게 특유의 무늬 때문인지 이빨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범고래 자체의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하는 짓을 보면 귀여운데 아무튼 뭔가 멋있다. 이게 범고래의 인기를 끌어들이는 주요 요인인듯. 아마 특유의 잘 빠진 형태 때문일지도. 아무튼 높이 점프하거나 사육사의 지시에 따라 여러 동작을 수행하는게 역시 지능이 높은 생물 답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똑똑한 생물이 인간의 지시를 따르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나고야 수족관은 사전에 홈페이지에서 위와 같은 다양한 퍼포먼스(범고래 공개 트레이닝, 돌고래 퍼포먼스, 케이프 펭권 공개 피딩 등)의 시간표를 공개하기 때문에, 입장 후 원하는 퍼포먼스나 행사가 언제 펼쳐지는지 확인하고 관람 동선을 대충이라도 세우는 것을 추천한다. 

 

바다거북
새끼 펭귄
젠투펭귄(으로 추정)

앞서 돌고래와 범고래가 있던 북(北)관을 지나 남(南)관으로 향하면 다양한 물고기와 펭귄이 있다. 아무래도 남관에 있는 여러 생물들 가운데 펭귄이 가장 인상적. 사실 북관에 케이프 펭귄이 있긴 한데, 이들의 피딩(feeding) 타임을 범고래를 보느라 놓쳐서 남관에서 다른 펭귄들이나 구경했다. 위풍당당히 가만히 서 있는 친구들도 있고, 사이에 낀 새끼 펭귄도 한 마리 있었다. 지들끼리 치고 박는게 좀 웃겼다. 그 외에 바다거북의 산란을 모사한 모래사장도 있는데 실제로 여기서 산란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점프!

이번에는 돌고래 퍼포먼스의 시간. 생각보다 상당히 높게 점프하는 것, 그리고 딱히 자세한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점프하고 헤엄치는게 좀 신기했다. 한두마리가 아니라 여러마리가 한번에 퍼포먼스를 하니 정말 볼 맛이 난다. 다만 이들이 퍼포먼스를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몰?루. 전체적으로 노래에 맞추어 진행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들도 노래의 리듬과 진행을 이해하고 있을까?

 

아무튼 수족관 감성을 충분히 느끼고 다시 시내로! 사실 계속 비가 와서 좀 불편하긴 했다. 다행히 이때부턴 그쳤다.

 

로스카츠 정식

저녁은 야바톤 사카에 센트라이즈점 (矢場とん 栄セントライズ店 타베로그 3.31) 에서 먹었다. 나고야하면 가장 유명한 야바톤. 도쿄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일단 나고야에 왔으니 먹어봐야하지 않을까? 본점까지는 거리가 좀 애매하기도 하고 줄 서기도 싫어서 여기서 먹었다. 

 

로스카츠 정식을 시켰는데, 진짜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체인점이고 관광객한테 너무 유명해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인생 돈카츠 목록에 포함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로스 특유의 부드러운 부위와 살코기의 조화가 잘 어우러지는 굽기와 함께 미소카츠의 뭐라 형용하기 힘든 짭쪼름한 소스까지.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너무 좋았고 왜 유명한지 한 입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사실 지금까지 관광객에게 유명한 식당들은 괜시리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그런 식당들을 가서 쓸데없이 웨이팅을 한 후 그렇게 임팩트 있지 않는 식사를 한 경험도 다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이곳은 그런 편견을 살짝이나마 탈피하게 해주었고, 처음 가는 도시의 경우 적어도 한번은 관광객에게 호평 받는 곳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가는 곳은 타베로그만 보지 말고 구글맵도 참조해야겠다.

 

톰슨 진 토닉 / 크래프터스 와일드 포레스트 진 소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방문한 바는 Bar Gibson (バー ギブソン, 타베로그 3.13) 이다. 진의 종류가 상당히 많다고 하기에 진 토닉과 진을 사용한 칵테일 한 두개만 가볍게 마셔보려고 갔다. 분명 Crafter's Wild Forest Gin이라는 상당히 허브허브한 특이한 진을 마시긴 했는데, 옆사람이 계속 연초를 피워대서 이 진이 무슨 향이 나고 무슨 맛이 나는지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매우 불만족. 딱히 쓸 것도 없다. 분명 담배만 없었으면 정말 특이한 향과 맛이었을텐데 아주 아쉽다.

 

Bar 27의 백바

메인은 Bar 27  (타베로그 3.05) 이다. 타베로그 평점이 가장 높은 Bar Barns는 예약이 필수이기도 하고, 왠지 구글 평점이 좋기도 하고 분위기도 좋은 하꼬 바의 느낌이 나길래 여기로 갔다. 그리고 매우 성공이었다. 내 인생바로 등극할만하다.

 

참고로 내 인생바는 다음과 같다 :

  • 한국 - 평택역 오네르, 상수역 크로우, 대흥역 포루
  • 일본 - 긴자 아그로스, 시부야 이시노하나, 후쿠오카 Bar Komasa, 나고야 Bar 27

 

진 피즈 / 스즈모니

첫 잔은 진 피즈. 산미가 다른 바에 비해 상당히 강했다. 진짜 레몬에이드 느낌. 내 취향에 어느정도 맞긴 했지만 맘에 쏙 들지는 않았다. 두 번째 잔인 스즈모니는 역시 맛있었다. 스즈를 마시는 가장 완벽한 방법. 일반 스푸모니와는 아예 다르면서도 어느정도의 공통점을 공유하는 맛이다. 스즈와 자몽의 서로 다른 씁쓸함이 아주 잘 어울린다. 여담으로 스즈모니가 일본에서는 꽤나 잘 알려진 레시피라고 한다. 그리고 어쩌다 다른 한국 손님이 기증(?)했다는 치즈 빈츠를 안주로 받았다.

 

사이폰! / 에스프레소 마티니

옆 사람이 아이리시 커피를 시키자 사이폰을 이용해 만드시길래 나도 커피 칵테일인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시켰다. 그랬더니 인생 에쏘마티니가 나왔다. 직접 커피를 갈고 만드는 에스프레소와 처음 보는 커피 리큐를 사용한 에쏘 마티니는 지금껏 마셔본 것 중에 가장 완벽한 커피의 향과 맛, 그리고 밸런스를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완벽하고 향기롭게 조화를 이루는 에쏘마티니는 처음. 몇번 말해도 정말 완벽했고, 나고야에 오는 사람들은 꼭 이 한잔을 마시기 위해 방문할 가치가 있다. 진짜 맛도 맛인데 향이 너무 좋았다.

 

샤?르

중간에 백바에 처음보는 샤르트뢰즈가 있길래 물어봤는데 샤르트뢰즈 소믈리에즈라고 한다. 예전 샤르트뢰즈 레시피에 더 가깝게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일반 옐로와 함께 서비스로 나와서 마셔보니 확실히 기존 샤르트뢰즈 옐로보다 마시기 편하면서도 허브향이 거북하지 않고 아주 향기롭게 다가와서 흥미로웠다.

 

오리지널!

막잔은 말차 리큐르와 말차 파우더, 릴렛 블랑을 쓴 오리지널. 일본틱한걸 추천 받았다. 살짝 달긴 했는데 주문한 대로 말차말차해서 만족스러웠다. 다만 좀 더 드라이해도 괜찮았을지도 모를지도.

 

여러모로 바텐더가 정말 친절했고 젊기도 해서 다른 바와는 살짝 결이 다른 느낌이었다. 확실히 클래식 바인데, 좀 더 사근사근하고 잘 맞춰준다고 해야 할까? 주변에서 유명한 Bar Kreis 출신 바텐더라고 들었는데 손님을 진정으로 존중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지식과 취향을 잘 알려준다는 느낌. 직접 경험해 보아야 이 바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마시는 내내 기분이 좋고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접객과 칵테일의 퀄리티 모두 최상급이었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바인데 앞으로 흥했으면 좋겠다.

 

다만 오랜만(?)에 일본에 온 첫 날이라 질문만해서인지 클래식 칵테일을 마시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하면 사이드카, 진 토닉, 다이키리 등 좋아하는 클래식 칵테일을 시켜보아야겠다. 분명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https://ameblo.jp/aiandmeg/entry-12354712525.html / 이분의 싸인!

마지막으로 싸인도 받았다. 싸인해달라고 하니까 상당히 당황하던 바텐더가 재밌었다. 그러면서도 잔뜩 가져가라고 코스터를 퍼주셨다. 여담으로 싸인을 보고 두번째 한자를 한참 찾은 뒤에야 바의 이름 27이 오너 바텐더 후나토 유스케상(船戸悠佑)의 성의 첫 글자 舩戸(후나, 27)에서 따온 것임을 알았다. 

 

숙소는 산코 인 나고야 신칸센구치 (三交イン 名古屋新幹線口) 이다. 말 그대로 나고야 역 신칸센 플랫폼 방면 출구 바로 앞에 있는데 나고야 역에서 신칸센을 탈 일은 없긴 했다. 나고야 역이 꽤나 커서 처음에 길을 좀 헤멨다는건 단점. 메이테츠 승강장에서 신칸센 승강장까지의 거리가 좀 돼서 그랬다. 그래도 짐도 잘 맡겨주었고 방도 평범한 비즈니스 호텔 정도로 깨끗하고 지내기 좋았다. 가격을 생각하면 뭐 이 정도는 해야 당연하지만 아무튼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