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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308 도쿄, 야마나시

2308 일본 | #3 - 코후, 바 브루노

by saika.stella 2023. 8. 18.

8월 15일

신주쿠 버스터미널

야마나시의 코후로 가는 날. 태풍 때문에 버스가 운휴 할까 봐 전날 늦게 표를 끊어놓았다. 신주쿠 버스터미널은 신주쿠역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버스터미널과는 꽤나 느낌이 다르다. 전에 카와구치코에 갈 때는 시부야 쪽에서 출발해서 신주쿠 버스터미널은 이번이 처음이다.

 

뭔가 이상한 플랫폼

버스로 2시간쯤 달려 코후에 도착한 뒤 짐을 코인락커에 넣어놓고 류오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코후역 츄오본선 플랫폼이 좀 웃기다. 2번 플랫폼이 류오역 방면, 3번 플랫폼이 이사와온센역 방면인데도 3번 플랫폼에 일부 류오역 방면 열차가 들어온다. 이럴 거면 왜 플랫폼을 구분해 놓은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처음에 기다리다가 열차가 안 와서 어리둥절했다.

 

오오에비텐쥬 세트
유루캠 성지답게 뭔가 있다

류오역에서 약 15~2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藤義 (스미요시, 타베로그 3.3). 이곳은 유루캠에서 나데시코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당이다. 작중에서 나데시코가 먹은 오오에비텐쥬 세트는 큰 새우튀김 두 개가 올라가 있는 텐쥬(텐동인데 박스에 들어가 있는 것)와 미소시루, 소바가 같이 나온다. 텐쥬의 경우 새우가 아주 쫄깃하고 짭짤하니 맛있긴 한데, 좀 먹다보니 짜긴 짜서 좀 물린다. 소바의 경우 쯔유와 면 모두 질이 좋다. 다만 문제는 가격. 작중에서 나데시코가 경악한 것처럼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그리고 접근성이 너무 안 좋다.

 

이렇게 밥을 먹고 류오역으로 돌아오니 미노부에 가기 굉장히 애매한 시간이 되었다. 거기다가 비도 주륵주륵 내려서 미노부에 가봤자 배차시간인 2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코후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코후성터의 가장 높은 곳에서

코후역 옆에는 코후성의 터가 있다. 가보면 알겠지만 일반적인 성의 천수각은 터만 남아있다. 그래도 일단 천수각이 있던 곳으로 올라가면 코후 시내의 전망이 꽤 괜찮게 보인다. 다만 날씨가 좋았다면 후지산이 보이는 각도지만 구름이 제대로 껴서 아예 안보였다. 이때부터 카와구치코를 아예 가려는 시도조차 안 했어야 했다. 온천이나 갈걸..

 

 

저녁은 이자카야 四文屋 甲府駅前店 (시몬야 코후역앞점, 타베로그 3.2)에서 먹었다. 원래 가려던 이자카야들이 전부 문을 닫아서 어쩌다 보니 들어오게 된 곳이었는데, 가격도 엄청 싸고 음식도 맛있었다. 야키토리와 가츠기무치가 가장 맛났는데, 특히 가츠기무치는 일단 김치라는 느낌보다는 살짝 매콤한 다른 요리라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생맥주와 하이볼과 같이 마시니 최고의 안주였다.

 

이후에 향한 곳은 코후의 로컬바 バー ブルーノ (바 브루노, 타베로그 3.0)이다. 여긴 진짜 작은 곳이라 5~6명이 앉는 카운터석 밖에 없고, 공간이 엄청 좁다. 그리고 거의 계속 손님은 나뿐이었다. 덕분에인지 바텐더와 한두 시간 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재밌었다. 특히 중국인에 대한 생각이 일치해서 가장 웃겼던 듯.

 

진 토닉 / 샤인머스캣 / 위스키 사워

첫 잔은 핸드릭스 진 토닉. 무난하고 안정적인 맛이다. 그나저나 일본 바들은 우스하리 잔을 밥먹듯이 쓴다. 부럽다. 그 다음은, 샤인머스캣을 사용한 칵테일. 달달하니 알코올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대충 보기에 샤인머스캣 4~5알 정도가 들어간 것 같다. 애런 위스키를 사용한 위스키 사워는 일품이었다. 아주 부드러운 질감에 비터와 피트의 향이 적절히 어우러져 위스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다.

 

키노비 + 샤르트뢰즈 / 솔티 독

키노비 진에 샤르트뢰즈가 들어간 칵테일은 키노비 진 자체가 상당히 특이하고 맛있는 진이라 그런지 허벌한 샤르트뢰즈의 복잡한 맛과 만나 향긋하고 풍부한 향을 뽐냈다. 키노비를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샤르트뢰즈와 말차 리큐르가 먼저라 다음 여행으로 보류. 마지막 잔은 생 자몽을 쓴 솔티 독이다. 역시 생 자몽을 사용한 건 확실히 다르다. 덜 달고 살짝 더 신 느낌인데, 그게 리밍된 소금과 정말 잘 어울린다.

 

코후에서의 숙소는 도미 인 코후 마루노우치는 역에서 도보 10분쯤 거리에 있는 곳으로 최상층에 있는 대욕탕과 노천탕을 무료로 밤새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밤에 특정 시각이 되면 라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딸려오는 서비스가 많은 편이라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