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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308 도쿄, 야마나시

2308 일본 | #1 - 코믹마켓, 산루카 바

by saika.stella 2023. 8. 15.

8월 13일

6개월 만에 가는 도쿄. 저번에 갔던 여행에서 살짝 아쉬움을 느꼈기에, 이를 보완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해보고자 하였다. 다만 가기 전부터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태풍이다. 발생 초기에는 도쿄를 직격 하는 경로여서 이러다가 여행 못 갈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태풍을 서쪽으로 밀어버려 경로가 대폭 서편화된 덕분에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도쿄로 가는 비행기는 인천발 제주항공 7C1100편이다. 7시 5분 출발이기 때문에 공항버스 첫차를 타고 새벽 5시를 조금 넘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잼버리 참가자들이 아주 많았다. 거의 절반정도는 잼버리인 듯. 근데 그들이 다 단체로 움직여서인지 출입국 심사 게이트 중 하나에만 줄이 잔뜩 있어서, 오히려 여유롭게 심사받고 들어갈 수 있었다.

 

10:06발 액세스 특급

9시 반 정도에 나리타 공항 3터미널에서 내렸다. 꽤나 앞쪽에서 나와서인지 아니면 아침 일찍이라서인지 입국 심사가 상당히 빨랐고, 덕분에 열차도 빨리 탈 수 있었다. 셔틀을 타고 2터미널로 이동한 후 공항 제2빌딩역에서 여느 때와 같이 케이세이 나리타 스카이 액세스선의 액세스 특급을 타고 히가시니혼바시역으로 향했다. 역시 액세스 특급. 싸고 빠르다.

 

보리 마 규동

호텔에 짐을 맡기고 원래 가려고 했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려 하였으나 연휴라서 그런지 문을 닫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근처의 요시노야(吉野家)에서 먹었다. 계절메뉴로 牛麦とろ丼이란 게 있길래 시켰는데, 딱 이름처럼 보리밥에 마가 올라간 규동이다. 저 고추처럼 보이는 건 오크라(?)라고 한다. 아무튼 3대 규동집답게 무난한 맛이었다. 근데 착오로 미소시루 없는걸 시킴. 무튼 후딱 먹고 길을 나섰다.

 

진입하는 유리카모메

밥을 다 먹고 처음으로 코미케에 참가하고자 도쿄 빅사이트역으로 떠났다. 유리카모메는 이번에 처음 타봤는데, 신바시역에서부터 사람이 잔뜩 타서 놀랐다. 오후에 가는 거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리고 고무차륜이라서 그런지 승차감이 신림선과 매우 유사했다. 근데 레인보우 브릿지 전에 한 바퀴 도는 건 확실히 특이하긴 했다.

 

실물 크기 유니콘 건담

다이바역에서 내려서 오다이바하면 떠오르는 유니콘 건담을 보러 갔다. 1:1 스케일답게 엄청 컸다. 사실 건담이라고는 수성의 마녀, 그것도 1기만 봤는데, 그래도 나름 기체들도 멋있었고 1기에 한해 참 재밌게 봤다. 다만 2기에 가서 전개가 산으로 가는 바람에 안 보게 되었지만. 그래도 거대한 로봇은 뭔가 로망이 있긴 하다. 근데 건담을 보려고 수마를 본 게 아니라 백합을 보려고 본거긴 한데 아무튼..

 

코미케 2일차 오후의 입장 대기줄

일단 이번 코미케(C102)부터는 입장권이 필수가 되었기에, 사전에 13일(2일 차) 오후권을 구매했다. 일단 오후권은 현장판매를 하기는 하는데 혹시나 몰라서 사전에 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팔에 입장권을 차고 줄을 서려고 가는데 일단 줄의 후미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따라가고 스태프에게 묻고 물어 도착하니 대기줄이 엄청 길었다. 이 정도 줄은 오전에만 서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만 줄의 규모에 비해서는 기다리는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줄 관리 자체가 잘 되는 듯하다. 서코야 제발 본받아라

 

도도메키, 설녀 / 다나

처음에는 기업부스가 있는 서관으로 향했다. 블루아카나 니케, 뱅드림 등 다양한 기업부스가 있었다. 굿즈를 파는 부스와 코스프레를 하는 부스로 갈리는 느낌이었다. 부스에는 다양한 코스어들이 있었는데 모르는 작품이나 게임도 꽤 많긴 했다. 그리고 그 와중 길 가다가 아논 부채를 받았다. 아논도쿄~

 

수노미 / 수시노

아주 안타깝게도 블루아카 부스에서는 수시노와 수노미만 봤다. 특히 수후미를 못 본 게 매우 한이다. 그래도 코스어들 전부 기업부스답게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었다. 

 

메리스 샘플 퀄이 대단하다

피규어 샘플도 좀 있었다. 

 

그 와중 나오는 u149

이어서 밖으로 나가 코스어들 사진이나 찍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날씨가 급발진했다. 살면서 경험해 본 비와 바람을 통틀어 가장 강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양이었다. 코스어나 참가자들이나 다 실내로 대피하면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도 신발이 다 젖어서 아주 찝찝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시 기업부스로 돌아가서 더 구경했다. 이때 블루아카 부스를 한번 더 갔어야 했는데... 수리카를 못 보네...

 

리나쨩 보-도

아까 거의 못 본 코스어들이나 보려고 동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서클 부스를 좀 둘러봤는데 규모가 여간 큰 게 아니라 당황했다. 그리고 어차피 오후라 매진된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좀만 보고 동관 7홀로 이동했다. 이곳은 실내 코스 에리어여서 쾌적했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이 꽤 많았다. 여기서 본 코스어들 중 인상 깊은 코스로는 니지동의 리나, 원신의 유라, 리제로의 렘 정도가 있겠다. 특히 리나의 리나쨩 보드가 정말 놀라웠다. 표정이 계속 바뀜..

 

아무튼 사진 좀 찍다 보니 3시 반 정도가 되어 슬슬 돌아가고자 아리아케역으로 갔다. 빅사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유리카모메 역은 도쿄빅사이트역이지만 딱 봐도 여기서 타면 못 앉아가겠다 싶어 한 정거장 전인 아리아케역으로 갔는데, 역시나 사람이 많지 않아 바로 앉아갈 수 있었다. 역시 행사가 있다 싶으면 한 정거장 전이 정배다. 봉천사거리라던가..

 

대충 이렇게 첫 코미케를 마쳤는데, 전체적으로 규모가 상당했고 그만큼 사람도 많아 볼거리는 많은 것 같지만 그만큼 돌아다니거나 자기가 원하는걸 무지성으로 찾기는 확실히 어렵다. 서클 부스는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수. 기업부스 구경이나 코스어 구경 등은 오후에 느긋하게 가서 무지성으로 돌아다녀도 나쁘지 않다.

 

카구라자카역 앞 거리

다시 히가시니혼바시로 돌아가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카구라자카역으로 향했다. 역에서부터 슬슬 걸으니 깔끔하고 잘 정비된 거리라는 인상을 받았다. 진짜 걷기 좋은 곳. 다만 그러다 보니 딱 데이트에나 어울릴 듯한 (그런데 의외로 커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비싼 음식점뿐이라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고민했는데, 아주 다행히도 길가에 뭔가 있어 보이면서도 엄청 비싸지는 않은 돈카츠집이 있어 들어갔다. 

 

히레카츠 정식

카구라자카역에서 걷다 보면 나오는 山せみ (야마세미, 타베로그 3.5)로, 별생각 없이 들어간 곳임에도 불구하고 내부가 상당히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여기서 히레카츠정식을 시켰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맛있었다. 카츠 자체도 꽤 부드러웠는데, 요 부드러운 히레카츠에 폰즈를 곁들여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확실히 고기도 고기인데 소스 페어링을 잘했다고 느꼈다. 같이 나온 국도 일반적인 미소시루와 달리 고기가 들어가 있고 살짝 시큼한(?) 느낌의 국이었다. 밥이 쑥쑥 들어가는 맛. 웨이팅도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배불리 먹고 난 후 향한 곳은 바로 サンルーカル・バー (산루카 바, 타베로그 4.3)이다. 카구라자카에 온 이유로, 도쿄에서 갈만한 바를 찾다가 타베로그에서 수상할 정도로 높은 평점을 보고 방문하게 되었다. 방문했을 때에는 마침 자리가 하나 있어서 바로 앉았다.

 

진따니끄 / 홍콩 커넥션

첫 잔은 진 토닉. 라임의 향이 아주 향긋하게 느껴지는 맛있는 시작이었다. 이어서 샤르트뢰즈를 사용한 것으로 추천해 달라 했더니 받은 홍콩 커넥션. 마스터의 오리지널이다. 브랜디, 옐로 샤르트뢰즈, 블루 큐라소, 라임이 들어간다. 맛은 사이드카에 허벌한 뉘앙스가 추가된 느낌으로 사이드카보다 향도 맛도 좋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상위 호환의 느낌. 조합 자체는 샹젤리제 느낌?

 

페니실린 / 김렛

그다음은 페니실린. 진짜 너무 맛있는 페니실린이었다. 플로팅한 라프로익으로 입에 피트를 적응시킨 다음 생강의 향이 강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온다. 보니까 직접 만든 생강 시럽을 쓰는 것 같은데, 잡스러운 맛이 나거나 과하게 달지 않고 깔끔해 좋았다. 또 여기 김렛이 맛있다고 들어서 주문해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기주가 너무 강하게 다가와서 그렇게 맛있진 않았다. 기주를 덜 쓰거나 시럽을 더 쓰는 게 더 취향. 쉐이킹 후 남은 얼음 하나를 띄워주는 게 포인트.

 

스즈 스푸모니

가장 흥미로웠던 스즈 스푸모니! 스즈를 먹고 싶다고 했더니 주신 것이다. 스즈도 비터한 맛이 있고 자몽도 나름대로의 쓴 맛이 있는데, 이 두 맛이 생각보다 괜찮은 밸런스를 이루어 거부감 없이 잘 들어가는 맛이 되었다. 왜 이걸 먹고 스즈를 안 사 왔는지 알 수 없다. 다음에 일본 가면 꼭 사 와야지...

 

이렇게 다 마시니 테이블차지 + 5잔에 8700엔이 나왔다.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도쿄에서의 첫 숙소는 APA 호텔 히가시니혼바시역 앞이다. 비즈니스 호텔의 대명사인 아파 호테루의 체인으로, 역 바로 앞에 있다. 히가시니혼바시역은 도쿄메트로 아사쿠사선이 지나는 역이기에 나리타 공항에서의 접근성이 좋으며 (액세스 특급이 정차한다) 바로 옆에 있는 바쿠로요코하마역에는 도에이 신주쿠선이 지나므로 교통이 상당히 편리하다. 방 역시 크지는 않지만 있을 건 다 있고 깨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