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아침으로는 다시차즈케 엔 (だし茶漬けえん 京都ポルタ店, 타베로그 3.08)에서 참치 다시차즈케를 먹었다. 전에도 이곳에서 같은 메뉴를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먹을 때도 변함없이 맛있었다. 일반적인 오차즈케보다 간이 더 되어있어 먹기 좋고, 참치도 적당히 신선해 차를 부을 때 맛있게 익었다. 아침으로 딱인 것 같다.
후시미이나리타이샤로 향했다. 이곳은 당연히 수많은 토리이들(센본 토리이)가 유명한 신사이다. 사실 밤에 오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우지를 여유롭게 가기 위해 오전에 갔다. 낮에 보는 토리이들은 밝은 색이 눈에 잘 들어왔고, 산책하는 관광객들과 대비를 이루었다. 확실히 수많은 토리이들이 이루는 풍경은 참 신기한 광경이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찍기에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역시 관광객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이어 JR 나라선을 타고 로쿠지조역으로 갔다. 로쿠지조역에 간 것은 방화사건 이후 쿄애니 본사가 있던 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고, 케이한 우지선으로 환승하고자 한 것이 두 번째 목적이었다.
직접 가보니 사건이 일어났던 곳은 울타리가 쳐져있고, 안에는 작은 공원 같은 것이 조성되어 있었다. (사진 찍고 나서야 사진 금지라는 표지판을 봤다. 그래서 올리지 않겠다) 나중에 추모 공원이나 추모비를 건립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다.
로쿠지조역에서 ICOCA를 샀다. 그나저나 여긴 변함이 하나도 없다.
케이한 우지선을 타고 우지역에 도착했다. 거의 6년 만에 오는 우지역인데, 케이한 전철 자체부터 역까지 꽤나 새단장한 느낌이 들었다. 전보다 훨씬 깔끔해진 것 같다. 우지시의 대표역 다운 모습이었다.
우지에서는 처음으로 말차 타코야끼를 사 먹었는데 솔직히 말차 맛이 별로 나지 않았다. 그냥 타코야끼였다.
우지의 스타벅스에는 일본식 정원이 있다. 역시 역사와 전통의 우지 다운.
이어서 토리키쿠 (とり菊, 타베로그 3.20)에서 말차소바 정식을 먹었다. 정식에는 말차 소바, 텐푸라, 스시가 있었고 총 1000엔이었다. 말차 소바도 말차 느낌은 안 났고 그냥 소바 느낌이었다. 그래도 소바 자체의 맛은 좋았다. 텐푸라와 스시는 무난하게 맛있었다. 솔직히 이정도 퀄리티의 음식이 1000엔이면 진짜 혜자다. 가성비를 따지면 카와구치코마치에서 먹은 모츠니코미 정식이 최고지만, 이건 두 번째 정도?
뵤도인이 있는 우지에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있었다. 꽤나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난 뵤도인 대신 엄청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찻집 '츠엔(通圓本店)'에서 말차와 모나카를 먹었다. 말차는 깊고 씁쓸한 맛이 충분히 느껴졌고, 달달한 모나카와 정말 잘 어울렸다. 사실 이 정도 깊이의 말차를 먹기는 그다지 쉽지 않은데, 이러한 조합을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다.
해 질 녘이 되어 다이키치야마 산 전망대에 올랐다. 산 정상에서 보는 우지 시내는 예전에 보았던 시내와 변함없이 탁 트여서 좋았다. 다만 날씨가 흐린 것이 흠이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정말 이뻤을 것 같다. 과거 방문했을 때에는 날씨가 개이고 있던 때여서 더 비교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뵤도인도 보이고 노을도 보이고 해서 볼만은 했다.
해가 지고 산에서 내려오니 우지 신사에 매달린 수많은 등이 빛나고 있었다. 은은하고 따뜻하게 빛나는 등이 줄지어 있으니 꽤나 아름다웠다. 일본에서 본 신사 중에 가장 일본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산에서 내려와 조무교를 건넜다. 다리에서 보이는 우지강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특히 몇 개의 가로등이 조금씩 보이는 풍경이 좋았다. 다만 상상 이상으로 어둡기 때문에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걸어가야 한다. 우지 정도면 시골인가? 시골이지... 우리나라로 따지면 뭐랄까, 남양주 느낌이 있다. 막 엄청나게 깡촌은 아닌데 그렇다고 도시는 확실히 아닌, 그런 느낌.
이후 JR 우지역으로 돌아가 교토역으로 돌아갔다. JR 우지역 근처에는 유포니엄 등신대가 다수 있다. 쿠미코, 레이나, 카나데가 같이 있는 등신대의 분위기가 왠지 묘해보였다. 백합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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