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
아침 겸 점심으로 교토역의 산 마르코 (サンマルコ 京都伊勢丹店, 타베로그 3.09)에서 새우 카레를 먹었다. 무난하게 맛있는 카레였다. 카레는 어지간히는 실패하기가 힘든 요리라고 생각할 정도로 맛이 보장되어있는 요리이다. 아무튼 카레를 맛있게 먹고 나왔다.
가장 먼저 JR 산인본선(사가노선)을 타고 아라시야마 부근으로 향했다. 이쪽 거리는 2017년 이후 처음 와보는데,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충분히 일본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거리다. 많은 사람들이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니고 주변에는 전통 음식과 과자를 판다. 사실 그러다보니 거리 자체는 일본다운게 맞는데, 사람은 대부분 관광객인데다가 한술 더 떠서 한국인 천지다. 그래서인지 일본어와 한국어가 거의 같은 비율로 들려서 살짝 어지러웠다.
아라시야마 죽림으로 왔는데, 여기도 변함없이 멋진 풍경이었다. 높은 대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모습은 보기 힘든 광경이다. 다만 얼마전에 우리나라 관광지를 찾다가 어딘가에 있는 죽림 사진을 보았는데, 놀랍게도 아라시야마랑 거의 똑같았다. 일본을 가기 힘들면 거기 가도 괜찮을지도...? 아무튼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이 대나무와 잘 어울려 사진 찍기에도 좋았다. 날씨가 흐려서 사진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보정의 힘을 빌린다면!
란덴과 버스를 타고 금각사 방면으로 향했다. 이 시점부터 버스 패스를 개시했다. 교토 버스는 정액제이기에 4번 정도 타면 이익이 되는 구조이다. 여담으로 란덴을 타고 가는 중에 일본에서 두 번째로 긴 역명(토지인·리츠메이칸다이가쿠키누가사캠퍼스마에역)을 봤다. 참고로 첫 번째로 긴 역명은 토요타모빌리티토야마 G스퀘어고후쿠마에(고후쿠스에히로초)이다. 아무튼 역명판이 꽉 차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금각사는 처음 와보는데, 개인적으로 풍경이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지만 400엔의 입장료를 감안하면 그다지 합리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 금칠한 본당 구경 및 호수 주변 산책 정도가 할 수 있는 것들인데, 비용 대비 효용은 그다지인 듯하다. 다만 전에 와보지 않았기에 딱 한번 정도 보는 느낌이다. 다만 눈이 온 뒤에 오면 정말 이쁘다고 하는데, 날씨가 엄청 더워서 눈 따위는 없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데라로 향했다. 기요미즈데라는 일반적으로 산넨자카를 통해 올라가게 되는데, 여기 있는 사람 중 한국인 비율이 거의 70%는 넘어간다고 느낄 정도로 한국어가 많이 들렸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일본문화거리 느낌이었다. 기요미즈데라 내부를 좀 둘러보다가 세 갈래의 물이 각각 건강, 사랑, 학문을 상징한다는 곳에서 손을 씻어보았다. 다만 각 상징의 순서가 어디서부터가 기준인지를 알지 못해 그냥 감으로 했다. 애초에 이 상징도 가짜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상관없지 않을까? 친구의 말로는 일본의 신은 적당해서 상관 없다고 한다.
사실 기요미즈데라를 올라가는 길과 절 자체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좋았다. 산넨자카가 아닌 챠완자카를 통해 내려왔는데, 어두운 길과 은은한 가로등이 잘 어울려 낭만이 있었다. 그리고 이 날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프레임이 있는 사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빛도 이쁘게 들어와서 좋다.
이후 기온 거리로 이동했다. 기온, 특히 그 뒷골목은 정말 '일본의 뒷골목'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곳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매우 좋아한다. 사실 이러한 기온의 풍경을 보기 위해 기온으로 온 거긴 하다.
기온 거리 뒷골목의 타이 스시 (鯛寿司, 타베로그 3.43)에서 스시와 다양한 요리들을 먹을 수 있었다. 스시 전문점을 간 적은 없기 때문에 대기하면서 어떨지 기대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회는 신선했고 부드러웠다. 특히 참치초밥과 고등어초밥이 일품이었다. 이외에 가리비 구이, 전복 회, 미소 된장국, 사케, 위스키 소다 등을 주문했는데 모든 메뉴가 만족스러웠다. 전복회의 신선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또 사장님도 친절해 좋았다. 갑자기 노 카드! 온리 크레딧! 웰컴~~~이러신다. 다만 가게의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던 것은 의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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