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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201 미국

2201 미국 | #3~4 뉴욕

by saika.stella 2022. 5. 18.

1월 21일

3일차에 처음으로 간 곳은 인트레피드 해양항공우주 박물관이다. 이곳은 미군의 에식스급 항공모함 'CV-11 인트레피드' 속에 여러 가지 군사 및 항공우주 장비들을 전시해놓은 곳이다. 전공이 항공우주 분야였기에,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앞서 이곳을 먼저 방문하고자 하였다.

 

인트레피드호의 전경

역시 항공모함 자체를 활용한 박물관답게, 버스를 타고 근처에 내렸을 때부터 웅장한 모습이 보였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지만, 멋진 항공모함의 모습을 보고 밖에서 가만히 보고 있었다.

 

인트레피드 내부의 모습

내부에 들어가니 항공기 몇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항덕이나 밀덕이 아닌 관계로 각 항공기의 명칭은 모르겠으나, 어쨌든 미공군 및 해군의 전력, 또는 전력이었음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양한 항공기들이 깔끔한 상태로 전시되어있었고, 몇 개는 그 콕핏에 직접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내부는 꽤 잘 되어있고 사람도 많지 않아 관람하기 편했다. 

 

제미니 우주선 내부의 모습

사실 나는 항공보다는 우주쪽에 관심이 더 많았는데, 박물관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우주 쪽 전시물이 다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위 사진의 제미니였는데, 그 내부에 직접 들어가볼 수 있었다. 제미니의 내부가 좀 좁은 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불편한지는 모르고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 있으니 새삼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함포(?)

이제 우주왕복선을 보러 가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이런 것이 있어 찍어보았다. 일종의 함포 비슷한 것 같은데, 조종석 같은 곳에 직접 앉아 볼 수 있었다. 함선의 다양한 장치들을 폐쇄하지 않고 열어두어 다양한 체험의 기회가 있다는 것은 참 좋다고 생각한다.

 

우주왕복선 엔터프라이즈

대망의 우주왕복선이다. 인트레피드에 전시되어있는 우주왕복선은 엔터프라이즈로, 개발 당시 활공 시험에 사용되었던 기체이다. 나중에 방문할 케네디 우주센터에 있는 것과 달리, 여기 있는 것은 우주에 갔다 온 기체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기체가 상당히 깨끗하고 보존상태가 좋았다. 훼손되지 않은 방열 타일 등이 흥미로웠다. 물론 재진입 당시의 열을 견디지 않았다 보니 특유의 감성은 덜하지만, 오히려 깨끗한 상태의 우주왕복선은 다른 느낌을 주었다.

 

갑판 위에 전시되어있는 항공기들

우주왕복선 전시실 밖으로 나오면 또 다양한 항공기들이 전시되어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SR-71 같다.

 

인트레피드 내부의 다양한 모습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괜히 항공모함에다가 박물관을 건설했을리 없다. 항공모함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내부에 들어가면 선원 및 선장의 침실이나 조타실 등이 있다. 이 중 조타실의 경우는 생각보다 일반인의 접근을 막아놓지 않아, 여러 장비들의 스위치 등을 건드려볼 수 있다(문제없다). 또 이곳에서 실제로 근무하셨던 분의 짧은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다.

 

완탕과 닭 요리

관람을 끝낸 후 차이나타운으로 이동했다.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동양 음식이 살짝 그리워졌다. 도착한 식당은 Big Wong이라는 중식당이었다. 이곳에서는 완탕과 의문의 닭 요리를 먹었다. 완탕은 추운 날씨 속 한줄기의 빛과 같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살짝 짠 감이 있었지만 맛있었다. 한편 닭 요리의 경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역시 맛있게 먹었다.

 

9.11 메모리얼 공원의 전경

이후 9.11 메모리얼 공원에 잠시 들렀다. 이곳은 9.11 테러가 일어난 세계무역센터가 있었던 자리로, 두 건물이 있던 자리에 큰 폭포 두개가 있다. 겨울이라 물이 나오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분수의 겉면에 수많은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안타까웠다.

 

배터리 파크에서 바라본 자유의 여신상

그 후 방문한 곳은 배터리 파크인데, 사실 이곳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다고 하여 간 것이었다. 그러나 나를 맞이한 것은 말도 안되게 추운 날씨와 엄청 조그맣게 보이는 여신상 뿐이었다. 위의 사진은 줌을 꽤 하여 찍은 사진으로, 눈으로 보면 '아 저건가 보다' 정도이다. 까고 말해 '거품'이었다. 보트를 타고 직접 보러갈 것이 아니라면 배터리 파크를 겨울에 방문하는 것은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추운 날씨 속, 주변의 스타벅스를 급하게 찾아 몸을 녹였다.

 

탑 오브 더 락에서 본 맨해튼의 야경

이 날의 마지막 방문지는 바로 록펠러 센터 최상층의 탑 오브 더 락이다. 이곳은 맨해튼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야경 명소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모습이 매우 잘 보여 유명하다. 사실 일몰 1시간 전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예매 후에 알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일몰 정시에 방문했는데, 오히려 하늘의 색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서서히 불이 켜지는 맨해튼 시내와 형형색색의 하늘의 조합은 일본에서 본 도쿄의 야경보다 훨씬 예뻤다.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있어 사람이 적당히 분산되었고, 야경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츠루동탄에서 먹은 쟁반우동

<저녁을 먹은 곳은 츠루동탄이다. 이곳은 쟁반 우동을 파는 식당으로, 일본(롯폰기점)에서 이미 방문한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살려 이번에는 'spicy'한 것을 주문했으나 역시 미국답게 매운맛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느끼하기만 했다. 그냥저냥 먹었을 뿐이고, 다시 방문하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역시 일본에 있는 본점이 훨씬 낫다. 가격은 26,000원이다.

 

이렇게 미국에서의 세번째 날을 마쳤다.


1월 22일

덤보에서 바라본 맨해튼교
맨해튼교와 브루클린교의 전경

4일차는 3일차에 비해 일정을 여유롭게 잡아, 덤보를 방문하며 시작되었다. 덤보는 맨해튼 대교 남단에 있는 지역으로, 이곳의 골목에서 맨해튼 대교의 모습이 절묘하게 겹쳐 보여 유명하다. 여러 매체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이곳에서 다리 쪽으로 걸어가면 두 대교의 전경을 볼 수 있는데, 역시 명성답게 거대하면서도 옛날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상당히 묘했다. 넓은 이스트강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월 가
뉴욕 증권거래소

여기서 배(3,300원)를 타면 월 가 남단 방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전날에 갔던 배터리 파크 근처이다. 사실 월 가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매우 넓은 거리에 사람이 북적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우리나라 뒷골목급의 너비에 사람은 별로 없었다. 증권거래소는 TV에 나오는 내부까지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전경은 볼 수 있었다.

 

월가를 대략 보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려고 했는데, 지하철이 이동하던 도중에 멈춰버렸다. 뉴욕 지하철이 갑자기 멈춰서는 경우가 꽤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겪으니 좀 짜증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면 몇 분 이내에 다시 출발하는데, 여기서는 10분 넘게 기다려도 열차가 출발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역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갔다. 다른 이용객들은 별 내색하지 않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쉐이크 쉑 버거

점심으로는 쉐이크 쉑 버거를 먹었다. 우리나라에도 입점해있지만 매장의 수가 별로 없기 때문에 먹은 적은 없는데, 처음 먹어보는 버거는 생각보다 매우 맛있었다. 특유의 스모크향(?)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받은 좋은 기억 때문에 플로리다에서 다시 한번 먹게 된다. 그때는 우버이츠로 배달시켰다.) 가격이 16,000원으로 비싼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기억의 지속(좌), 수련(우)
별이 빛나는 밤

점심을 먹고 방문한 곳은 뉴욕 현대미술관 MoMA이다. MoMA의 경우 빅 애플 패스를 수령하고 따로 시간 예약이 필요하다. 이곳은 이름대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보다 현대미술 쪽 전시품들이 다수 있는데, 별이 빛나는 밤(반 고흐, The Starry Night, 1889)과 수련(클라우드 모네, Reflections of Clouds on the Water-Lily Pond, 1920), 기억의 지속(살바도르 달리, 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 등이 있다. 미술 쪽에 관심이 많지는 않은 나로서는 이런 유명한 작품이 많은 MoMA 쪽이 메트로폴리탄보다 볼 것들이 많아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별이 빛나는 밤의 경우, 고흐 특유의 강렬한 붓터치를 그대로 볼 수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Suprematist Composition: White on White
Time and Countertime

이 외에도 다른 현대미술 작가들의 난해한 작품들을 다수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위의 두 작품이 기억에 남았다. 첫 번째는 Suprematist Composition: White on White(Kazimir Malevich, 1918)으로 색 대비가 거의 없는 두 흰색 계열이 묘한 공허함을 주어 인상 깊었다. 두 번째는 Time and Countertime(Valie Export, 1973/2011)으로 유리 탁자 위에 TV와 얼음이 놓인 작품이다. TV에서는 얼음의 모습이 나오고 탁자에는 녹은 얼음이 있는데, 이 둘의 대비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다. 

 

포터하우스

이렇게 MoMA 관람을 끝내고 스테이크를 먹으러 West Side Steakhouse에 갔다. 전날에 미리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고,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매쉬드 포테이토와 함께 포터하우스 하나를 미디엄 레어로 주문했는데, 막상 잘라보니 레어여서 다시 구워달라고 요청했다. 굽기 정도때문에 살짝 불만족스러웠지만, 스테이크의 맛은 좋았다. 2명이서 이 가격대(77,000원)에 이 정도 양의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나중에 다시 방문하여 제대로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서비스나 분위기 모두 좋았다.

 

이렇게 미국에서의 네 번째 날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