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호텔에서 나와 적당히 아키바로 향했다. 사실 카미츠바키시 건설 중 극장판을 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너무 일러서 포기. 지금은 수키쿄, 수카리, 수렌게 픽업 시즌이기에 역시나 광고판에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검열이 하나도 없는 건 흥미로운 부분.
게이머즈에 있는 부시로드 스토어. 곧 배송올 아논 누이를 봤는데 정말 귀엽게 나온 것 같다. 그리고 결국 구하지 못한 우이카 라이브 의상 누이는 참 아쉬울 따름이다. 그 와중 냐무 푸치슈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게 묘하게 쓸쓸하게 느껴진다.
야가키미 10주년 팝업도 있었다. 야가키미 굿즈 자체를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듯. 예전에 한참 재밌게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튼 그렇게 간단하게 아키바를 쭉 돌아본 후 점심을 먹으러. 역시 일본 왔으면 스시로는 국룰이기에 바로 앞의 스시로 아키하바라역앞점(スシロー 秋葉原駅前店, 타베로그 3.08)으로 갔다. 이번에는 BTS와 콜라보를 하고 있길래, 콜라보 메뉴인 보쌈 스시와 김밥 스시를 시켜보았다. 일본인들은 보쌈을 이렇게 받아들이는구나 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러모로 이게 뭔가 싶은 느낌. 그나저나 역시나 스시로에서 먹는 값싼 조개는 맛있다.
이어서 바로 옆의 카라오케칸으로. 아쿠아 파이널 라이브 이후로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수많은 아쿠아 오시들의 오열을 볼 수 있었다. 러브라이브는 뮤즈와 니지동만 봤기에 아쿠아는 아는 게 하나도 없지만 그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후 러브라이브 강점기가 끝나고 무수한 마이아베토게의 시간으로... 거의 4~5시간은 족히 부르고 나온 것 같다.
이후 일본에서 공부 중인 중학교 동창을 만나 같이 저녁 먹으러 갔다. 친구가 추천한 니혼바시 카이센동 츠지한 카구라자카점(日本橋海鮮丼 つじ半 神楽坂店, 타베로그 3.59). 니혼바시에 본점이 있지만 대기가 너무 길다고 한다. 여기는 대기 없이 바로 입장. 일단 분점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막상 들어가면 상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가장 저렴한 우메(梅) 코스를 주문하자 회 몇 점이 먼저 나왔다. 이어서 메인인 카이센동이 나왔는데, 회를 탑처럼 쌓아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적당히 차가우면서 식감도 좋고 신선한 느낌이라 아주 맛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백미는 이후 나오는 국물이다. 밥그릇에 국물을 따라주고, 앞서 받은 회 몇 점을 넣어서 샤브샤브 마냥 먹을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게 아주 맛있다. 한국인이라면 절대 싫어할 수 없는 그런 맛이다. 이게 일본의 국밥?
그리고 좀 걸어서 미즈땅(みずたん, 타베로그 3.28)이라는 이자카야로 향했다. 일단 우시고메쪽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을뿐더러, 가는 길은 순수한 주택가여서 이런 곳에 이자카야가 있다는 상상 자체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곳은 의외로 굉장히 맛있는 곳이었다. 10개의 꼬치가 나오는 모리아와세는 부위들이 모두 괜찮았고, 특히 표고버섯이 아주 잘 구워져 촉촉했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웠던 곳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구운 가지 호박(焼き茄子琥珀)이다. 호박이 먹는 호박이 아닌 광물 호박(琥珀)의 한자를 쓰는데, 요리의 형태를 보면 이해가 잘 가는 작명이다. 부드럽게 연기를 입혀 구운 가지를 노랗고 투명한 젤리 같은 것이 감싸고 있는데, 이게 마치 진짜 호박 같다. 식감도 신기하고 맛도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이건 반드시 가서 먹어봐야 이해할 수 있는 맛이다.
이후 이날 두 번째로 카라오케에 갔다.
출국하는 날이 되어 뭘 할까 하다가 다시 아키바에 갔다. 전날에 좀 급하게 둘러본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다. 좀 느긋하게 이곳저곳 둘러본 느낌. 장마철에다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관광객이 평소보다 많지 않아 나름대로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중국 쪽 관광객이 지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눈에 띄게 감소한 모습이었다.
어쩌다가 레뷰 팝업에 가게 되었다. 나름대로 한 층의 넓은 공간을 전부 사용하는 큰 규모의 팝업이었고, 등신대 포함 전체적으로 잘 꾸며져 있어서 레뷰라는 장르가 아직도 현역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일러도 이쁘게 뽑혔고 아크릴 스탠드 역시 엄청 큰 것을 팔고 있어서 쥰나나 하나씩 사 왔다. 역시나 히카렌만 품절된 것으로부터 정실이 누군지 알 수 있었고 옆에 마히루만 남은 건 참 묘하다 싶다. 그리고 등신대 앞에 포지션 제로 마크가 있는 게 재밌다.
슬쩍 걸어서 칸다묘진에 가봤다. 역시 굉장히 뜬금없는 곳에 있는 큰 신사인데, 아무래도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아키바 옆에 있기 때문에 서브컬처 문화가 많이 함유된 느낌으로 알려져 있는 듯. 실제로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아쿠아 이야기가 참 많았다.
많이 늦은 점심은 아키바에 왔으면 빼놓을 수 없는 타케야(竹や, 타베로그 3.66)의 토로로 우동. 역시나 변함없이 맛있었고 토로로의 식감은 최고였다. 밥을 먹고 뭘 할까 하다가, 이전에 방도리 파칭코 기계가 있다는 것을 들었던 게 생각나서 보러 갔다. 보니까 아키바 역 앞에는 한대만이 있어서 찾기가 좀 힘들긴 했는데, 일단 찾고 보니 메들리가 흘러나오면서 룰렛 돌아갈 때 나름대로 뽕차게 연출을 넣어놓은 게 재밌다고 느껴졌다. 여기에 돈 꽤나 물린 오타쿠들 많을 것 같다는 느낌.
이후 어차피 하네다에서 출국하는 만큼 잠깐 카와사키에 들렸다. 이번엔 HMV나 시마무라 악기점에서 파는 새로운 토게토게 굿즈는 딱히 없어서, 평범하게 기타 구경이나 하며 마이고 피크나 몇 개 사 왔다. 확실히 일본이 저렴하면서 이쁜 기타가 많아서 좋은 듯. 같은 건물에서 술을 좀 사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길래 카와사키 시청 전망로비 스카이데크에 가봤다. 사람은 없는데도 엄청 깔끔하고 현대적으로 꾸며놓은 게 좋았고, 360도를 돌면서 사방을 모두 넓게 볼 수 있어서 다른 전망대들보다 상당히 우위에 있는 것 같았다. 날씨만 좋으면 아무래도 후지산도 볼 수 있었을 테지만 어림도 없다.
저녁은 저번에 갔던 원조 뉴탄탄 사카바 카와사키히가시구치(元祖ニュータンタン酒場 川崎東口, 타베로그 3.48)에서 먹었다. 저번엔 오오카라(大辛)를 시켰더니 하나도 맵지 않았기에, 이번엔 최고 단계의 매운맛인 오니카라(鬼辛)로 시켜보았다. 처음에 딱 먹었을 땐 그 정돈가 싶었는데, 먹다 보니 꽤 매웠다. 신라면보다 조금 매운 정도? 물론 매운맛의 종류가 달라서 그것보다 맵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 아무튼 한국인한테는 적당히 매운맛이어서 좋았다. 양도 많이 아주 좋은. 이와 함께 미소교자를 곁들여 먹었다.
먹고 나오니 뭔가 애매하게 시간이 없어서 후다닥 뛰어 겨우 하네다 공항까지 직통으로 가는 열차에 탔다. 의외로 사전에 계획했던 시간의 그 열차(18:10 케이큐 본선)여서 어쩌다 보니 문제없게 계획을 지킨 느낌. 다만 출국 심사 줄이 예상 이상으로 매우 길었다. 마침 서양쪽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있었던 것 같고, 때문에 엄청 줄이 엄청 늘여졌다. 다행히도 어찌저찌 들어가서 비행기 탑승 10분 전에 게이트에 도착하는 데에 성공. 게이트가 진짜 너무 멀어서 이 정도면 나리타가 나아 보일 지도. 아무튼 더워 죽을 뻔한 여행을 끝내고 무사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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