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올해 첫 일본 여행. 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오이가와와 이즈 등 시즈오카현의 유루캠 성지를 전체적으로 쭉 돌아보는 여행이다. 출발 편은 인천 발 시즈오카 착 제주항공 1603편이다. 적당히 2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공항에 사람이 엄청 많아 당황했다. 스마트패스도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정도. 그렇게 겨우 들어가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니 벌써 탑승 시각이 되었다.
비행기가 공항 혼잡도 때문에 살짝 지연되어 18시가 넘어서야 시즈오카 공항에 도착. 비행기가 작기도 했고 앞자리였기도 해서 굉장히 빨리 빠져나왔으나 카나야역으로 가는 버스가 19시 출발이라 좀 기다리게 되었다. 버스는 500엔. 사실 숙소가 있는 시마다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게 베스트지만 이미 끊긴 지 오래였다. 그렇게 카나야역에 내린 후 도카이도 본선으로 환승해 시마다로.
일본에서의 첫 저녁은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후지 젠(ふじ膳, 타베로그 3.07)에서. 평범한 이자카야인데 교자가 매우 맛있었다. 나온 직후에 먹으니까 진짜 인생 교자 top3에 들 정도로 굉장히 바삭하면서 육즙도 많고 밸런스가 엄청 좋았다. 이외에 토로로 스테이크라는걸 처음 먹어봤는데, 일단 토로로 특유의 식감이 구워도 남아있나...? 하는 의문이 있었으나 의외로 그대로 남아있어 안주로 딱이었다. 토로로 최고.
1월 16일
드디어 오이가와로 가는 날! 유루캠 10~11권에서 비중있게 다루기도 했고, 3기 3~5화에서 열심히 나왔기에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이번 여행의 메인 테마로 가게 되었다. 시마다에서 도카이도 본선으로 카나야역까지 간 후, 신카나야역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그리고 그전에 시간이 살짝 떠서 가장 긴 목재 다리라는 호라이바시도 슬쩍 갔다 왔다.
가는 길에 본 고양이.
신카나야역에는 저번처럼 유루캠 굿즈도 많이 팔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에 더해 유루캠 패널 전시회도 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오이가와 철도의 본사가 있는 역이라 신경을 썼을 텐데, 유루캠이 항상 있는 걸 보면 오이가와 철도와 오이가와 그 자체는 유루캠과 참 깊은 인연이 있는 듯. 여러모로 오이가와에서 돌아다니면서 비슷한 생각을 계속했다.
물론 SL도 있었다.
아무튼 신카나야역에서 시작하는 오이가와 부근 성지순례의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다. 아무래도 배차간격이 길기 때문에 사전 계획을 잘 짜고 가는 것을 추천.
신카나야역 (10:54) - <오이가와 본선 구간급행> - 이에야마역 (11:29)
이에야마역 정류장 (11:47) - <카와네혼마치 커뮤니티 버스> - 센즈역 정류장 (12:32)
센즈역 (13:35) - <이카와선> - 오쿠오이코죠역 (14:39)
오쿠오이코죠역 (15:23) - <이카와선> - 나가시마댐역 (15:35)
아프트이치시로역 (16:23) - <이카와선> - 카와네료고쿠역 (16:56)
료고쿠츠리바시 정류장 (17:23) - <스마타쿄선 버스> - 스마타쿄 (18:00)
스마타쿄 온천 입구 정류장 (14:10) - <스마타쿄선 버스> - 센즈역 (14:55)
센즈역 정류장 (15:30) - <카와네혼마치 커뮤니티 버스> - 이에야마역 정류장 (16:15)
이에야마역 (16:36) - <오이가와 본선> - 카나야역 (17:09)
10시 54분 신카나야 발 오이가와 본선 구간급행을 타고 11시 29분에 이에야마역에 도착. 사실 SL을 타려고 했으나 원하는 시간대에 운행하는 열차가 기존 정기운행편인 카와네지호가 아닌 증편에 해당하는 미나미알프스호여서 이날엔 운행하지 않았다. 그래도 탑승한 열차가 오이가와철도 16000계였는데, 이게 참 묘하게도 마주 보는 의자에다가 나무 판때기를 달아서 엄청 넓은 책상처럼 쓸 수 있도록 해놓은 흥미로운 객차가 달려있었다. 덕분에 아주 쾌적하게 이동했다.
이후 이에야마역에서 약 20분 정도 대기한 후 11시 47분에 카와네혼마치 커뮤니티 버스로 센즈역까지 이동. 카와네온센사사마도역에서 센즈역까지 오이가와 본선 구간은 과거 태풍에 의해 피해를 입은 후 아직까지도 복구가 되지 않은 구간이라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여러모로 낭만이 없다.
그렇게 12시 32분에 센즈역에 도착했고, 오이가와에서의 첫 점심은 역 근처의 카페 우에마루(Cafe うえまる, 타베로그 3.09)에서. 나데시코가 열차로 센즈까지 온 후 점심을 먹었던 곳이다. 당연히 메뉴는 나데시코가 먹은 이곳의 대표 메뉴 나가시마 댐 카레. 나가시마 댐과 오쿠오이코죠역을 귀엽게 형상화한 카레다. 대충 밥이 댐이고 계란이 오쿠오이코죠역. 좀 먹다가 밥을 치워서 방류하는 게 국룰이다.
카레는 매콤한 전형적인 일본 카레였고, 가격이 가격인만큼 볼륨이 꽤 있어서 아주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가게 내부도 유루캠 굿즈와 시마 린 목도리 등으로 꾸며져 있어 여러모로 즐거웠다.
그리고 카와네 물산(川根物産)에서 나데시코가 먹은 카와네차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오이가와를 구경했다. 그 와중 근처에 굉장히 자연스럽게 있는 시마린의 비노.
시간이 되어 13시 35분 센즈 발 셋소쿄온센행 이카와선을 타고 오이가와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오이가와 철도와 유루캠 콜라보가 여기까지도 이어져 센즈역 출발 직전에 차내 방송으로 나데시코와 린의 짧은 보이스드라마가 나왔다. 열차에 나와 내 친구만 있어서 직원이 직접 유루캠 방송 들을 거냐고 물어보러 오기도 했다. 열차의 낡은 스피커로 귀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니 어이가 없었다.
탑승한 열차는 쿠하 600형이었는데 1990년에 도입된 나름 최신(?) 열차답지 않게 말도 안 되게 흔들리고 삐걱거렸다. 아무래도 이건 선로와 선형의 한계인 듯. 애초에 댐 건설을 위해 지어진 노선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게 진짜 낭만이다. 심지어 중간에 낙석이 있다고 열차를 세우고 기관사가 직접 돌을 치우러 가기도 했다. 그리고 관광객을 위해 연선에 있는 볼거리들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지금 왼쪽에 폭포가 있습니다~ 뭐 이런 거.
참고로 이카와 스마타쿄 주유 티켓을 썼는데, 이게 2일 2100엔에 센즈~이카와 사이의 이카와선 열차와 버스를 전부 탈 수 있는 상당한 가성비를 보여준다. 충분히 뽕 뽑고 올 수 있는 패스기 때문에 당연히 이걸 써서 오이가와쪽 관광하는 게 이득.
이카와선을 타고 처음 내린 역은 아프트이치시로역. 사실 하차는 아니고 구경하러 잠깐 나간 거긴 하다. 이 역에서부터 90퍼밀의 급경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나가시마댐 역까지의 차상궤도 구간에서 별도의 아프트식 기관차(ED 90형)이 열차에 연결된다. 도킹 순간은 아무래도 봐야 하니 내렸다. 근데 생각보다 극적이진 않은 게, 신카나야역에서 봤던 도킹 순간의 철컹 소리보다 소리가 작았다.
다시 탑승해서 14시 39분, 오쿠오이코죠역에서 하차. 이때 하차한 건 우리뿐이었다. 오쿠오이코죠역은 나가시마댐 건설로 수몰된 구간을 바꾸며 생긴 역으로 굉장히 뜬금없는 위치에 있다. 역에 연결된 다리가 레인보우 브릿지라는데 오다이바의 그것보다 3년 먼저 건설되었다고 불평하는 방송이 나왔다.
아무튼 이걸 건너서 약 10분 정도 열심히 산을 타면 388번 국도에 딸린 도로가 나오는데, 이게 실질적인 전망대다. 나데시코도 여기까지 올라와서 구경했다. 여기서 보는 역의 전경과 협곡이 엄청 멋지다. 물 색이 진짜 말도 안 되게 끝내준다. 가히 요세미티급 절경. 주변 산세와 오이가와의 색, 그리고 협곡에 스며들어오는 햇빛이 너무나 이쁜 광경을 만들어낸다.
다시 돌아와 15시 23분 센즈행 이카와선에 탑승하고 15시 35분 나가시마댐역에서 하차. 말 그대로 나가시마 댐 바로 옆에 있는 역이다. 사실 아프트이치시로역에서 나가시마댐으로 향하는 게 원작 고증이기는 하나 시간상 반대가 내리막길이라 편할 것 같아서 그렇게 갔다. 확실히 높은 지대에 있다 보니 협곡의 모습이 잘 보이고 이카와선이 내려가고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이때부터 해가 거의 져서 좀 어둑어둑해지고 쌀쌀해졌다. 그늘진 댐 위를 건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해서 놀랐다. 그렇게 건넌 후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길이 막혀있어 이리저리 정처 없이 헤매다가 겨우 어떻게든 길을 발견해서 가는 데에 성공.
가다 보니 터널 하나가 있었다. 이건 일반적인 터널로, 지나가면 아프트이치시로 캠핑장이 나온다. 나데시코, 아야노, 린이 묵었던 곳이다. 캠핑이 아닌 일반 견학으로는 입장을 허가하고 있지 않기에 지나가면서만 슬쩍 봤다. 보니까 원작에 나온 요리를 여기서 레토르트로 파는 듯.
캠핑장 끝에는 미스터리 터널(ミステリートンネル)이 있다. 과거 이카와선이 지나갔던 터널로, 현재는 주변의 주민들이 직접 만든 소품으로 나름대로 무섭게 꾸며놓았다. 사실 직접 가보니 소품이 막 무서운 건 아닌데, 오히려 밑에 물이 축축하게 있고 터널이 굽어져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기에 그런 분위기가 더 무서운 것 같다. 소품은 가까이 다가가면 불이 켜지거나 삐걱거리며 움직이는 구조. 종류가 많다.
아무튼 그렇게 터널을 지나면 아프트이치시로역이 나온다. 주변에 아무래도 별게 없는 만큼 아주 작은 역이지만, 일단 아프트식 기관차를 보관하는 차고가 있기도 하기에 뭔가 건물은 좀 있다. 여기서 다시 16시 23분 센즈행 이카와선에 탑승하여 카와네료고쿠역으로.
16시 56분에 카와네료고쿠역 도착. 여기에는 료고쿠 현수교(両国のつり橋)가 있다. 현수교 자체는 별로 흔들리지도 않고 엄청 높은 편도 아니지만, 바로 아래에 이카와선 선로가 지나가는 점, 그리고 바로 옆에 차고지가 있다는 점에서 현수교 위에서 차고지로 들어가는 열차를 볼 수 있다. 객차와 기관차를 분리하고 선로 분기를 열심히 조작하는 직원분들을 볼 수 있는데 흥미로웠다. 방향 전환만 세네 번은 한 듯.
그렇게 17시 23분 스마타쿄 온천행 버스를 탔다. 근데 무슨 길이 말도 안되는 게, 산길에다가 일방통행이고 심지어 완전 협곡이라 주변은 전부 절벽이다. 용케 운전이 되는게 신기하다. 아무튼 스마타쿄에서의 숙소는 스이코엔(翠紅苑)이었다. 주변에 얼마 없는 제대로 된 료칸인데, 나름대로 시설도 깔끔하고 노천 온천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식당과 방이 사실상 실외로 연결되어 있어 이동할 때 좀 추웠다는 점 정도가 단점일 듯. 다만 조식과 석식 포함 인당 6~7만 원이라는 사기적인 가격이 이를 무색하게 만든다.
석식은 나름대로 조그마한 코스요리가 준비되었다. 기본적으로 전채요리, 샤브샤브, 모둠 텐푸라, 아마고 구이, 후식 정도로 준비되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맛이었고, 텐푸라가 생각보다 꽤 맛있었다. 아마고는 가시가 너무 많아서 머리까지 완전히 먹기는 힘들었으나 꼬리 부분은 확실히 고소하니 좋았다. 식후 온천은 너무 좋았다. 사람도 없고 물도 과하게 뜨겁지 않아서 매우 좋은. 온천물도 너무 좋아서, 들어가고 피부가 금새 미끈미끈해지는게 기분이 좋았다. 하코네나 노보리베츠에서 느끼지 못한 느낌.
나와서 별을 좀 보러 갔다. 나름대로 일본에서 밤하늘로는 2위라고 해 은근 기대했는데, 하필이면 달이 너무 밝게 뜨는 바람에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이 꽤 많이 보였다는 걸 감안하면 가로등을 다 끄고 달이 안 뜨면 최고의 하늘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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