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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411 나가사키

2411 일본 | #2 - 운젠

by saika.stella 2024. 11. 16.

11월 15일

쾌속 시사이드라이너

나가사키역에서 운젠으로 가는 날이다. 이를 위해 일단 이사하야역까지 가는 쾌속 시사이드라이너를 탔다.

 

YC1계의 내부

열차 내부는 좀 난해한데, 일단 목재를 사용해서 고급스럽게 보이려고 한 것은 알겠으나 왜 바닥이 의미 없는 QR 코드인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찍어도 아무것도 안 나오기 때문에 묘하다. 차라리 찍으면 나가사키현 관광 안내 사이트 같은 걸로 연결되게 해 놓았어도 좋았을 텐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하야역에 도착했고, 오바마행 시마테츠 버스로 환승했다. 다만 이사하야역 내부 버스 터미널은 어디까지나 나가사키현영버스 전용이기에 여기서 티켓을 사봤자 어차피 시마테츠 버스에서 쓸 수 없다. 실제로 그렇게 1000엔을 날렸다. 정확히 정류장명과 요금까지 같아서 당연히 시마테츠 티켓인 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었다.

 

김이 나는 하수구

오바마(小浜)에 내리니 바로 김이 펄펄 나는 하수구가 맞아주었다. 일단 무엇보다 마을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을수가 없는데, 어디까지나 小(오) + 浜(하마) = 오바마인 것이지 그 오바마가 아니다. (이거 가지고 드립 치는 사람들을 엄청 많이 봤다.) 아무튼 이젠 하다 하다 온천마을 하수구에서도 김이 나는구나. 하수도 역시 온천물인 기묘한 마을이다.

 

사시미 정식 (1600엔)

일단 무시가마야(蒸し釜や, 타베로그 3.40)에서 점심. 각종 해산물을 온천 증기에 쪄서 내는 요리가 메인인 곳이지만, 막상 리뷰를 보니 찜 요리는 가성비가 나쁘고 평범한 맛이라고 해서 정식을 시켰다. 홋카이동(北海丼)과 사시미 정식 중 고민하다가 후자를 시켰는데, 참치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다만 개인적으로 어디까지나 평범한 맛이라, 차라리 뭔가 사진상으로는 특이해 보였던 홋카이동을 시키는 게 맞았나, 하고 생각하긴 했다.

 

오바마 온천의 근원 (?)

식당 근처에는 오바마 온천의 수원(?)이 있다. 오바마 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고 뜨거운 온천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 보니 이걸 좀 식혀서 다른 온천들로 보내기 위해 이렇게 되어있는 거라고 들었다. 그런 면에서는 쿠사츠 온천과 비슷한 것 같기도. 다만 그냥 봤을 때의 규모는 쿠사츠 쪽이 더 큰 것 같다. 물론 쿠사츠는 가보진 않았지만 <어쨌든 귀여워>에서 봤다.

 

족욕탕에서 바라본 바다

어쩌다 보니 사진을 못 찍었는데, 오바마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족욕탕이 있다. 핫풋(ほっとふっと)105라는 곳인데, 세계에서 가장 긴 족욕탕이라고 한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수원에서부터 쭉 길게 나있는 족욕탕이다. 이곳은 바다에 바로 접해있어서 족욕탕에 앉아있으면 바로 바다가 보이고, 바닷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온다. 온도도 과하게 뜨겁지 않아 좋은 듯. 물론 수원과 가까이 가면 뜨겁고, 멀어지면 차갑긴 하다. 바로 옆에 온천 증기로 직접 재료들을 쪄서 먹는 가게도 있고 온천 달걀과 맥주도 팔기에, 바다를 보며 먹으면 딱이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운젠으로 향했다. 역시 시마테츠. 회사가 어려워서 그런가 엄청 늦게 온다.

 

운젠 도착!

운젠에서 바로 료칸에 체크인한 후, 기다리던 운젠 로프웨이까지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 로프웨이가 몇 없는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없는 로프웨이라 보통 승합택시나 자가용으로 방문하는데, 알아보던 중 승합택시가 코로나19 때문에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하여 도보로 가보기로 했다. 일단 유튜브 영상 단 한 개가 길을 대충 알려주기는 하고, 구글 리뷰에 이따금씩 등산 후기가 좀 있길래 일단 로프웨이까지 가는 게 가능은 하다는 걸 사전에 알고 갔다.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

일단 기본적으로 仁田峠(니타 토오게)를 알리는 표지판을 보고서 계속 따라가면 길 잃을 염려는 없긴 하다. 仁田峠가 운젠 로프웨이 바로 근처이기도 하고, 거기까지는 길이 (나름대로) 잘 되어있긴 하기 때문. 난 료칸에서부터 쭉 올라갔는데, 차도 옆 도보가 잘 되어있는 곳을 지나면 위 사진처럼 딱 봐도 등산로 초입 같은 곳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쭉쭉 올라가면 된다.

 

2합목과 주변의 길

2합목까지는 아주 잘 닦여있는 길이라 괜찮지만, 이후부터는 길이 살짝 험해지긴 한다. 그래도 나름대로 길이긴 해서 힘들진 않고, 따라가기도 어렵지 않다. 그냥 길 따라서만 가면 된다.

 

이케노하라 공원 부근

이케노하라 공원. 여러 가지 공원들이 듬성듬성 모여있는 공원이다. 묘한 동물 동상들이 있는 공원도 있다. 사실 여기서 한번 헤매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쭉쭉 가다가 길이 없길래 당황했으나, 내가 지나간 길이 정배가 아니라 옆에 난 샛길이어서 그런 것이었다. 그래도 어차피 샛길로 들어가 봤자 결국 막히게 되어있어, 근처를 둘러보다가 정상적인 길로 진입하게 되어있긴 하다.

 

근데 그거랑 별개로 이 공원 자체가 상당히 묘하다. 산 중턱에 있으면서 접근성도 매우 좋지 않고, 관리도 거의 되어있지 않아 풀이 허리까지 자라있다. 그러면서도 기괴한 동물 동상 몇 개 배치해 놓고 "어린이의 공원"이라고 이름 붙여놓으니 정말 묘하다.

 

3합목 부근

그렇게 올라가다 보면 3합목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슬슬 올라가기 좀 벅찬 등산로가 나온다. 그래도 완전한 산길까지는 아니고 아래에 길임을 알려주는 나무가 깔려있기는 하다. 그리고 길 주변에 토리이도 있다. 분위기가 신기해서 구경하기도 좋다.

 

홍법대사

나중에 알아보니 홍법대사(弘法大師)가 모셔진 곳이 총 두 곳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위의 3합목 사진에 있는 장소이며, 두 번째가 바로 위 사진의 장소이다. 그런데 특히 두 번째 장소의 경우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쌓인 돌과 함께 자그마한 돌상만 있으니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이런 걸 서양인들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그럴 만도 할 듯.

 

니타 토오게

그렇게 30분간을 올라가다 보면 넓은 주차장이 나오고, 거기서 살짝 올라가면 운젠 로프웨이 입구와 함께 니타 토오게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있다. 확실히 접근성이 답이 없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로프웨이는 나가사키 로프웨이와 가격이 별 다를 바가 없었으나, 이 로프웨이는 반드시 타는 것을 추천. 아래와 위에서의 광경이 차원이 다르다. 특히 단풍철의 경우. 그리고 헤이세이 신잔도 엄청 잘 보인다.

 

단풍!

정말 올라갈 때부터 위에서도 단풍이 만개한 게 너무 좋았다. 물론 흐려서 사진이 제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알록달록하니 보기에 너무 좋았다. 로프웨이가 지나는 산기슭이 나무가 엄청 많아서 더 맛도리였기도 하고, 산 자체가 거대한 용암 돔이 많아서 웅장한 편이라 눈이 즐거웠다. 이 계절에 온 게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로프웨이를 타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나 포함해서 올라갈 땐 4명, 내려올 땐 3명뿐이었다. 너무 쾌적. 

 

그리고 올라가서 보면 주위가 너무나도 멋있고 뻥 뚫리게 보여서 정말 좋았다. 올라온 보람이 있다. 아래의 시가지와 바다, 산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게 없는 만점짜리 풍경이었다. 물론 흐리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헤이세이 신잔 정상부

로프웨이 도착지에서 살짝 더 올라가면 헤이세이 신잔(平成新山)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헤이세이 신잔은 1990년부터 1995년까지의 후겐다케 분화에 의해 형성되어 결국 운젠의 최고봉으로까지 성장한 용암 돔으로, 그 유명한 운젠 화쇄류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산이다. 그 화쇄류에 관한 건 시마바라에 가서 보기로 하고, 아무튼 헤이세이 신잔의 경우 아직도 아주 불안정한 상태라 딱 로프웨이 종점까지가 접근할 수 있는 최근접 거리다. 망원을 당겨서 보니 정상부에서 올라오는 김이 잘 보였고, 온갖 돌덩이가 너무 잘 보여서 지구과학으로 돈을 버는 입장에서 정말 재밌었다. 사진에 있는 저 큼직한 돌덩이가 사람 키의 족히 5배는 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참 대단하다.

 

료칸 내부

아무튼 그렇게 다시 내려와서 료칸 운젠토요칸(雲仙東洋館)에 본격적으로 입성. 생각보다 방이 넓기는 했는데 확실히 예전에 지어진 료칸이라 그런지 연식을 숨길 수는 없었다. 군데군데 낡은 흔적이 많았고, 특히 화장실과 욕실의 경우 정말 낡았다. 물론 사용하는 데에 지장은 없는 수준이라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호텔이 너무 커서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이 좀 힘들긴 했다.

 

일단 노천탕부터 들어갔다. 노천탕은 5층에 있는데, 넓지는 않지만 경치가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내내 혼자 썼다. 물론 5층에 있는 탕답게 (온도나 유황 냄새가) 살짝 묽은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말 좋았다.

 

뷔페!
나베!

이 료칸의 저녁은 드물게도 가이세키가 아닌 뷔페식이다. 오히려 좋았는데, 메뉴가 꽤 많기도 하고 메뉴 간 커스터마이징이 꽤 자유로워서 좋았다. 일단 사시미(참치 등)은 나쁘지 않았고, 스시나 템푸라 등등 꽤 괜찮았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베가 너무 좋았는데, 직접 냄비에 재료와 육수를 담아와 자리에 놓인 화로를 이용해 끓여 먹는 시스템이 너무 좋았다. 유즈코쇼를 잔뜩 넣어 매콤하고 얼큰하게 생선과 함께 끓이니 정말 맛있었다. 그래서 나베만 두 그릇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