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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301 간토, 야마나시, 간사이, 규슈

2301 일본 | #8 - 후지큐 하이랜드

by saika.stella 2023. 1. 12.

1월 11일

카와구치코는 어디에서나 건물에만 안가리면 후지산이 큼직하게 보이는 것이 눈이 참 즐거운 동네다.

 

카와구치코역의 풍경
카와구치코 한짤 요약.jpg

후지큐 하이랜드에 가기 위해 카와구치코역으로 왔다. 역이 작은 지상역이다 보니 다양한 열차를 눈앞에서 볼 수 있었는데, 맑은 날씨와 후지산과 함께 정말 예쁜 역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보니 저기에 특급 후지카이유가 있는데, 사실 저 열차의 존재를 아예 모르고 왔었다. 만일 알았다면 도쿄에서 야마나시로 올 때 후지카이유를 타고 왔을 수도 있겠다. 비싸지만 타보는게 경험이니까...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롤러코스터들

점심부터 놀기 위해 애프터눈패스(4100엔)를 샀는데, 사실 시간이 좀 남아서 옆의 편의점에서 점심을 대충 먹고 들어갔다. 그런데 처음 놀이공원에 입장할 때와 줄을 설 때 충격받은 것이, 사람이 말도 안 되게 적었다. 원래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대기한다는 것은 사람이 많아서 대기하는 건데, 여기는 사람이 적어서 충분히 모일 때까지 대기했다(???). 그러다 보니 원하는 어트랙션 쪽으로 가면 일단 탈 수 있었다. 그나마 대기를 많이 한 어트랙션이 철골 반장 정도였다. 나머지는 사실상 대기를 안하거나 5분 이내였다. 

 

타카비샤

가장 먼저 탄 어트랙션은 타카비샤(高飛車)이다. 타카비샤는 121도의 낙하 각도와 함께 하이랜드 내부에서 가장 큰 순간가속도를 자랑한다. 타카비샤는 초반의 암흑구간, 급발진 구간, 급낙하 구간으로 구성된다. 사실 출발하자마자 아래로 떨어질 줄은 전혀 몰랐다. 상식적으로 올라간 다음 낙하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암흑구간에서 갑자기 떨어지니 엄청 재밌었다. 급발진 구간은 암흑구간 바로 끝에 위치하기에 정신을 차리기 전에 다시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그리고 급낙하 구간 전에는 90도로 올라간 다음 위쪽에서 지면을 향한 채 잠시 정지해 있는데, 스릴이 넘쳤다. 참고로 121도 낙하 자체는 그다지 무섭지는 않다. 어쨌든 간에 코스터 전체적으로 구성이 꽤 알찼고 가장 재밌어서 두 번 탔다. 아직도 '오치루조'하는 아나운스가 기억난다. 대충 다음과 같다.

 

(출발하며)
頭を枕につけ、安全ハーネスにしっかりとおつかまりください。
머리를 패드에 대고, 안전바를 꽉 잡아주세요.

それでは出発です!
그러면 출발합니다!

ビッシャービッシャータカビッシャー!
빗샤 빗샤 타카빗샤!

いってらっしゃーい!
다녀오세요~

(암흑구간 낙하 직전)
おちるぞー!
떨어진다구~! (앞부분은 기억이 잘 안남)

(급발진 직전)
発進するぞー!
발진한다구~! (역시 앞부분은 기억이 잘 안남)

(121도 낙하 직전)
安全バーにつかまり、体をご自身で支えてください。
안전바를 잡아 몸을 직접 지탱해주세요.

 

에에쟈나이카
후지야마

후지야마는 정말 길었다. 한 2/3쯤에서 끝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1/3이나 더 남아있었다. 전체적으로 T익스프레스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롤러코스터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믹을 몰아넣은 느낌인데, 사람에 따라 뇌절로 느껴질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짜임새가 더 좋다고 느꼈던 타카비샤 쪽이 더 재밌었다. 도도돈파는 운행 중이지 않았고, 에에쟈나이카는 시간을 못 맞춰서 타지 못했다. 나중에 에에쟈나이카를 타게 되기는 하는데 역시 타카빗샤가 GOAT.

 

뭔가 무서운 버스 정류장
전율미궁의 입구

그 유명한 전율미궁에도 갔다. 전율미궁은 놀라게 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체험시간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느낌이다. 거의 30분은 안에서 보낸 것 같고, 건물 전체를 위아래로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공간감각을 잃어버려 무서웠다. 잘 꾸몄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이런 귀신의 집은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내부는 스포이기 때문에 자세히 쓰지는 못하지만, 분위기를 무섭게 꾸며놓으면서도 자주 놀래키지 않아 무서움 스택을 쌓아놓고 한번에 터뜨리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재밌었다.

 

바의 입구 / 도르래

카와구치코선을 타고 돌아와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바 'Oar Blue'에 갔다. 간 데에 별 이유는 없고, 구글맵에서 별점이 5.0이기도 하고, 숙소 바로 옆이라 가기도 편해서 간 것일 뿐이다.

 

그런데 막상 가니 점장님이 엄청 친절했고(매우 중요) 말도 많이 걸어주셔서 일본어를 오랜만에 길게 할 수 있었다. 점장님과 이번 여행에 관한 이야기나 가게의 명칭에 관한 이야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가게는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층에 앉으면 도르래로 술을 올리고 내리는 시스템이다. 자동은 아니고, 술이 준비되면 1층에서 도르래에 술을 담은 후 점장님이 2층으로 올라와 올려주신다. 

 

(자신있다고 말하신) 테즈꾸리 레몬 사워
Cosmic Dream

지역 맥주 두 잔과 레몬 사워 한 잔을 마셨다. 지역 맥주는 우주맥주(宇宙ビール)에서 만든 Cosmic Dream과 DDH Smash IPA Aim Brew Lab이었고, 레몬 사워는 가게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다른 두 개도 맛있었지만, 특히 Cosmic Dream이 엄청 취향이었다. 8.5도의 맥주 치고 높은 도수와 함께, 씁쓸한 홉 향이 어느정도 나면서도 꽤나 달달한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반적으로 구하기가 힘든 맥주라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마시고 싶다. 이후 여행에서 여기서 만든 맥주를 다시 한번 마셔보고자 했으나, 어떤 바 하나에 있던 것을 마신 것이 전부이다. 

 

여담으로 카와구치코마치에서 밤 9시 정도만 되면 종을 댕댕댕 울리면서 다니는 차가 있는데, 이게 뭔지 드디어 이 바에서 알게 되었다. 밤에 가스를 잘 잠궜는지 확인하라는 측면에서 소방서에서 순회를 다니는 것이었다. 친구들끼리 '망갤순회열차'니 뭐니 이야기했었는데, 어떻게든 개떡 같이 설명하니 점장님이 찰떡 같이 알아들었다. 설명은 대충 이렇게 했다.

この辺りに、夜9時にでんでんでんする車がありましたが…
여기 부근에 밤 9시 쯤에 댕댕댕하는 차가 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