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기 위해 니혼바시에 위치한 토호 시네마즈에 갔다. 우연히 이 날이 1일이었기에 할인이 들어가 비교적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다.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무난한 편이긴 한데 신카이 마코토 본인의 색채가 많이 옅어진 것 같아 아쉬웠다. 아무래도 흥행하니 상업적인 쪽으로 흐르는 느낌이 있었다. 물론 엄청 나쁘다는건 아닌데,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스토리라인을 기대하고 본다면 살짝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작화는 매번 발전하는 것 같다.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작화였고, 러닝타임 내내 눈이 즐거웠다.
영화를 다 본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우에노역으로 향했다. 우에노역으로 향한 것은 딱히 별건 아니고 이치란 아트레 우에노야마시타구치점 (一蘭 アトレ上野山下口店, 타베로그 3.38) 을 가기 위해서. 저번에 일본 여행을 갔을 때는 (너무 국룰이라) 이치란에 가지 않았기에 오랜만에 가고 싶었다. 이곳에서 먹은 이치란은 기억 속의 그 맛 그대로였다. 정말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라멘이다. 이와 함께 말차 푸딩을 후식으로 먹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미미카키텐 예약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도쿄역에 갔다. 도쿄는 이번이 3번째인데 도쿄역은 첫 번째인 것을 보면 확실히 외국인이 서울역에 가지 않는 이유를 왠지 알 것 같다. 아무튼 도쿄역에 내려서 유명한 도쿄역 역사를 본 다음, 코쿄 쪽을 향해 산책했다. 먼저 도쿄역 역사는 정말 서울역 역사 느낌이 물씬 났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역의 역사가 비슷한 느낌이라는 것에는 물론 역사와 관련한 문제가 있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게 느껴지긴 한다.
코쿄는 천황이 사는 곳답게 조용하고 잘 꾸며져 있었다. 시내에 이러한 자연친화적인 장소가 있는 것은 신주쿠 교엔과도 비슷한 느낌인데, 그쪽보다는 좀 더 꾸몄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자갈(?)이 깔린 곳에 나있는 긴 길이었는데, 여기에서 걸으면 묘하게 편안한 느낌이 든다. 정말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아키하바라역으로 이동하여 야마모토 미미카키텐 (山本耳かき店 秋葉原総本店) 을 방문. 동음으로 많이 알려진 것 같긴 한데, 나도 동음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곳이라 꼭 가보고 싶었으나 저번 여행에서 까먹고 가지 못했다. 그래서 미리 전날 방문하여 예약했었다. 미미카키텐에 대한 후기는 아래에.
아키하바라역에서 오차노미즈역 방면으로 걸어오다 보면 간판이 보인다. 이 간판 옆의 좁은 계단으로 올라가 오른쪽에 위치한 방에 들어가면 남성 직원이 상주하는 접수처가 있다. 이 접수처에서 예약을 하면 되는데, 일반적인 30분 또는 60분 코스라면 바로 이용할 수 있겠지만, 나데시코 코스(미미카키+전신 마사지)는 전날 예약을 추천한다.
(나데시코 코스의 경우) 예약 시간이 되면 점원을 따라 지하에 위치한 별도의 방으로 가게 된다. 방은 살짝 어둡고 작은 독립된 다다미방. 방에 들어가면 차와 수건을 받으며 이와 함께 간략한 정보 및 마사지 받고 싶은 부위와 받기 싫은 부위 등을 적게 된다. 나데시코 코스에 포함된 미미카키와 마사지 중 어느 것을 먼저 받을지도 선택할 수 있다.
미미카키는 (사실 말을 충분히 걸기 때문에 실제로 잠을 자지 않았지만) 정말 편해서 - 특히 무릎베게라는게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기에 - 잠이 올 정도였다. 아주 정석적인 코스였고, 이건 관련된 동인음성(229634)을 들으면 잘 알 수 있다. 실제 미미카키의 진행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코마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때 대화를 이끌어 주어서 편했던 것 같다.
보통 중국인, 대만인, 한국인, 미국인 순서로 많이 온다고 한다. 한국의 커뮤니티에 고평가가 많았다고 알려주니 엄청 좋아하기도 했다. 그리고 보통 외국인들이 오면 말이 잘 안 통해서 바디랭귀지로 어떻게든 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대화도 하나의 컨텐츠인 만큼 어느정도의 일본어는 공부하고 가는 것을 추천.
미미카키는 보통 30분 정도고, 그 후에는 누워서 받는마사지. 참고로 오일은 내가 원하는 대로 향을 조합할 수 있는데, 추천에 따라 라벤더랑 오렌지를 섞었던 것 같다. 이외에도 다양한 샘플러가 있다.
마사지는 엎드려서 목부터 발까지 다양한 부위로 진행되는데 꽤나 강하고 시원했다. 미미카키텐인 만큼 미미카키 메인일 줄 알았는데, 나데시코 코스 대응 가능 코마치들은 마사지도 나름대로 메인인 것 같다. 이후 똑바로 누운 후 다리를 메인으로 한 마사지와 두피 마사지도 받게 된다. 누워서 하는 게 끝나면 똑바로 앉아서 목, 어깨, 등 마사지를 다시 받게 되는데, 아마 이건 60분 코스에도 있는 마사지일 것이다.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
이렇게 해서 120분 끝. 끝나면 다시 차가 나오고 포인트 카드 같은 걸 써 준다. 30분에 한 칸인데, 15칸을 채우면 1000엔 할인이라고 한다. 별로 의미는 없고 기념품 느낌인 듯.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나가면 끝.
전체적으로 정말 좋았다. 미미카키텐이라는게 한국에 들어오면서 퇴폐 업소로 변질되어 인식이 꽤나 좋지 않은 편인데, 이곳의 경우 그러한 인식과 달리 불건전하지 않고 일본 특유의 '미미카키'란 무엇인지를 잘 체험할 수 있어 관광객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관광객들과 현지인들 모두에게 관광 명소로써 유명하기도 하다. 이와 별개로 일본어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리고 점포가 오차노미즈역 옆에 위치하다 보니 역의 열차 접근음이나 발차멜로디(특히 JR-SH1-1)가 매우 잘 들려서 마치 철도 asmr을 듣는 것 같았다. 몇분 간격으로 나지막하게 들리는게 참 묘했다.
점포를 나와 오차노미즈역 옆의 다리로 갔다. 이곳은 츄오-소부 완행선, 츄오 쾌속선, 도쿄메트로 마루노우치선의 3개 노선이 교차하는 곳으로 철덕들에게 꽤나 유명한 성지이다. 다리 위에는 항상 3개 노선이 동시에 교차하는 모습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아쉽게도 그 모습은 찍지 못했다. 근데 사실 철덕이 아니라도 일반 관광객이 가기에 좋은 곳이기도 한 게, 열차가 강을 배경으로 교차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일본' 같다. 그리고 이곳은 스즈메의 문단속 성지이기도 한데,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워낙 인상적인 장면이기에.
이후 다시 아키하바라역으로 이동해 야마노테선을 탔다. 왜 야마노테선을 굳이 탔느냐고 한다면 E235계 전동차를 보기 위해서이다. 나름 일본을 5번이나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동차를 본 적이 없다. 실제로 보니 디자인을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이뻤다. 개인적으로 열차 중 탑급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진짜 잘 뽑혔다. 이외에 역에서 신칸센을 추월하는 JR 일반열차(?)를 봤다.
야마노테선을 타고 간 곳은 유라쿠초역. 바로 오마카세를 먹기 위해 갔다. 오타루 마자즈시 긴자 (おたる政寿司 銀座, 타베로그 3.50) 라는 곳으로 원래 홋카이도 쪽에 본점을 두고 있는 곳이다. 이곳이 평점도 괜찮고 한국인도 그나마 덜 오는 것 같아 예약했다. 먹어본 결과, 전체적으로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지만 내가 막입이라 그런지 18,700엔 값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니도 신선했고 스시도 어느 하나 맛없는 것이 없었지만, 교토에서 먹었던 스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셰프도 친절했고 다양한 종류의 요리와 사시미, 초밥을 맛볼 수 있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뭐가 가장 맛있는지, 요리 별 특징이 뭔지 쓰고 싶지만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아 쓸 말이 그다지 없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나중에 또 갈 일은 딱히 없을 듯. 이후 오마카세가 너무나 배불러서 바를 갈 생각도 없이 그냥 숙소로 갔다. 배가 덜 불렀으면 신주쿠 쪽에 위치한 220엔 균일가의 칵테일 바에 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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