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KAI 본사 & 나로우주센터 조립동, 발사대 견학

by saika.stella 2022. 10. 14.

학과 행사로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고흥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나로우주센터에 다녀왔다. KAI는 애초에 평소에 가볼 수 없는 곳이고, 나로우주센터 역시 대중에게 개방된 곳은 우주과학관까지기에 일반적으로 갈 수 없는 조립동과 발사대 등에 간다는 느낌이 매우 새로웠다.


버스를 타고 점심 때 KAI 본사에 방문하였다. 이곳은 방산기업이기에 사진 자체를 찍을 수 없었다. 파란색 스티커를 주어 카메라 렌즈에 붙이게 하였고, 임의로 제거하면 흔적이 남는 구조였다. 따라서 이 글에서 사용한 KAI 사진은 직접 찍은 것이 아닌, KAI 홈피에 긁어온 것들이다. 어쨌든 본사 도착 직후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견학을 시작하였다.

 

회전익동 내부 (=KAI)

가장 처음에 방문한 곳은 회전익동이며, 이곳에서는 다양한 헬기가 생산되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 KUH-1 수리온, MUH-1 마린온, KUH-1M 의무후송전용헬기 등의 조립이 거의 완료된 채 있었고, 그보다 멀리에 LCH의 형체도 보였다. 특히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수리온의 블레이드가 결합된 채로 있었는데(마린온도 그랬는지 확실하지 않다), 생각보다 매우 커서 인상 깊었다. 또 조립이 거의 완료된 기체에는 엔진이 달려 있었는데, 이미 연소시험을 거친 것인지 그을린 자국이 있었다.

 

고정익동 내부 (=KAI)

그 다음 방문한 곳은 고정익동이다. 고정익동은 회전익동과 달리 조립이 이루어지는 1층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이곳에는 T-50 계열과 KF-21이 있었다. 대부분 TA-50(FA-50이었는지 기억이 안난다)이 조립되고 있었다. 그리고 왼쪽에는 KF-21 3호기가 정비(?)를 위해 들어와있었는데, 바로 옆까지 가서 구경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확실히 헬기보단 전투기가 외형적으로 이쁘다. 사실 뭐라고 더 글을 쓰고는 싶은데, 난 항덕이 아니라 우주덕이라 쓸게 없다. 항공우주공학과라고 해서 꼭 항덕은 아니다.

 

여담으로 밖으로 나오면 사천비행장이 보이는데, KT-1이 거의 10초에 한대꼴로 이륙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밖에 위치한 격납고의 열린 문으로 KF-21 1호기의 전면부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웃긴 것은, 사실 KAI에 오기 직전 버스 기사님이 길을 사천비행장쪽으로 잘못들어 KF-21 1호기 후미의 엔진도 봤다.

 

항공우주박물관(좌), 거기서 본 헬기(우)

견학 후 주변의 항공우주박물관에 갔는데, 우주 관련 내용은 없고 사실상 전쟁기념관 같이 되어있었다. 과거의 항공기들을 보거나 들어가볼 수 있다는 것 정도의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인트레피드 항공우주박물관에 가봤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었다. 박물관 상공을 지나가는 경찰 헬기를 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가깝게 날아서 볼만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보이는 풍경

그 이후는 해상케이블카를 타러 갔는데, 케이블카 자체는 경치가 그닥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타고 올라간 산 정상 전망대에서의 경치는 굉장히 좋았다. 이후 저녁을 먹고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 고흥으로 이동하여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하였다. 나로우주센터 자체는 가본적이 몇번 있지만 항상 우주과학관선에서 컷이어서 별게 없었는데, 드디어 그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니 설레었다. 참고로 우주과학관은 전형적인 대중을 위한 박물관이나 전시물이 있다. 이에 반해 우주센터 내부는 실제로 각종 조립과 시험, 발사가 이루어지는 곳이기에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곳에서는 사진 찍지 말라는 곳 말고는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MCC

통제선을 넘어 가장 먼저 MCC(미션 컨트롤 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은 발사의 Go/No-Go를 판단하는 곳이다. 미국 KSC의 새턴V/아폴로 발사통제실과 비교해보면 시대가 시대인지라 확실히 많이 간소화 된 모습이다. 누리호 발사 당시의 영상이 앞의 화면에 나왔는데, 거기에 실제 비행 정보가 적혀있어 카메라로 찍을 수 없었다.

 

이어서 조립동으로 이동했다. 조립동은 몇개의 건물로 구성되어있는데, 첫번째로 들어간 건물 내부에 실시간으로 조립중인 누리호 FM(!)이 있었다. 이 기체는 곧 있을 3차 발사에 사용될 기체로, 각 단부가 대체로 조립이 완료된 모습이었다. 특히 1단부는 엔진쪽 하우징 조립이 한창이라, 훤히 드러난 4기의 엔진을 볼 수 있었다. 이때 엔진 안쪽이 다 드러나있어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들었다. 1단부와 2단부는 거의 조립이 완료되었고, 3단부는 세로로 세워 놓고 조립중이었다. 어떻게 보면 발사 직전의 기체를 본 셈인데, 이게 얼마 안 있어 우주로 향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누리호 QM(좌), EM(우)

옆의 건물로 들어가면 누리호의 EM(체계개발모델)과 QM(인증모델)이 나란히 있었다. 이곳은 FM이 조립되는 곳과 달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왼쪽에 보이는 QM은 사실상 FM(비행모델)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웠다. 동체를 살짝 만져보는 것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표면 질감을 느껴봤는데, 내가 생각하던 매끄럽고 천과 같은 페어링이 아닌 그냥 콘크리트에 페인트를 칠한 느낌이었다. 한편 측면에 돌출된 단분리 모터가 눈에 띤다. 여담으로 이게 눕혀놓으니까 크기 체감이 잘 안되고, 생각보다 작아보였다. 그러나 세워놓으면 무지막지하게 클 것이다.

 

누리호 QM 뒷편의 1단부 엔진

뒷편으로 돌아가면 KRE-075 엔진 4개가 그대로 있다. 종합연소시험을 마치고 별다른 세척과정을 거치지 않은채 여기에 놓인 모델이기에 1단부 하단은 숯검댕으로 가득하다. 아무 생각없이 만졌다가 손에 다 묻었다. 나름 의미있는 숯검댕이지 않을까...? 한편 엔진 안쪽에 빛을 비추어봤더니 인젝터 플레이트가 보였다. 이를 보고 SSME 내부의 인젝터 플레이트가 생각났다. 역시 엔진의 복잡한 모습은 공학도로 하여금 가슴을 뛰게 한다. 복잡한 기계에는 낭만이 있다.

 

종합연소시험설비(좌), 연소시험대(우)

조립동을 나와 연소시험설비를 방문했다. 특히 진공 환경을 모사하는 연소시험설비에 방문했는데, 그 원리가 꽤 흥미로웠다. 처음에만 진공을 만들어주면 그 다음부터는 엔진이 배출하는 가스에 의해 진공 환경이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설비 내부로 진입하려고 하는 공기의 압력보다 엔진이 배출하는 가스에 의한 압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시험설비 주변에는 종합연소시험설비와 일반엔진연소시험대가 있었다.

 

누리호 발사대
엄빌리칼 타워

드디어 발사대에 갔다. 나로우주센터 발사대가 깔끔하고 경관이 좋기로 유명한데, 확실히 그랬다. 한쪽 면이 완전히 뚫려있어 넓은 바다가 보였고, 설비의 대부분이 지하에 있어 발사 패드 자체는 굉장히 깔끔했다. 그나마 누리호 발사를 위한 엄빌리칼 타워가 솟아있어 이곳이 발사대구나, 하는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과거 미국에서 KSC를 방문해보았으나 발사대에는 가지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드디어 발사대의 땅을 밟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항상 나로우주센터에 갈 때나 누리호 발사를 보러 갈 때 발사대에 못 가는게 한이었는데, 너무 좋았다. 그렇기에 조립동보다 이곳이 더 좋았기도 하다. 옆의 나로호와 TLV를 발사했던 발사대는 안전 문제로 접근할 수 없었다. 

 

이렇게 견학을 마쳤다. 역시 관련 과를 오면 좋다.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곳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정도면 훌륭한 성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