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602 홋카이도 중남부

#3. 토야호

2026. 2. 11.

토야호로

아침 7시 좀 넘어서 버스를 타고 토야호로 출발했다. 토야호-우스잔은 이토이가와 및 운젠과 함께 일본 최초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중 하나라는 점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다양한 화산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겨울에는 일부 통제되는 곳들이 있어 이를 감안하고 떠났다.

 

가는 길에 요테이산을 봤다. 갑자기 두둥하고 나타나는 게 마치 후지산 같았다. 주변에 산이 거의 없고 상부에 눈이 쌓인 화산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고, 실제로 미니 후지라고 불리는 점에서 나름 일리가 있는 듯. 멋진 설원이 계속 시야에 들어와 즐거웠다.

 

목적지인 토야호 온천의 元町 정류장에 내린 것은 실제 도착 시간보다 약 25분 정도 지연된 후였다. 역시 전날을 비롯 요즘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기에 오히려 이 정도 지연만으로 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나름대로 신기한 것 같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잠시 토야호를 둘러보았다.

 

토야호의 풍경

이때는 구름이 살짝 몰려오고는 있었으나 아직 요테이산이 보이기는 했던 시점이었다. 저 멀리 눈 덮인 설산과 산맥, 그리고 나카지마와 호수까지 청명한 하늘을 바탕으로 너무나도 색과 대비가 아름다웠다. 이때 풍경 하나만큼은 모토스코보다 훨씬 이쁜 것 같다. 아마 주변에 다른 설산도 펼쳐져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모토스코는 단적으로 후지산 '만' 보여서 좀 심심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인 쇼와 신잔

적당히 버스 시간이 되어 쇼와신잔행 버스를 탔다. 쇼와신잔(昭和新山)은 우스잔 옆에 있는 작은(?) 산으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산이다. 운젠에서 보았던 헤이세이 신잔과 마찬가지로 데이사이트질 마그마가 분출해 만들어져 모양도 비슷하다. 다만 운젠쪽은 회색이고 이쪽은 붉은색인 게 마치 노보리베츠나 하코네, 또는 아이슬란드의 미바튼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연기가 나오는 쇼와신잔이 눈에 들어왔다.

 

우스잔 토야호 전망대에서
화구 전망대로 / 전망대에서 본 쇼와신잔

이제 우스잔 로프웨이를 탔다. 왕복 2000엔으로 운젠 로프웨이보다 비싸다. 그러나 올라가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낄 것이다. 경치가 정말 좋다. 토야호가 잘 보이고 우치우라(누마즈 거기 아님)도 잘 보이며, 우스잔의 화구와 쇼와신잔까지 사방에 볼 게 엄청 많아서 눈이 즐겁다. 로프웨이 산쵸역 바로 옆에 토야호를 전망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오르막을 좀 오르면 우스잔과 우치우라가 보이는 곳이 있다. 두 곳을 모두 다녀온다면 충분히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치우라 만
화구 주변의 기암괴석
우스잔 화구

우스잔 화구에서 쇼와신잔과 마찬가지로 연기가 나오는게 인상적이었다. 역시 활화산은 활화산이다 싶었다. 다만 원래는 화구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가 있는데 겨울이라 통행금지가 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경치는 좋았다.

 

ANON SNOW
국물을 먹어요

여담으로 로프웨이 시점에는 다양한 레토르트 국물을 무료로 맛볼 수 있는 코너가 있는데, 이게 의외로 맛있어서 좋았다. 또 근처에는 간단하게 우스잔과 쇼와신잔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자료관 같은 곳도 있어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둘러보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야채 정식

그렇게 버스를 타고 다시 토야호 온천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으러 이동. 메구리야(めぐりや, 타베로그 3.05)에서 먹었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리뷰가 적은 편이다. 보니까 대표 메뉴는 사슴 고기를 사용한 요리와 야채 정식 정도인 것 같았는데, 추천은 후자인 것 같아 그걸로 시켰다. 다양한 종류의 채소가 찜과 튀김, 샐러드 등의 조리법으로 나와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느낌의 정식이었고, 다른 건 평범했는데 저 튀김이 매우 맛있었다. 뭔 채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간이나 질감 등 아주 좋았다.

 

토야호 (안보임)

식당을 나오니 갑자기 날씨가 답이 없어졌다. 이정도로 빠르게 날씨는 처음 봤다. 거의 후지산 옆 급.

 

이왜 호수뷰?
저녁 (맛없다)

체크인 시간이 되어 호텔로 돌아왔다. 토야 코한테이(洞爺 湖畔亭)라는 곳으로 2식 포함 + 삿포로 왕복 버스(난 편도만 탐) 무료인데도 12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한다. 원래 호수가 아닌 산 뷰여서 싸게 나온 건데 막상 방에 가보니 호수 뷰여서 놀랐다. 방도 나름 넓고 괜찮다. 다만 저녁 뷔페가 좀 많이 맛이 없어서 왜 그런 가격인지 잘 알 것 같은 느낌. 딱히 언급할 것도 없이 순수하게 메뉴 종류도 적고 맛도 없었다. 그나마 소고기 구이 정도가 먹을만했던 것 같다.

 

토야호 불꽃놀이

토야호는 밤에 불꽃놀이를 하는데, 겨울에도 올해 기준 2월의 일부 기간에는 진행한다. 마침 내가 간 기간이 불꽃놀이가 진행되는 기간이라 운이 좋았던 것 같다. 8시 반부터 시작되었는데, 솔직히 시골 마을의 매일 하는 작은 불꽃놀이라 스케일 측면에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규모가 상당했다. 다양한 불꽃부터 시작해서 냅다 호수에다가 쏴서 터뜨리는 환경파괴적 화약까지 볼거리가 많았다. 무엇보다 불꽃을 쏘는 위치부터 관람하는 위치까지의 거리가 유의미하게 가까워 현장감이 엄청났다.

 

검은 세븐
일루미네이션 터널

가는 길에 일루미네이션과 검은 세븐을 봤다. 카와구치코의 것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지정된 것이다(경관보전형 광고규제지구 - 옥외광고물의 규제기준에 대하여). 자세한건 2023년 1월 여행 글을 참조.

 

이렇게 불꽃놀이를 보고 온천에 가보았는데, 노천탕이 조금 좁기는 했지만 한 명만 딱 들어가는 프라이빗 욕조가 있어 나름대로 편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이날 내내 느꼈던 건데, 계속 중국인들이 민폐를 여러모로 끼치는 것 같다. 우스잔 정상에서 중국인이 밀어서 죽을 뻔한 것도 있고, 불꽃놀이에서도 그렇고 호텔 옆방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도 그렇고 온천에서 씻지도 않고 다이빙하는 것까지 참 다양하다. 방문하는 국가의 예절을 익히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인간으로써 지켜야 할 것은 지켜줬으면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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