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은 두 번째로 떠난 일본 여행이자 첫 일본 배낭여행이라는 점에서 설레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여행지는 오사카, 교토, 그리고 교토 중에서도 우지시이다.
12월 22일
비행기를 타고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저녁 9시쯤이다. 2016년에도 패키지로 갔다 온 적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익숙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익숙한 길을 따라 여유롭게 나가려고 했는데, 막상 초조하게 만든 것은 입국심사. 아무 생각 없이 늦장 부리며 나갔다가 엄청나게 긴 줄을 보고 낙담했다. 입국 심사에만 거의 1시간이 걸렸고, 앞에 있는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니 열차를 포기하고 택시 타고 가자는 내용이었다. 어쨌듯 최대한 빨리 입국 심사를 끝내고 나왔다.
다행히도 라피트 막차가 출발하지 않았고, 거기다가 시간도 꽤나 남아있었다. 덕분에 라피트를 포함한 주변에 정차해있는 다양한 열차들을 구경하고, 라피트의 멋진 외관도 살펴보았다. 뭐랄까, 과거에 떠올릴법한 미래에 대한 발상적 디자인? 다시 말해 구식 미래(?)형 열차였다. 내부도 뭔가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그러한 느낌의 디자인이었다. KTX 같은 고속열차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 신선했다.
그렇게 길지도 않은(대략 40분쯤) 라피트 탑승 후, 난바역 번화가에 위치한 숙소로 이동하였다. 호스텔 와사비 오사카 베드 엔 라이브러리라는 곳이었는데, 직원분도 친절했고 시설도 나쁘지 않은, 괜찮은 게스트하우스였다. 2층 침대 중 위칸에서 잤는데, 다행히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조용해서 기분 좋게 잘 수 있었다.
12월 23일
아침식사는 호텔에서 먹을 수 있는 말차 팬케이크이다. 적절히 말차 맛이 나는 괜찮은 팬케이크였고, 가벼운 아침식사로 적당했던 것 같다. 말차를 좋아해서 마음에 들었기에, 다음날 아침으로도 먹었다. 이후 신사이바시로 이동했다.
신사이바시 거리의 모습인데, 2016년에 패키지여행으로 왔을 때 보다 사람이 현저하게 준 모습이었다. 아침에 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왜 연휴기간에 사람이 별로 없는지는 의문이다. 어쨌거나 적은 사람들 틈에 섞여 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물론 둘러볼 건 별로 없지만). 아무래도 혼자 온 여행이다 보니 과거보다 더 여유로운 관광이 가능해서 못 보고 지나친 것들도 볼 수 있었고, 작은 상점들에도 들어가 구경할 수도 있었다.
이어 도큐핸즈로 이동하였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오렌즈 네로는 있었다. 물론 저번에 구입했기 때문에(다만 지금은 부러졌다) 몇 개의 간단한 문구류만 구입하고 나왔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작은 파르페 집이 있어 먹어보았는데, 480엔의 값어치를 했다. 매우 달고 맛있는 딸기 파르페였다. 특히 딸기가 엄청 신선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흔히 도톤보리 하면 떠오르는 "그 장소"에 가서 (저번에 왔기 때문에) 재빨리 둘러보고는 점심 식사를 위해 이치란 라멘 본점에 들어갔다. 2016년에도 먹었었는데 맛있어서 바로 찾게 되었다. 평범하게 먹었던 저번과 달리 매운 소스를 2배로 해서 먹었는데, 나름 맛있었다. 여담으로 음식이 나올 때 점원이 테이블 앞에서 뭐라고 하는데, 이때는 일본어를 잘 몰라서 물음표를 띄웠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의미는 없지만.
그리고 덴덴타운으로 떠났다.
저번엔 여유롭게 방문할 수 없었던 덴덴타운을 이번에는 드디어 방문하게 되었다. 처음엔 "정글"에 들렸는데, 내부에 케이온 피규어들이 아주 잔뜩 있었다. 꽤나 예전 상품인 데다가 중고여서인지 굉장히 싸서 결국 유이 넨도를 구매하였다. 사실 유이-무기 스테이지 세트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사려고 했는데 너무 커서 포기했고(다만 지금 생각하면 별로 큰 것도 아닌데 왜 사지 않은 건지 후회된다), 가장 구매하고 싶었던 우마루 넨도는 보이지도 않았다.
애니메이트의 1층이 원래 도서가 아니었을 텐데 왠지 도서 코너로 바뀌어있고, 굿즈가 많이 사라졌다. (적어도 이때는) 일본어를 거의 못했기 때문에 책과는 멀어졌다. 덤으로 근처의 코토부키야도 가보았는데, 예쁜 피규어들을 많이 감상할 수 있었다. 다만 비싸서 구매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돌아다니며 다양한 애니메이션 굿즈를 사모았다. 다만 유포니엄은 역시나 없어서 아쉬웠다.
그 외에 메이드 카페가 몇군데 있었고 길에서 영업하시는 메이드도 몇명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혼자 가기엔 좀 그렇기에, 나중에 친구와 오면 가봐야겠다. 그외에 다양한 굿즈를 사고 뽑기를 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저녁이 가까워졌다. 이제 노을과 야경을 감상하러 아베노 역 부근에 위치한 전망대인 HARUKAS300으로 떠났다.
줄이 엄청 길었고 가격도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고생이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때였다. (사실 나중에 알아보니 서있던 줄의 길이가 긴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짧은 수준이었다.) 그렇게 힘들어하며 엘리베이터에 타고, 전망대가 있는 60층까지 올라갔다.
그러자 멋진 야경이 펼쳐졌다. 웬만한 마천루 전망대의 야경은 가볍게 이겨버리는 느낌이었다. 마침 날씨도 적절해서 그랬는지, 인생 최고의 야경을 감상한 것 같다. 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은 이에 비할 바가 못 되는 듯했고, 전혀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전망대 내부에 굉장히 넓은 광장 같은 것도 있어 여유롭게 앉아 야경을 볼 수 있었고, 아무래도 혼자 왔다 보니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어서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녁으로 우메다의 스테키동 집인 혼미야케에서 스테키동을 먹었다. 웨이팅이 살짝 있었으나 평소보단 줄이 짧은 편이었으며 음식도 나름 맛있었는데, 다 먹을 즈음에는 고기가 다 없어져 버려서 밥만 먹었다. 아무래도 고기를 추가하던지, 더 큰 걸 시키던지 하는 게 좋을 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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