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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812 도쿄

1812 일본 | #3~4 너의 이름은/언어의 정원 성지순례, 롯폰기 도쿄 시티뷰, 야스쿠니 신사

by saika.stella 2019. 12. 27.

12월 27일

이 날에는 너의 이름은 성지순례를 하는 겸, 언어의 정원에 나온 신주쿠 쿄엔에도 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좋았는데, 왠지 같은 코스로 성지순례를 다니시는 듯한 분을 보아서 굉장히 신선했다. 나온 지 2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성지순례를 다니시는 분이 있다니, 신기했다.

 

우선 가장 먼저 간 요츠야역이다. 이 역은 타키가 오쿠데라 선배와 데이트를 할 때 만났던 장소인데, 이 부분은 아예 멀리서 줌을 당기지 않는 이상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이어 쥬오-소부선을 타고 시나노마치역 앞 육교로 향했다. 그런데 육교가 2019년 3월까지 공사 중이었다. 따라서 애니의 로우앵글은 절대로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한쪽에 패널이 설치되어있어 그 앞에서 찍어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최대한 찍은 게 위 사진이다.

 

육교에서 내려와 스가신사로 향하던 중 도코모 빌딩의 각도가 묘해서 보았더니, 역시나 성지였다. 표지판과 빌딩, 그 주변까지 일치해서 굉장히 놀라웠다. 다만 태양이 없는 점만이 아쉽다. 이 도코모 빌딩은 후의 언어의 정원의 성지인 신주쿠 쿄엔에서도 멋지게 보이는 경치 중 하나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스가신사이다. 엔딩에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너의 이름은?'을 외치는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다. 정확히는 스가신사 옆 계단인데, 아직도 성지순례를 온 분들이 많았다. 중국인과 일본인 몇 명이 있었고, 좀 있다 보니 태국인도 오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 계단을 직접 오르내리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장면의 실제 장소에 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계단에서 내려가고 큰길로 향할 때도 성지가 보였다. 서로를 찾으며 뛰어다니는 장면이다.

 

언어의 정원의 성지인 신주쿠 교엔이다. 이곳은 도심 속의 대형 공원으로, 입장하자마자 자연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숲이 아주 울창하고, 연못과 정원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언어의 정원에서 등장하였던 정자가 나왔다. 운 좋게도 사람이 없어서 거기 앉아보기도 하였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대형 공원이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신주쿠 쿄엔을 빠져나와, 신주쿠역 근처의 츠케멘 식당 '야스베에'에 갔다. 가장 건더기가 많다는 미소 츠케멘에 계란 고명을 추가하였다. 전체적으로 시원하면서도 적당히 느끼한 국물이 좋았고, 계란과 잘 어울렸다. 면은 덜 익은 느낌이었지만, 국물에 적셔 먹으니 그런 느낌은 사라졌다. 건더기도 많아서 국수를 다 먹은 후에도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밥도 받을 수 있는 것 같았는데 배불러서 별도로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롯폰기 힐즈의 도쿄 시티뷰 전망대로 향했다. 운 좋게 무료입장 티켓이 있었기에 간 건데, 무려 대기줄이 없었다. 원래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티켓줄, 입장줄이 모두 없어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 후지산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올라가긴 했는데, 역시 불행히도 후지산 부근에만 구름이 있었다. 후지산을 전부 보는 것은 운이 좋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다만, 해지 기전과 후의 도쿄타워의 대비는 아름다웠다. 누군가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몰 사진을 꼽으라고 한다면 위 사진을 꼽고 싶다. 해진 후 등이 들어오고, 2018이라는 글씨가 뜰 때는 예뻤다.

 

내려온 후, 롯폰기역 근처의 '츠루동탄'으로 이동하였다. 세숫대야 우동으로 유명한 집인데, 여기서 가츠카레우동을 주문하였다. 역시 듣던대로 그릇도 컸고, 국자처럼 보이는 숫가락도 컸다. 다만 가츠와 면은 좋았는데, 국물은 그냥저냥 평범했던 것 같다. 오히려 같이 주문한 '아보카도 명태 타르타르 마끼'가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계절메뉴인 뚝배기 우동을 주문할 걸 그랬다.

 

먹은 후, 신주쿠 애니메이트에서 아니메쥬 2019년 1월호를 구매하였다. 이게 아무리 돌아다녀도 없길래 포기했었는데, 다행히 여기는 있어서 좋았다. 좀비랜드사가 포스터!


12월 28일

개소리

귀국하는 날. 대망의 야스쿠니 신사로 향했다. A급 전범 다수와 함께 그들이 핍박한 강제 징용자까지도 합장되어 있는 곳.

 

들어가면 엄청나게 큰 도리이가 맞이하며, 동상이 나온다. 오무라 마스지로이다. 더 들어가면 배전이 나오는데, 한번 둘러보기만 했다. 신사 자체는 전범의 합장과 일본의 과거사만 아니었으면 굉장히 아름답고 깨끗한 신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그냥 답이 없다. 입구에 '이 신사에는 그들의 모국을 위해 희생한 이들이 모셔져 있다'라고 적어놓은 걸 보면 웃기지도 않다.

 

그렇게 야스쿠니 신사를 보고, 한국으로 떠났다. 이번 일본 여행은 굿즈의 구입과 너의 이름은 성지순례에 상당한 수확이 있어, 여러모로 만족했다. 즐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