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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308 도쿄 (코미케), 야마나시

2308 일본 | #4~5 - 카와구치코, 바 아그로스

by saika.stella 2023. 8. 18.

8월 16일

카와구치코로 향하는 버스

카와구치코로 가는 날. 버스를 타기 위해 코후역으로 향했다. 다만 이때부터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게 심상치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카와구치코에 도착하니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후지산은 전혀 보이지도 않고, 애초에 비 때문에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따라서 원래 계획했던 후지 고고메~로쿠고메 트래킹 및 카와구치코 산책 등은 물거품이 되었다. 따라서 오후까지 카와구치코에서 할 것이 전혀 없어졌기 때문에 버스비를 날리고 그냥 도쿄로 향했다.

 

특급 후지야마 12호의 내부

최대한 돈을 아끼면서 빨리 가는 기차를 선택한 결과 특급 후지야마 → 츄오 본선 → 케이오 타카오선 → 케이오 본선을 이용하는 루트로 가게 되었다. 먼저 특급 후지야마의 경우 원래 카와구치코~오츠키 사이를 왕복하는 열차는 현재 후지산 특급인데, 가끔 열차 정비 문제로 예전의 특급 후지야마가 투입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내부도 전혀 요즘 특급 같이 생기지 않았다. 귀한 경험.

 

오츠키역의 풍경

오츠키역에 내려서 츄오 본선으로 갈아탔다. 오츠키역은 나름대로 후지 급행선과 츄오 본선의 환승역이다보니 관광객이 많았고, 그 환승 자체가 살짝 복잡한 편이라 환승 방법을 안내하는 직원이 있었다. 대충 특급 후지야마의 특급권을 회수한 후 IC 카드를 찍어 환승하는 방식. 오츠키역의 후지급행선 승강장은 나무를 써서인지 상당히 이쁘다. 이후 타카오역에서 케이오 타카오선을 탄 후 다시 본선으로 환승하여 신주쿠역에 내릴 수 있었다. 대충 2300엔 정도 썼다.

 

죽순 쇼유라멘

신주쿠역에 짐을 맡기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楢製麺 (나라세이멘, 타베로그 3.6)이라는 곳이다. 사실 다른 라멘집 줄을 서다가 이곳의 죽순이 올라간 비주얼이 흥미를 자극하여 이리로 온 것인데, 가격은 조금 있지만 쇼유라멘은 확실히 맛있었다. 적당히 짭짤하고 느끼하면서 감칠맛 있는 국물, 그리고 부드러운 면. 그리고 한눈에 띠는 커다란 죽순까지 꽤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라멘이었다. 다만 역시 문제는 가격인데, 차슈 있는 걸로 시키면 확실히 비싸진다.

 

오다큐 1000형 전동차
건축의 미학

밥을 먹고 신주큐 교엔을 들어가진 않고 그냥 주변 길이나 걸으려고 나왔다. 걸으면서 재밌는 포인트들을 몇개 발견할 수 있었다. 철로 위의 육교라던지, 정확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건축물이라던지. 

 

언어의 정원!

그러나 가장 압권은 이곳이었다. 뭔가 상당히 익숙한 풍경이어서 검색해봤더니 역시나 언어의 정원에 나온 곳이었다. 대충 신주쿠 교엔 근처의 익숙한 장소는 대부분 언어의 정원 성지이다. 이곳에서 츄오 쾌속선이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마침 영화에 나온 것과 같은 풍경이었다. 영화를 제하고 봐도 주변의 녹음과 열차가 꽤나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걷다보니 너무 덥기도 해서 슬슬 호텔로 가려고 신주쿠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아까 캐리어를 넣어놓은 코인 락커의 위치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분명 에이리어F에 넣어 놓은 것은 기억나는데, 문제는 그 에이리어F를 못찾겠다는 것. 그렇게 코인 락커를 찾으려고 장장 40분 동안 신주쿠역내를 돌아다녔다.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이게 이자카야지.

어차피 긴자에서 술도 사야 해서 긴자로 넘어왔다. 저녁은 신바시역 바로 밑에 있는 新時代44 新橋銀座口2号店 (신지다이44 신바시긴자출구 2호점, 타베로그 3.2)에서 먹었다. 아무래도 전날 코후에서의 이자카야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이틀연속 온 이자카야다. 여기선 닭껍질 튀김(덴구바시)가 50엔이라 요걸 주로 먹었고, 여기에 레바사시와 오뎅탕 등을 먹었다. 특히 오뎅탕이 아주 혜자였다. 다만 주문이 좀 늦게 나온다는 단점이 있었고, 50엔이 세금 미포함 가격이라는 것도 있었다.

 

한병뿐인 샤르트뢰즈와 미친 가격

밥을 먹고 リカーマウンテン 銀座777에 방문했다. 사고자 했던 샤르트뢰즈는 단 한병, 그린만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거의 1000엔은 더 싸서 좋았다. 이와 함께 카나데 말차 리큐르를 함께 구매했다. 그와중 옆에 스즈가 있는게 보인다. 아무튼 면세가로 저렴하게 구매해서 마음에 든다.

 

이어서 방문한 곳은 バー アグロス (바 아그로스, 타베로그 3.1)이다. 바가 엄청나게 많은 긴자답게 사람이 많지는 않은 작은 바다.

 

유자 진 토닉 / 샹젤리제

첫 잔은 유자 진 토닉. 평범한 진 토닉보다 카나데 유자 리큐를 넣은 진 토닉이 좀 더 달달하고 풍부한 맛이 나서 좋다. 다음은 샹젤리제. 진, 샤르트뢰즈의 조합은 역시나 옳은 맛이 난다. 허벌한 맛에 비터의 아로마틱한 향이 더해져 향이 정말 좋은 한잔이다.

 

샤르트뢰즈 엘릭서

한국은 샤르트뢰즈가 10만원이라고 얘기하니 바텐더가 상당히 놀라했는데, 그러다가 뜬금없이 한번 맛보라고 주신 샤르트뢰즈 엘릭서. 먼저 니트로 살짝 마셔봤는데 69도 답게 엄청 세다. 그러나 샤르트뢰즈의 허브향이 고농축된 느낌이 같이 나서 그만큼의 도수가 느껴지진 않는다. 먹으면 입 안이 풀밭이 되는 느낌. 료 간접체험? 아무튼 요건 각설탕을 적셔먹는 방법이 훨씬 맛있다. 달달하고 향도 좋아서 분명 고도수의 술을 뿌린건데 '맛있게' 먹었다. 요거 먹어볼 기회 많지 않을듯.

 

실버불렛 / 퀴멜 리큐르

다음은 퀴멜 리큐르를 사용한 실버 불렛. 리큐르 자체도 같이 니트 먹어보았다. 꽤나 특이한 맛이 나는 리큐르였지만 사실 맛이 엄청 인상적이진 않아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맛은 있었다.

 

망고 칵테일 / 사이드카

다음은 무난하게 신선한 망고를 사용한 칵테일.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가벼운 한 잔. 마지막은 사이드카였는데, 여기에 사용한 코앵트로가 구형 코앵트로다. 구형을 마셔본적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확실히 신형을 사용한 것보다 좀 더 오렌지 향이 강하게 나고 자연스러운 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게 오렌지 리큐르, 라는 느낌.

 

대충 이렇게 마셨는데, 마스터와 직원 한 명이 운영하는 업장에 나와 다른 손님 한명만 있으니 꽤나 재밌었다. 특히 직원하고는 거의 끊임없이 이야기만 했다. 와카야마 출신의 바텐더였는데, 그분이 와카야마현의 특산품(?)인 매실도 주셨고 술 이야기나 한국 이야기, 일본 이야기 등등 재밌었다.

 

- 직원 : 와카야마 알아요?
- 나 : 아 그 나라 남쪽에 있는 곳이요?
- 직원 : 아니 어케 앎? 님 제가 거기 특산품 드림

 

약간 우리나라 바에 방문한 일본인이 고흥 안다고 말하는 느낌인가?

 

야마노테선 막차

슬슬 야마노테선 막차여서 나왔다. 막차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신선한 느낌이었다.

 

호텔은 고탄다에 위치한 호텔 마이스테이즈 고탄다역 앞으로, 전형적인 비스니스 호텔인데 좀 좁다. 깨끗하고 좋지만 역시나 좁다. 방도 좁고 샤워실도 좁다. 하지만 가격이 엄청 비싸지도 않고, 무엇보다 야마노테선과 아사쿠사선이 지나는 역이라 교통편 면에서 매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하네다 공항과 가까우면서도 번화가에 있다. 


8월 17일

하네다 공항 라운지

마지막 날은 느긋하게 일어나서 하네다 공항으로 향했다. 프레스티지석을 예약하여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여기 바에서도 칵테일을 팔긴 팔았지만 Bee's stimulation이라는 목테일 한잔만 마셨다. 달달했다.

 

ANA 항공기

그리고 비행기를 탔다. 역시 프레시티석 답게 나름대로 기내식은 맛났다. 특히 오이냉국이 아주.

 

하늘

하늘이 엄청 이뻤다.

 

누가봐도 서울대

그리고 너무 익숙한 풍경이 스쳐지나갔다. 대학원생의 고뇌가 여기까지..

 

이렇게 4박 5일간의 여행을 마쳤다. 마지막에는 날씨 때문에 일정 대부분을 취소했지만 이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어쨌건 재밌었으면 그만이고, 맛있는 술도 잔뜩 마실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