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크리스마스부터 1월 1일까지의 연휴. 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던 1년 전의 내가 떠오른다. 그때는 일본(오사카, 교토)에 간지도 얼마 되지도 않은 때였는데, 그때부터 2018년 연말에는 도쿄에 가자!라고 결심하여 표를 구매했다. 오사카와 교토는 가보았지만, 정작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는 가보지 않았고, 더군다나 도대체 아키하바라는 덴덴타운과 어떤 차이점을 가지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2018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21:25 비행기를 통해 하네다 도쿄 국제공항으로 출발하였다. 도착이 23:25분이라 심히 애매했고, 그래서 과연 모노레일을 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모노레일 막차가 00:10에 있는데, 이를 놓치면 1시간을 더 기다려서 심야 리무진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따라주었다. 23:25분에 하네다에 도착했고, 문이 열리자마자 입국 심사대로 뛰어가서 1등으로 통과했다. 다만 짐이 나오기를 15분 동안 기다리긴 했다. 어쨌든 그렇게 짐을 찾고 나왔더니, 놀랍게도 23:50이었다. 이러면 막차도 아니고, 막차 전 열차를 탈 수 있었다.
그렇게 모노레일-야마노테선 티켓을 끊고, 모노레일을 타고 하마마츠쵸 역으로 이동하였다. 여기서 야마노테선을 이용하여 숙소 근처에 있는 유라쿠초역에서 내려서 걸었다. 원래 심야 리무진 버스를 탈 것을 예상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모노레일을 타는 바람에 1시간이나 일찍 유라쿠초에 도착했다.
숙소는'퍼스트 캐빈 츠키지'였는데, 들어와 보니 기존의 캡슐 호텔과는 차원이 달랐다. 캡슐 호텔의 캡슐 두 개를 붙여놓은 높이에, 옆에도 깊은 수납장이 있어 놀라웠다. 여러모로 오사카에서 숙박했던 곳보다 편한 곳이었다. 샤워실은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4일 내내 혼자 썼던 것 같고, 직원분도 친절해서 좋았다. 숙박비는 3박에 총 99000원이었다.
다만 이곳은 이후 문을 닫은 것으로 안다. 아쉬울 따름이다.
12월 26일 (2일차)
아침이 되어 숙소 밖으로 나오니, 밤에 잠깐 봤던 풍경과는 다른 경치가 펼쳐졌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숙소 근처에 있던 '츠키지 혼관지'였는데, 17세기에 지어진 불교 사원이라고는 하는데 생김새는 불교와는 거리가 조금 있는 것 같다. 이런 건물이 시내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니 꽤나 이질감이 들었다. 어쨌든 바쁘게 출근하는 회사원들과 같은 길을 걸어 츠키지 역에 도착했고, 히비야선을 타고 아키하바라 역으로 향했다.
아키하바라는 엄청났다. 거리로 나오니 각종 간판이 맞이하는데, 덴덴타운과는 물량이 다르다. 4분기에 방영 중이거나 막 종영한 애니들의 포스터가 붙어있고, 가게들에서는 좀비랜드사가의 OST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거리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걸은 다음, 본격적으로 가게를 탐방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애니메이트부터. 어디든 애니메이트가 기본인 듯하다. 애니메이트에서는 유루캠과 일하는 세포 배지와 열쇠고리, 이윽고 네가 된다의 미니 캔버스, 케이온 핼러윈 열쇠고리 등의 작은 물품들을 샀다. 아무래도 대형 샵이기 때문에 좋은 건 다 팔린 지 오래라는 점은 유감이다. 그 후 만다라케와 게이머즈, K-Books에 방문하여 여러 가지 물품들을 둘러보았으나 영 좋지 않았던 것 같고, 오히려 그 앞의 갸챠에서 좀비랜드사가 배지를 건질 수 있었다.
그 후, 아키바 컬처스 존에 방문했다. 여기서 케이온의 유이 피규어와 다른 배지들을 구매하였는데, 유이 피규어가 1800엔이라는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디테일을 자랑했다. 이 정도면 3000엔 정도에 팔아도 개인적으로 무리가 아니라도 생각한다.
그 후에 방문한 호비 텐코쿠. 여기가 정말 위대한 곳이었는데, 유루캠 공식 굿즈가 대량으로 쌓여있었다. 후드에 티셔츠, 토트백, 배지, 열쇠고리, 태피스트리, 파일 등등 많은 종류가 있었다. 이 중에서 태피스트리는 집의 가족들 눈치보여서 못 샀고(참고로 몇 년이 지난 후 집에 태피가 증식했다), 나머지의 후드와 뱃지, 열쇠고리, 파일을 구매하였다. (아쉽게도 좀비랜드사가 포스터가 들어있는 아니메쥬 2019년 1월호는 못 샀는데, 후에 방문한 신주쿠 애니메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구매한 물품들이다. (후드는 사진에 없다) 그중에서도 유이 사진을 몇 컷 첨부한다.
유이 넨도와 같이 놓으니 감회가 새롭다. 무엇보다 이 가격에 이런 디테일이 나온다는 사실이 아주 마음에 든다. 1800엔의 퀄리티가 이 정도라니... 특히 기타 부분의 퀄리티는 정말 좋다. 표정 역시 유이다운 표정이 잘 살아있는 것도 포인트이다. 다만 앰프가 없는 게 흠이지만, 1800엔에 뭘 기대할까.
어쨌든 피규어는 그렇고, 이치란 우에노점에서 마치 일본 여행의 필수 코스와도 같은 이치란 라멘을 점심으로 먹었다.
그 다음으로는 도쿄 스카이트리에 갔다. 줄이 꽤 길었는데, 그래도 10분 조금 넘게 기다린 앵간한 편이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소지품 검사를 끝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350m에 있는 덴보데크로 올라갔다. 해 질 녘에 올라갔기 때문에, 예쁜 노을을 볼 수 있었다. 빨간 햇빛이 퍼지는 게 마치 종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그 와중 태양 오른쪽으로 아주 살짝 후지산이 보였다. 구름으로 인해 윗부분이 잘린 모습이었는데, 그래도 보이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햇빛을 받아 반사되는 빌딩과 강의 모습은 정말 예뻤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배경과 밝아지는 도시의 모습의 대비 역시 좋았다. 이후 완전히 어두워진 뒤(4시 반) 내려왔다. 이후 저녁을 먹으러 시부야로 이동하였다.
시부야역에 내려서 역 안을 걷는데, 한쪽 창문에 사람들이 기대어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서 보았더니, 바로 시부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크램블 교차로였다. 나름 연말이기도 하고 해서, 사람이 매우 많았다. 한 번에 사람들이 건너는 것을 보니 '이게 무슨 혼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름 그 혼란이 정돈된 모습이 있어서, 마치 '혼돈 선'과 같은 느낌이었다. 어찌 되었든 시부야에 온 메인 목적은 바로 저녁으로, 규카츠 모토무라 시부야 본점에 가서 규카츠를 먹는 것이 목적이다.
장장 1시간가량의 대기 끝에 드디어 입장할 수 있었다. 과연 교토역 앞의 규카츠 집 '가츠규'와 뭐가 다를지 궁금했는데, 일단 앞에서 고기를 직접 익혀 먹을 수 있는 판이 있다는 것이 달랐다. 일단 익히지 않고 빨간 상태로 먹어보고, 익히고 먹어보았다. 구운 후가 느끼함이 좀 덜한 느낌인데, 향은 사라진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익히나 마나 둘 다 맛있었다. 고기 자체는 가츠규보다 풍미가 강한 고기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맛있게 규카츠를 먹은 후, 시부야를 조금 둘러보고 일본의 연말 분위기를 느낀 다음,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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